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젊음이 머무는 느티나무

대전 노거수를 찾아서…괴곡동 느티나무

2011-09-02     월간토마토 김의경

*노거수 -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더라도 마을이나 동네 단위로 지역민이 마을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오래되고 거대한 나무

나무에 관한 책을 읽던 중 느티나무 어원에 대한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

『느티나무는 회갈색의 줄기 껍질이 오래되면 너덜너덜하게 떨어진다. 마치 물고기의 비늘 같다. 이 때문에 늙은 티가 나는 나무라고 해서 느티나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번에 만나러 간 느티나무는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 불리는 ‘괴곡동 느티나무’다. 높이 26m에 650살(1982년 당시 650살이라 기록했으니 30년이 넘은 지금 680살이다.)이 훌쩍 넘었다.

무더위가 한창인 여름 오후, 23번 외곽버스를 타고 가수원역을 지나 괴곡리 구억뜸 정거장에서 내렸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어색한 것도 잠시 느티나무를 찾아 새뜸마을을 향해 걸었다. 기찻길 너머 유난히 큰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반듯하게 다듬은 시골길 중간에 느티나무가 홀로 우뚝 서 있다. 지난번 유성에서 본 느티나무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나뭇가지나 잎사귀 생김새가 바구니마을 느티나무와 비슷한 듯하지만, 주위 풍경과 함께 어우러진 느낌은 굉장히 다르다. 아파트 숲에 있던 ‘바구니마을 느티나무’가 외로워 보였다면 ‘괴곡동 느티나무’는 기세등등한 마을 어르신 같은 느낌이다. 수관 폭(가지가 벌려 있는 정도)도 무척 넓어 첫인상에서 굉장한 ‘카리스마’를 풍긴다. 이 느티나무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한참 뒷걸음질했다.

느티나무 아래에는 새뜸마을 어르신들이 평상에 자리를 잡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매미가 나무 주변 모든 소리를 삼켜버릴 기세로 울어댔다. 나뭇가지마다 가득 자란 잎사귀는 햇빛 한 점 나무 안으로 받아들이지 않아 나무 아래는 시원한 그늘이다. 마을 사람들이 앉은 평상에 슬그머니 앉아 나무를 쳐다봤다. 이 느티나무 아래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려고 종종 온다는 이웃 마을 노부부와 대화를 나누며 한동안 앉아 있었다.

“이 느티나무는 따로 부르는 이름이 없어요?”
“우리도 잘 몰라. 우리는 그저 놀러 오는 사람들이니까.”

대화를 듣던 동네 할아버지께서 슬쩍 이야기를 던진다.

“느티나무가 그냥 느티나무지, 이름이 뭐 따로 있겠어. 저기 저 나무 앞에 표시해둔 거 있지. 그게 다야. 워낙 오래된 나무라 자세히는 몰라. 여기 동네 사람들 살기 훨씬 전에 있던 나무니까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을 겨.”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 괴곡동 느티나무와 관련한 재밌는 이야기가 있을 거라 기대했으나 동네 주민들은 잘 모른다고 했다. 아쉽지만, <대전충남생명의 숲> 홈페이지에 있는 괴곡리 느티나무 이야기를 인용해 본다.

 「경치가 빼어나기로 소문난 괴곡동은 마을 지형이 고리와 흡사해 고릿골이라 불렀고, 오래 묵은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이기에 괴곡리라 부르게 되었다는 두 가지 전설을 함께 지니고 있다.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새뜸은 새로 생긴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이 새뜸마을의 느티나무는 위쪽에서 떠내려 와 이곳에서 자랐다고 한다. 나무의 밑동 부분을 살펴보면 꿈틀거리는 뱀 같기도 하고, 문어다리 같기도 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가지가 서로 꿈틀거리며 뻗어 있다.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있어 예전에는 가지에 줄을 매 동네 사람들이 그네도 탔다고 한다.」

느티나무는 오랫동안 큰 나무로 잘 자라는 나무다. 어느 지역에서나 잘 자라는 나무이지만, 공해에 약해서 도시에서는 자라기 어렵다고 한다. 다행히 괴곡동 느티나무 주변은 자연이 가진 향기와 푸름, 상쾌함이 가득하다. 괴곡동 느티나무는 최적의 장소에서 자라온 셈이다.

대전에 있는 나무 중 최고령이지만 눈앞에서 본 ‘괴곡동 느티나무’는 늙은 티가 전혀 나지 않는, 푸르고 싱싱한 잎이 달린 아주 건강한 나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잠시 쉬러 괴곡동 느티나무 아래로 찾아왔다. 카메라를 챙겨 돌아가려는 나에게 할머니가 한마디 던진다.

“앉아서 더 놀다가지.”

좋은 환경,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괴곡동 느티나무’. 앞으로도 계속 만수무강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