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재판서 변호인VS검사, 공소장 두고 '기싸움'

변호인 "장황하게 기재해 법관 예단 심어" 공소기각 요청 검찰 "다수 관계자들의 장기간 범행..상세할 수밖에"

2021-11-09     김윤아 기자

[충청뉴스 김윤아 기자]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으로 기소된 백운규(57)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재판에서 변호인들과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대전지방법원

대전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헌행)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 채희봉(55) 전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정재훈(61)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에 대한 두 번째 공판 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재판 진행을 위해 쟁점 사항과 입증 계획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모두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변호인 측은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했기 때문에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장을 제출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기타의 서류나 증거물을 첨부해선 안된다는 원칙이다.

변호인 측은 "검사가 공소장에 피고인에 대한 풍문과 소문,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에서의 피고인의 역할 등을 장황하게 적어 공소사실과 관계없는 내용으로 법관에게 예단을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질과 상관 없는 자들의 진술조서도 포함됐다. 참고인의 한숨 소리까지 적는 등 2쪽이면 될 공소장을 100쪽 넘는 분량으로 늘려놨다"며 "피고인으로서는 도대체 어디까지 방어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따졌다.

재판부 역시 검찰 측에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 등에 대한 명확한 기재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 주체, 백 전 장관과 채 전 정책관의 공모 범위, 배임 혐의에서 손해액 산정 방법 등이 불명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이 사건은 청와대, 산자부, 한수원 등 다수의 사람이 장기간, 조직적으로 범행해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최대한 특정해서 상세히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며 "증거 능력이 부여되지 않은 증거 내용이 공소사실에 포함됐다는 것만으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선 변호인 측이 2017년 서울행정법원에서 '월성1호기 수명을 10년 연장한 원자력안전위원회 결정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 내용이 공소장에 간략하게 기재된 것을 언급하며 "법조인이라면,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이 판결의 의미를 잘 알 수 있을 것인데도 공소장에 딱 한 줄 쓰여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상식이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상관 없지만 표현 방식을 적절히 하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또한 다음 기일 등을 정하면서도 실랑이를 벌였다.

검찰은 "공소를 제기한 지 4개월이 지나도 공판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며 신속한 재판을 요청했고 변호인은 "공판준비기일 절차를 먼저 끝내야 한다"며 "증거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내용과 서류들을 모두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21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