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임현섭의 음악살롱] 내일이 더 빛나는 첼리스트 이경민
[대전지역 음악 현장을 소개하다 3]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대전의 차세대 아티스트 중 한 명을 꼽으라면 첼리스트 이경민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대전예고, 충남대학교를 거쳐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 음대(Robert Schumann Hochschule Düsseldorf)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올해에는 대전예술의전당에서 '하이든 아벤트'의 연주자로 선정돼 첼리스트 송영훈과 듀오 연주를 했다. 성숙한 예술가로 차근차근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첼로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처음 배우기 시작한 현악기는 바이올린이었어요. 음악 교육이 특성화 된 유치원을 다니면서 음악을 접하게 되었고 7살 무렵 첼로를 시작했어요. 어머니가 음악을 좋아하셨고 저에게 첼로 한번 배워볼래? 하셨던 기억이 있는데 이 질문을 받고 그때를 생각하니 바이올린을 시작할때 보다 마음이 설렜던 기억이 나요.
Q. 준비하시고 계시는 독주회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연주회 프로그램을 짤 때 주제를 먼저 정하는 편이에요. 베토벤과 슈베르트가 남긴 편지를 통해 그들의 작품 활동 시기 상황과 배경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게 도와주고 생전 삶 속 열정과 사랑, 절망과 죽음이 아름다운 예술세계로 피어남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을 기획했습니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중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의 아리아 주제를 변주한 곡인데 이 시기 베토벤이 사랑에 연속적으로 실패했다고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직접적으로 고백하는 아리아 주제를 통해 자신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 듯 보이죠.
다음 곡은 베토벤 중기를 대표하는 걸작중 하나인 '세 번째 첼로 소나타'인데 역사적으로 첼로가 피아노와 대등한 역할을 부여받게 된 작품이에요. 첼로가 가진 가능성을 확장한 것으로 첼리스트로서 의미가 있는 곡입니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는 그의 난청이 심해진 시기였습니다. 그는 연습하고 연주하는 기쁨을 누릴 수 없는 것에 한탄했고 자신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표현해낼 때까진 세상을 떠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예술가로서 비참한 삶을 참아내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2부는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로 채워지는데, 당시 슈베르트는 매독과 우울증으로 죽어가고 있을 시기였습니다. 그는 슬픔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 사람들을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다고 했죠. 그가 토로한 절망과 슬픔이 걸작으로 빚어졌습니다. 삶을 남긴 그들의 음악이 우리 곁에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Q.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하는 것이 있나요?
현재 변화하는 클래식 음악시장에서 관객과의 소통은 연주자의 상품적 가치를 매기는데 정말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연주와 연습 영상으로 본인을 직접 홍보하는 일은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되었죠. 비주류인 클래식 공연의 유료 관객 유치는 너무 어렵고 연주자에겐 지원과 후원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 변화에 맞춰 요구되는 다양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음악적 흐름에 따라 클래식뿐만 아니라 대중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관객에게 다가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앙상블 플레르”이라는 연주 단체를 창단하여 학교로 찾아가는 예술무대, 청춘마이크 등의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서양악기를 친근하게 만들고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습니다.
Q. 앞으로 대전의 음악가로서 어떤 공연을 기획하고 싶으신가요?
항상 연주를 기획할 때 관객층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공연의 취지나 관객을 고려해서 프로그램을 구성해야하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동료 음악가들뿐만 아니라 악기를 전공하지 않은 대중들이 연주를 보러 오길 바랄 겁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클래식 중에 비교적 잘 알려져 있고 인기 많은 곡들이 듣기 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은 곡, 예를 들어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이나 현대 곡을 연주 하더라도 관객은 충분히 그것을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다만 그것의 전적인 역할은 연주자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주기량을 높이고 양질의 프로그램을 확산시킬 수 있도록 계속해서 도전하겠습니다.
오는 19일 오후 7시 30분에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대전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피아니스트 김수빈과 함께 연주하는 '첼리스트 이경민 귀국 독주회, 불멸의 편지'에서 그녀만의 음악적 해석과 첼로 음색을 들어 볼 수 있다. 자세한 공연 정보는 대전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