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닐꺼야'라는 오만

2006-04-10     편집국

공단에서 근무하다 보면, 국민연금제도에 불만을 갖는 분들의 하는 말들 중 하나가 개인의 가입의사를 고려하지 않는 ‘의무가입’ 항목을 지적하곤 한다. 즉, ‘국민을 노후준비도 할 줄 모르는 바보로 보는 것인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그냥 각자 알아서 노후 준비를 하게 내버려 두면 안 되나?’라는 태도이다.

누구나 인생에 부침(浮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렇기에 ‘저축이다, 보험이다’하며 재테크를 운운하면서도 정작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개인의 가입의사에 반하는 국민연금제도의 운영은 폐해만 있을 뿐’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모임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는 국가의 역할을 마치 야경(夜警)과 같은 것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질서유지에 한정되어야 하며, 자본의 자유경쟁만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보장하고 최적배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 근대 야경국가적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알아서 노후 준비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있고 또한 그런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책과 책임을 간과한 과거의 논리는 무책임한 주장일 뿐이다.

현대 복지국가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탑골공원을 비롯한 무료 급식대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노인들이 즐비하며,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피끓는 젊은 시절에 현재의 자기 모습은 결코 꿈꾸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끌어안는 사후적 처방엔 안이한 감상(感傷)의 단계를 넘어 실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며, 이는 결국 성실하게 미래를 준비한 사람의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민간 금융상품은 개개인의 여력과 의사의 문제지만, 세대와 계층이 연대하여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본인의 노후를 스스로 준비한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취지와 가치이다.

국민연금의 핵심은 사회적ㆍ경제적 연대이다. 이는 분명 ‘촛불시위’같은 의식의 공유를 통한 자발적 참여와는 차이가 있다. 부득이한 의무가입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구도 예측 못할 노후에 대해 ‘나는 불우한 노후의 주인공이 아닐거야’라며 제도 바깥에서의 자유만을 주장하는 것이 오만하게 들리는 이유는 비단 본인만의 생각일까?

최근 한 경제연구원은 서민ㆍ중산층이 평균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 은퇴 시점에 4억~5억원 정도의 자금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정도면 넉넉하진 않지만 ‘궁색하지 않은’ 노후를 보낼 수 있으며 ‘품위 있는 노후’를 위해서는 거의 두 배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누구나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노후문제는 막대한 자금 규모 만큼이나 오랜 준비기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며. 이는 장기레이스를 벌여야 하는 마라톤과 같은 과정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국민연금은 효과적인 노후대비수단이다.
매월 본인의 소득에 맞는 보험료 납부를 통해 연금수급요건을 갖추게 되면 평생동안 연금으로 지급된다. 오래 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월급처럼 평생 지급되는 국민연금은 분명 큰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물가상승률에 연동되어 지급되기 때문에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가치의 하락 우려도 전혀 없는 유용한 노후대비수단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