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정치' 점입가경

2006-03-31     편집국

지방선거가 두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공방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듯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발언의 수위가 이른바 '막말'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데 있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31일, 현 정부의 외교를 '등신외교'라고 규정했다.

이 부대변인은 일본 교과서와 관련, "현정부는 정말 외교등신 정권이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일본에 대해 아무런 사전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가, 매번 당하고 나서 흥분하는 뒷북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일본이 왜곡된 교과서 만들어 배포한 뒤에 대사를 불러다가 항의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정부의 국제 정보력이 이렇게 무뎌서야 어떻게 국민들이 국제사회에서 자존심 유지하며 살수 있겠는가"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정연 부대변인은 "등신이라는 용어가 욕이 아니고 일부지역에서 친근한 사람에게 불만을 토로 할 때 쓰는 말이라서 꼭 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는 전제를 달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현정부의 외교정책을 등신외교라는 매우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싸잡아 비판한 것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즉각 반발했다.

서영교 부대변인은 "정부가 국민의 힘을 얻어 힘차게 외교전을 펼치려는 시점에 한나라당이 대통령과 정부의 등에 칼을 꽂고 팔을 비틀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행위는 또다른 친일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는 무학대사의 말을 인용했는데, 이같은 '돼지발언' 역시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많다.

열린우리당은 이밖에 최근 톱가수 공연의 뒷풀이에서 벌어진 부산 칠성파와 20세기파의 싸움에 한나라당 모 후보가 연루돼 있다고 주장하며, 한나라당을 '성추행당, 황제테니스당, 시장부인 모시기 정당'으로 규정하고, "깍두기 정당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자체조사 후 국민 앞에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자극적인 '막말정치'와 함께 출마후보를 겨냥한 루머 수준의 각종 음해성 발언과 자료가 쏟아지면서 지방선거가 혼탁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CBS정치부 이재웅 기자 leejw@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