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전방송총국 김영신 국장
“사랑과 신뢰를 먹고 사는 방송”
KBS 대전방송총국장으로 취임한 지 딱 일주일이 되는 날 그를 만났다. 지난 4월 26일 서울에서 내려와 공식업무를 시작한 김영신 국장. 그 동안 각 부서와 회의를 갖고 기관에 인사를 다니느라 바빴고, 앞으로도 한가하지는 않을 것 같다. 대전KBS는 어떠한 리더를 만나게 된 것일까.
각 부서간부와 아침식사 자리를 갖는 것으로 첫 공식일정을 치뤘다. 4월 28일에는 아산 충무공 추모행사에 참석했고, 그 사이 시청자위원회와의 모임도 가졌다. 대전에서의 근무경험이 처음인 김영신 국장에게 대전생활은 아직 낯설 법도 한데 그러나 어느 지역에서 어떤 직책을 맡던지 중요한 것을 실력과 책임감. 그의 이력을 통해 약간의 신뢰감을 얻는다.
김영신 국장은 1979년 KBS 공채 6기로 입사해 주로 역사다큐멘터리와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추적 60분,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개혁리포트 등은 그가 책임을 맡았던 주요 프로그램들이다. 1993년부터 2년간은 노조위원장을 지냈으며, 정책기획센터 관리주간과 편성기획팀을 거쳐 2005년 대전에 근무하게 된 것.
그는 취임인사에서 거창한 포부를 밝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기자의 질문에도 마찬가지 대답이다.
“해당조직이 이미 스스로의 목표를
가지고 전체목표에 맞게 가고 있다면 새로운 리더는 오히려 훼방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회사전체의 비전과 부서가 일치할 수 있도록 선의의
조정자 역할을 할 뿐이다”라고 말하는 김영신 국장. 새로운 리더에게는 항상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우리네 기대에 따르자면 일침을 맞은 격이다.
KBS가 국영방송시대를 벗어난 것은 길어야 30여년, 최근 10여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고자 노력한 결과 KBS는 국민들이 아끼고 사랑해주는 방송, 영향력 1위의 언론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단기간에
국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얻었다는 것이 김영신 국장의 냉철한 평가다. 그렇다면 의기양양해도 되는가. 그는 이어서 경계의 말을 잊지 않는다.
“이례적인 일임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의무도 커진 것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단기간에 얻은 사랑은 그만큼 단기간에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위한 방송을 지향하는 것은 본사 지국 할 것 없이 모두 같다고 그는 말한다. KBS는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가 아니라
‘사랑과 신뢰’를 먹고 사는 회사라는 것.
국민화합을 위해 앞장서고 경제와 정치 또한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방송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는 현재 정치권의 변화움직임과 경제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생활권과 다름없는 대전과 충남의 정치구도에
대한 언급에서는 ‘우려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치구도는 달라도 지역주민서비스는 한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야”라고 그는 강조한다.
국민의 안녕과 국가의 앞날을 걱정하는 김영신 국장. 그의 제작노트에는 어떠한 기록이 남아있을까. 잠시 기억을 더듬던 그는 1998년 그의 손으로 제작한 마지막 시사다큐 이야기를 꺼낸다. 노동 정치 경제 등을 주제로 기획된 다큐멘터리 ‘개혁리포트’를 만들었던 당시의 경험. 노사문제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다 당시 영향력있던 재벌그룹 회장의 혐의를 발견했다. IMF로 한참 어려웠던 때, 거액의 외화를 해외로 유출시켰다는 증거를 포착한 것. 사실 이 사실은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 엠바고(보도자제) 요청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 모 회사와 10억달러 이상의 외화유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보도여부를 두고 정치적 압력과 인간적 로비까지 많은 외압을 받았지만 ‘기업의 장기적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는 옳지 않은 엠바고’를 지킬 수는 없었다. 결국 그의 의지는 당시 사장을 통해 관철되었고, 방송이 나간 다음날 그 사실은 각 신문의 1면 기사로 보도됐다.
굳은 심지를 가진 김영신 국장. 그는 정치적 사안에만 민감한 방송인은 아니다. 사장될 뻔 했던 ‘TV동화 행복한 세상’이 공중파를 탈 수 있었던 데에,‘인간극장’과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등 KBS의 간판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발굴하는데 큰 기여를 한 인물. 편성국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동안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현재 대전KBS에서 제작되는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전국으로 방송되는 어린이 과학프로 ‘신나라 과학나라’ 또한 그의 제안으로 전국방송으로 제작되었다고. 이 프로그램은 창의적인 발상과 구성으로 많은 어린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방송제작에서부터 기획· 관리업무까지 실전을 통해 다져진 그의 리더쉽은 앞으로 어떤 빛을 발하게 될까. 꽃축제가 한창인 향기만발한 방송국
로비를 걸어나오면서 김영신 국장의 활약이 사뭇 궁금해졌다.
글·사진|이덕희
Profile
1955년 3월 25일생
휘문고, 서울대 고고학과 졸업
1979년 12월 입사(공채 6기,
PD)
1995년 10월 TV1국 차장
1996년 10월 청주방송총국 제작부장
1998년 6월 제작본부 <개혁리포트>
CP
1998년 11월 편성국 편성기획 부주간
2002년 6월 정책기획센터 관리주간
2003년 5월 연수원장
2004년
2월 글로벌센터장
2004년 8월 편성기획팀장
2005년 4월 25일 대전방송총국장으로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