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데우스의 손 이무아씨를 찾아서
“분청사기의 오묘한 멋 재현”
청원 오창서 전통 장작 가마로 제작
옛 도공(陶工)들의 전통적인 작업방법인 장작 가마로 분청사기 분야의 창작활동을 고집스럽게 이어가고 있는 한 예술인이 있어 주목받고 있는데 도공 이무아(무아공방 대표 43)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청원군 오창면 소재에 위치한 무아공방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이무아씨를 만났는데 그는 전통 도자기 제작 비법을 연구·분석하면서 전통 도자기 제작 기술 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얼마 안 되는 예술가 중 한사람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전통 가마에 장작불을 이용하여 전통 도자기를 구워내는 도공과 그 기술을 일반에게 공개한 사람은 그리 흔치 않았다. 특히, 도자기는 ‘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명품이 될 수도 있고 쓰레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만큼 어려운 작업과정으로서 많은 도공들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는 이무아씨는 그는 자신이 연구·분석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그 결과를 가지고 ‘불’을 공개함으로 더욱 관심을 모았다.
선조들의 기술은 매우 합리적이고 옳은 방법
지난 1995년 초 한 선배의 초청으로 작업장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 자연 속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도공 이무아씨는 지난 1995년 오창면 석우리의 빈농가를 빌려 작업장으로 쓰다가 3년 전
성산리 83번지 500여 평의 대지위에 60평의 작업장을 마련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씨는 “전통 가마의 경우 가스나 석유 가마에 비해 오랫동안 불을 땔 수밖에 없어 도자기가 불을 머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재질이 단단하고 오묘한 색을 띠는 멋이 있다”며 “선조들이 오랫동안 익히고 사용한 기술은 분명 오랜 경험 속에서 얻어진 합리적이고도 옳은 방법이었다”고 확신했다.또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도 자연소성 가마는 높이 평가받고 있다”면서 “한국미술의 대표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통기술보전은 필수”라고 강조한다.
장작 가마의 경우 일반 가스나 석유 가마에 비해 작품은 비록 50% 가량밖에 얻을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만족할만한 작품을 얻기 위해선 이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매주 월요일마다 충북도내 교수나 공무원 등 10여명을 대상으로 도예를 교육하고 있는 이무아씨는 지역
주민들이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LG마트 부근에 전시장 겸 아트샵(40여평)을 운영할 예정으로 한창
내부수리 중에 있다.
이곳은 홍대 공예과 후배이자 부인인 최미애(41)씨가 맡아 운영하며 아트샵에서는 섬유 등을 활용한 문화강좌도 개설될
전망이다.
선배의 작업장에 놀러왔다 정착한 사연
이무아 씨는 서울 태생으로 지난 87년 홍익대 미술대학
공예과(도예전공)를 졸업한 뒤 동경 다마미술대학원 회화과(도예연구과정)와 동경 무사시노대학 예술학과에서 수학했으며 귀국 후 청주에 내려와
지금까지 개인전 6회, 단체전 30여회를 여는 등 왕성한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다.
오늘날 도공 이무아씨가 있기까지는 부친의 힘이 매우 컸다고 한다. 서울공대출신으로 일본 미쓰비시 사에서 기술을 전수받아 KS마크 인증 제도를 한국에 최초로 정착시킨 부친은 조명학계에서도 1인자로 잘 알려진 유명인사였는데 유년시절 전문 미술교육 한번 받지 못한 아들이 그림은 잘 그린다는 이유하나로 당시 비전도 없는 미술공부를 하겠다는 말에 쾌히 승낙하고 전망이 밝은 디자인과를 권유할 정도로 예술방면에도 아주 진취적인 사고를 가졌다. 그래서 1년간 학교를 다녔지만 결국 디자인과가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고 다시 홍대 도예과에 들어가 도공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 후 일본 유학생활을 모두 접고 1995년 귀국한 이무아씨는 서울 생활 6개월 뒤 어느 날 도자기하는 선배 김 대훈 씨의 작업장에 놀러왔다가 이곳에서 마치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정신없이 살아온 자신의 생활과 너무나 동떨어진 이곳 환경에 상큼한 충격을 받았는데 마침 빈집을 무상으로 제공해 주겠다는 사람이 있어 이곳에 정착하기로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
처음에 내려올 때는 4평 남짓한 초라한 작업장에서 시작했지만 농립부에서 주관한 특산단지 조성사업을 위한 융자금을 지원받아 지난 2002년 이곳에 들어와 집을 짓고 가마도 만들었다.
번잡스러운 도시에서 벗어나 정서적인 전원생활에 젖어 살다보니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보낸 세월이 벌써 10년이 되었다며 그러나 이곳은 이제 제2의 고향으로서 지금은 정신건강은 물론 창작활동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턱없이 부족한 문화공간과 시민의 낮은 문화의식
도공 이무아씨에겐 지금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
그것은 청주가 문화적인 공간이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시민의 문화의식 마저 낮아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너무 좁고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작업은 이곳에서 하지만 작품 전시회는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해야 하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 하다고 지적한다. 생각 같아선 자신의
활동무대인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활동하고 싶지만 그러나 이곳에서 자리 잡고 살고 있는 한 충북도예문화 발전을 위해 조그만 힘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볼 생각이다.
그 일환으로 낙후된 충북도예발전을 위해 서울 등 대도시의 작가들을 이곳으로 유치하고 그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게 제도적인 뒤받침과
행정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토로한다.
특히 과녁만 하나 덜렁 있는 김수녕 양궁장에 김밥을 싸가지고 찾아가 펼쳐놓고 그것을 먹고 마시며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과 얼마 전 청원군이 유치한 유채꽃 축제에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관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한심한 이런 문화에
길들여져 가고 있는 시민들과 행정당국의 얄팍한 상술이 담긴 발상에 그저 개탄을 금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리고 각 고장의 분포되어 있는 도요지를 찾아 그 지방에 맞게 특색 있는 도요지로 조성하고 현황을 파악해 그 위치를 관광코스에 넣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앞으로 일년에 한두 번은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고 장작 가마는 일년에 네 번은 지필 것 이라고 말하는 이무아씨는 그동안 금기시 해오던 작업환경을 과감하게 오픈하고 장작 가마를 지필 때면 평소 알고 지냈던 지인들을 초청하여 함께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친환경적인 소재로 유약을 만들어 사용
“흙과 나무, 가마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불길을 보면 그
불길을 응용할 수 있는 자만이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서 그 불을 잡아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1초가 늦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을 놓치면 작품은 만들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불과 흙과 가마는 공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작품을 만드는 이들은 모두가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하는 이씨는 장작 가마를 지필 때 보통 48시간에서 72시간 소요가 되는데 원칙은 72시간이 소요돼야
한다고 살며시 귀뜀 한다.
회령도기에 짚을 이용하여 유약을 만든 것은 이무아씨가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석 규석의 성분을 총칭하여 흙 이라 지칭하는데 유약의 원료로는 이무아씨는 자연에서 얻고 있다. 그래서 남들이 한번도 사용하거나 해볼 엄두도 내지 못한 짚을 사용하고 있고 그 외에도 사과나무, 배나무, 복숭아나무의 재를 이용하여 유약을 만들고 있다. 또 콩깍지 등 천연재료의 재도 연구하고 있다.
장작 가마의 매력은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러기 위해서 유약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무아 씨의
철학이다.
이무아 씨는 그래서 ‘미술의 선이나 면, 그리고 점은 아주 섬세하면서도 정적이라 그것을 작품에 표현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은 들에 핀 꽃이나 들풀을 통해 그런 소재를 찾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이것은 자연에서 밖에 느낄 없는 아주
소중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어쩌다 작은 텃밭을 가꾸다가 뽑아도 뽑아도 계속 자라는 들풀을 바라보면서 봄에 피는 들풀이 죽으면 여름의 풀이 돋아나고 여름의 풀이 죽으면 가을의 풀이 돋아나듯이 들풀의 강한 생명력에 매료되어 자신의 작품에는 들풀을 많이 그려 넣고 있다. 또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 하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고 하면서 에너지의 효과는 가스 가마 같은 물리적인 힘에 비해 장작가마가 주는 불의 에너지는 마치 자연에서 발산하는 태양의 빛과 같은 오묘한 힘이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장인들이 마음놓고 작업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가 시급
특히 “분청은 분을 발라 마르기전인 30초안에
그려 넣어야 선이 살아 그 예술성을 더하는데 그것이 바로 분청의 매력” 이라고 전하는 이무아씨는 지금은 한국 분청사기가 근대미술역사상 보기 드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일제시대엔 그 소중함을 인식한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면서 그러나 일본인은 분청사기의 예술성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으며 보는
식견도 매우 높아 분청사기를 비롯하여 자기란 자기는 모두 약탈하여 가져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같은 치욕적인 사건이 두 번 다시 재발하지 않기 위해선 우리 모두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계승·발전시켜 나가는데 더욱 앞장서야 한다 고 주장한다. 그중 우리 전통문화인 도예문화가 발전되고 그 유산이 잘 보존 되려면 고집스럽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장인들의 정신과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마음 놓고 작가들은 창작활동을 통해 대가도
배출할 수 있고 불후의 명작도 탄생 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며 분청사기는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한국의 저력임을 다시 한번 깨닫고
국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취재|최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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