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될수록 좋은 와인?
와인의 나이
와인의 출생년도, 빈티지
반면 와인을 증류한 꼬냑 또는 맥주를 증류한 위스키는 오크통 속에서의 숙성 기간이 오래 될수록 향도 뛰어나게 되고 맛도 부드러워지므로 일반적으로 좋은 술로 분류되는데, 알코올 도수가 20도를 넘는 위스키는 이미 알코올 발효가 정지된 상태이므로 발효가 일어나지 않고 오크통과 결합하여 그 향과 맛을 더해간다.그래서 위스키가 12년짜리, 17년짜리, 30년짜리 하면서 출생일자가 없이 몇 년 공부했는지 학력만을 기재하는데 반해, 와인은 출생년도가 분명히 표시되는데(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것인지) 이를 빈티지(Vintage)라 한다.
와인은 살아있는 술
즉, 일단 병에 넣은 위스키는 더 이상 맛이나 향에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므로 12년 숙성된 위스키를 벽장에 18년 더 보관해도 30년짜리 위스키는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발효가 진행 중인 초기의 와인은 맛이 거칠고 향도 안정되어 있지 않은데 숙성과정을 거치며 맛도 부드러워지고 향도 복합적으로 변하게 되어 부케가 형성된다. 발효가 계속될 수 있는 도수를 갖고 있는 와인은 병에 넣은 다음에도 계속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적절한 보관이 필요하며 그래서 와인은 ‘살아 있는 술’이라느니 ‘이 세상에 똑같은 와인은 없다’는 말들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와인의 수명은 포도품종, 탄닌 함량, 제조방법, 저장 방법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고, 사람도 조숙한 사람이 있는 반면, 늦게야 그 진가가 나타나는 대기만성형이 있듯이 와인의 라이프 사이클은 각각 다르다 할 수 있다. 다만 와인이 사람과 다른 점은 사람은 한 때 뒷골목에서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나빠졌다가도 다시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지만 와인은 한번 나빠지거나 그 수명을 다하면 다시 좋아질 수 없으며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은 원숙한 맛을 기대할 수가 없다.
식당에서 와인을 주문했을 때 호스트에게 와인을 평가하게 하는 것은 맛의 좋고 나쁨에 대해 감정하라는 것이기 보다는 와인이 숙성의 도를 지나쳐 산화가 되었는지를 판단하게 하는 것으로, 일단 불쾌한 신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면 몇 번이고 교환을 요구해도 된다. 하지만 구입한지 오래된 와인을 교환하기는 어려우며 할인매장의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몇 달째 같은 장소에 돌보는 이 없이 외롭게 있다면 좀 의심을 해 보아야 한다.
와인은 장식용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산뜻한 맛의 화이트 와인이나 핑크 빛 로제 와인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맛이 좋아지지만, 알코올 도수가 높거나 탄닌 성분이 많은 레드 와인은 서서히 품질이 향상되고 수년간에 걸쳐 원숙한 맛이 유지되는데, 레드 와인이라도 매년 11월에 출시되는 프랑스 산 ‘보졸레 누보’같은 와인은 출시된 후 6개월 이전에 마시는 것이 좋다.
고급 와인의 경우 화이트는 2~5년, 레드는 5~10년 정도를 품질이 좋아진 기간으로 본다. 가끔 오래된 와인이 발견되어 국제 경매에서 비싼 가격에 팔린다 하지만 와인의 질은 병을 개봉하기 전에는 알 수가 없는 것이고 오히려 골동품으로서의 가치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와인을 반드시 눕혀서 보관하도록 권하는 것도 병 속의 와인과 코르크를 통해 들어간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고급 위스키나 꼬냑은 오랜 기간 눕혀놓으면 오히려 코르크의 향이 불필요하게 술에 배이게 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너무 오랫동안 세워 놓으면 오랜 시간이 지나 개봉을 할 때 코르크가 부스러지게 되므로 와인이든 위스키든 몇 년씩 거실에 놓아두고 과시할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와인도 음식이므로 적절한 시기에 즐기는 것이 좋다.
이장호
(주) 알 스멕스 웰빙 대표
http://www.alsmexwellbe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