천문연, 광학망원경 ‘K-DRIFT’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
세계 최대 단일 구경 ‘8.2m 스바루 망원경’과 동등한 품질
한국천문연구원이 밤하늘보다 수천 배 어두운 극미광 천체 관측에 최적화된 30cm급 비축 자유곡면 망원경 ‘K-DRIFT’를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광학망원경은 구경이 커질수록 빛을 모으는 집광력과 물체를 구분하는 능력인 분해능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세계 유수의 천문대들은 우주 초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더 먼 거리의 어두운 천체를 보기 위해 망원경 구경의 크기를 키우고자 한다.
그러나 비교적 가까운 우주에는 오랜 시간 동안 성장한 천체의 다양한 흔적이 넓은 범위에 걸쳐 희미하게 극미광 영역에 존재하는데, 가까운 우주의 극미광 천체 관측의 경우 비록 구경이 크지 않더라도 넓은 시야각을 가진 저배율 망원경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천문연 고종완 박사가 이끄는 극미광 천체관측 연구팀은 최근 K-DRIFT 시험모델을 보현산천문대에 설치해 NGC 5907 은하 주변에 존재하는 밤하늘 밝기보다 약 1000배 어두운 극미광 영역 관측에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망원경은 구경 30cm의 소형 광학망원경이지만 현존하는 세계 최대 단일 구경인 8.2m 스바루(Subaru) 망원경과 동등한 품질의 거대은하 주변 극미광 영역 관측 영상을 획득했다.
K-DRIFT는 스바루 망원경 구경 면적의 약 750분의 1 크기이나 망원경 구경에 따른 집광력, 노출 시간, 그리고 관측 조건 등을 고려했을 때 가까운 우주의 극미광 천체 관측에 있어 스바루 망원경보다 약 100배 이상의 관측 성능을 보였다.
비축 자유곡면 3반사 망원경 시스템(Linear Astigmatism Free-Three Mirror System)을 가진 K-DRIFT는 기존 축대칭 반사망원경들이 갖고 있는 단점인 부경의 차폐현상을 제거하고 망원경 내부에서 발생하는 산란광과 수차를 제거함과 동시에 넓은 시야를 확보해 가까운 우주의 극미광 천체 관측에 최적화됐다.
이번 망원경에 적용된 비축 자유곡면 3반사경은 첨단 초정밀 가공 기술이 필요하며 설계부터 가공, 조립, 정렬 등 모든 제작을 순수 국내 연구진들이 개발하여 실제 관측에 성공한 첫 사례다.
연구진은 보현산천문대에 K-DRIFT 시험모델 관측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고 연말부터 가까운 우주의 거대은하 주변 극미광 영역 탐사 관측을 시작할 예정이다.
더불어 비축 자유곡면 3반사경의 성능을 더욱 향상시켜 2024년 이후에는 K-DRIFT를 칠레 등 천문관측에 적합한 지역에 설치해 전천(全天) 극미광 탐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고종완 박사는 “현재 우주탐사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개발 중인 비축 자유곡면 반사망원경은 미래 우주망원경 개발뿐 아니라 지구탐사 관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라며 “출연연과 산업체가 협력해 개발한 K-DRIFT가 그동안 미지의 영역이던 극미광 탐사관측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