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붐 이대로가면 좌초"
동북아를 강타하고 있는 한류가 앞으로도 지속되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점은 스타 시스템을 벗어나 다양한 소재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KOTRA(사장 홍기화)는 28일, ‘한류의 지속과 활용 2006’ 세미나에 참석한 일본의 하마노 야스키 동경대 신영역 창성과학 연구과 교수가 한류의 가장 큰 약점으로 “붐은 붐으로 끝날 뿐” 이라고 지적한뒤, “팬이 주부 등의 특정층에 묶여 있고, 작품이 다양하지 못하며, 배우가 차별성이 적다는 점 등으로 인해 향후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의문이 생긴다”고 피력했다고 밝혔다.
"일본내 한류, 특정층에 묶여 지속성 떨어진다"
하마노 교수는 현재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일본 에니메이션의 경우에는 세계 최대의 만화 및 애니메이션 시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 국내의 압도적인 저변을 바탕으로 해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의 만화는 자국내에서 잡지와 단행본을 합쳐 총 39억 5천만부의 출판물 중, 38.1%를 점하는 15억부에 달하고 있으며(2004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쉽게 말해, 1년에 3만6천500개, 하루 평균 100개정도의 만화 스토리가 생산되어 쏟아져 나오니, 그런 내용 중에 옥석을 가린 컨텐츠와 이에 바탕을 둔 애니메이션중에서 선별된 수출용 작품이라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류’의 지속을 위해서는 붐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도록 국내 컨텐츠의 깊이와 저변확대, 작품 축적이 커다란 과제라고 하마노 교수는 진단하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가 세계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헐리우드 붐’ 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그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스타성이 아닌 작가성에 기반을 둔 한류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시사 하는 것이다.
"장르의 획일성, 과거답습은 문화쇠퇴로 이어진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서 홍콩 문화전문가 린이화씨는 “한류는 과거 홍콩 느와르와 비교하여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홍콩 느와르는 80~90년대 주윤발, 장국영, 양조위 등의 대표적인 남성미의 스타들을 내세우며 범아시아시장의 영화계를 강타한 바 있어서, 최근의 몇몇 한류스타를 앞세운 한류의 전파와 유사한 면모를 가졌었다.
그러나, 홍콩 느와르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아이콘을 지속적으로 생성하지 못하고 과거를 답습한 결과 쇠퇴하고 말았다. 변화에 대한 수용성 부족, 문화사업을 꿰뚫는 시각의 결핍, 장르 획일성 등이 홍콩 느와르의 수명을 짧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린 대표는 최근의 한류 또한 배용준, 전지현, 이영애 등의 스타를 앞세워 성숙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드라마의 주 대상층인 주부층을 파고들고 있다고 보지만, 현재의 특정 스타 위주의 소문 마케팅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소재 또한 로맨틱 등에 한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대리만족을 주는 스타성에만 의존할 경우, 현재 한류스타 보다 더 멋있는 남녀배우들이 등장할 경우 ‘한류’가 자연히 쇠퇴할 것이라며, 2차적으로 한국 문화와 브랜드가 파고들지 않을 경우에는 그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한편, 한류가 전반적인 한국에 대한 선호 및 한국제품으로의 소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KOTRA IT문화산업팀이 해외 무역관을 통해 지난 1월 조사한 ‘주요국 한류와 문화산업 동향’ 자료에 따르면, 현재 다양한 형태의 한류 활용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실질적인 마케팅 활용의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류와 문화산업 동향, 마케팅 활용사례 찾아보기 어려워
조사 대상국 13개 국가 중에서 특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멕시코 등에서는 한류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특정 상품산업 등에서의 마케팅 활용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보아, 한류의 파급과 동시에 한국의 국가 브랜드 제고 및 상품판매 촉진 등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하여 업계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실정이다.
KOTRA 동북아팀의 양장석 팀장은 “작년 1억원을 넘은 방송콘텐츠 수출액에서 보듯, 문화계에서 일구어 낸 한류는 분명히 지속될 수 있으며, 앞으로도 성장해 나갈 것이다. 이제는 상품 및 산업쪽에서 한류를 활용하기 위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라고 말하면서 산업계의 분발을 촉구했다.
CBS경제부 이용문 기자 mun8510@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