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려의 부동산 투자 전략
공수신퇴(功遂身退) 천지도(天地道)
가장 풍요로운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 중국 춘추시대의 거부(巨富) 범려는 노자(老子) 당대 초나라에서 태어났다. 이후 그 삶의 궤적을 쫓다보면 노자와 범려의 거부할 수 없는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노자가 도가의 학문적 체계를 정비하였다면 범려는 이를 실행에 옮긴 인물이 아닌가 한다. 범려의 화려한 삶 뒤에 그가 무슨 저서를 남겼다는 말은 들어 본 일이 없다. 그는 노자를 통해 도학의 이념을 익혔고 계연을 통해 계책을 배웠으며 손무를 통해 이기는 법을 알았다. 탁월한 수재라기보다는 남의 말을 잘 듣는 모범생이었던 것이다.
‘공이 있은 후에는 물러나는 것이 이캄라는 노자의 말을 가장 잘 실현한 사람이 바로 범려였다. 월의 구천을 천하의 패자로 만든 후 미련 없이 관직을 버렸는가 하면, 제나라의 재상자리도 영화 뒤에는 화가 미친다는 말만을 남긴 채 재산과 함께 물리고 홀연히 떠날 수 있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떠남 뒤에는 언제나 부(富)가 따랐다. 단지 우연일까 아니면 탁월한 경영 능력 덕분일까.
아니다. 천지도(天地道)를 알았기 때문이다. 공수신퇴(功遂身退)란 공훈과 물러남의 이치를 말한다. 노자는 또 동선시(動善時)라는 말도 남겼다. 움직일 때는 가장 좋은 시기를 택하라는 것이다. 바로 범려는 나섬과 물러남의 시기를 잘 읽었기 때문에 풍요를 얻을 수 있었고 2,500여년 세월의 간극을 넘어 지금도 부의 상징처럼 세인들의 뇌리에 각인이 되어 있는 것이리라.
이른바 행정수도 운운하는 충청권의 바람과 함께 아직도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은 활활 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는 않다. 오히려 자탄의 목소리만 높은 것이 현실이다.
“돈 있고 빽(배경) 좋은 서울사람들이나 돈 많이 벌었지 고장 사람들은 다 제 땅만 버리고 얻은 건 별로 없어요.”
현지인들의
대체적인 목소리다. 실제 분양권 바람이 지나간 후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프리미엄 주고 뛰어든 현지인들을 중심으로 낭패를 본 사람들이
수두룩하며 이는 토지시장도 마찬가지이다. 토지거래허가 등의 규제는 집단 투매 바람이 지난 후 뛰어든 소자본 현지인들에게만 엄청난 짐으로
다가왔다. 왜 그럴까. 정보부재? 자금부족?
필자는 그 이유를 공수신퇴라는 말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돈을 쫓고 몸을 빼는 것은 하나와 같이 움직여야 한다. 괸 물에서 물고기는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 부동산에 있어서도 캐시 플로우(cash flow)를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투자는 물러설 수 있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남이 관심을 갖지 않는 곳에 한발 앞서 투자를 하고 관심을 끌만한 이슈가 생기면 파는 지혜를 필요로 하는 것이 부동산 투자의 요체가 아닐까 싶다.
임현덕
스피드뱅크 대전충청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