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 인터뷰] 국가대표 출신 심혜영 경사 "만능엔터테이너 목표"
[충청뉴스 김윤아 기자] 21일 77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태권도 국가대표, 대표팀 코치 등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경찰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인물을 만나봤다.
대전동부경찰서 생활질서계 심혜영(41) 경사가 그 주인공이다.
심 경사는 2015년 무도 특채로 선발된 후 2016년부터 경찰 생활을 하고 있는 7년차 경찰이다. 그에게는 화려한 이력이 있다. 1996년부터 2003년까지 태권도 국가대표로 활동해 각종 대회에서 1,2위의 성적을 거뒀고 대표팀 코치, 말레이시아 태권도 감독을 지냈다.
태권도는 우연히 시작했다. 지나가다 태권도 체육관을 보고 '한번 해볼까?'하는 흥미에서 비롯됐다. 부모님은 반대했다. 당시 태권도는 올림픽 정식 종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운명이었을까? 얼마 있지 않아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중학교 3학년 늦은 나이로 태권도를 시작했음에도 고등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이후 선수와 지도자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살았다.
그가 경찰을 하게 된 계기는 먼저 경찰이 된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선희 경사의 권유 때문이었다. 운동에만 삶을 투자하지 말고 다양한 경찰 업무를 하면서 넓은 시야를 가져보라는 조언을 듣고 경찰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심 경사는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무도 특채 시험을 준비했다. 당시 35세의 나이로 여자 선수들 중 왕고참이었다고 한다. 체력시험 직전 햄스트링이 찢어졌지만 이를 악물고 뛴 결과 한번에 합격했다.
그는 산내 파출소에서 1년 근무 후 동부경찰서 형사과 강력팀에 들어갔다. 처음부터 큰 사건을 맡았다. 8억 5000여만원 빈집털이범을 찾기 위해 한 달간 전국을 돌아다녔고 미취학 아동 실종사건은 공소시효 한 달을 앞두고 검거했다.
심 경사는 현장에서 태권도 기술은 쓰지 못했다고 한다. "선배들이 (태권도 기술을) 쓰지 말라고 하셨다. 뉴스거리가 될 수 있다고(웃음). 하지만 태권도가 상대성 운동이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됐다. 상대방의 움직임에 대한 판단이 빠르고 위험하다 싶으면 일정거리를 두고 접근하는 것도 안다. 몸의 반응이 빠른 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5년간 강력팀에서 일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묻자 너무 많다며 여러 사건을 들려줬다. "돌도 안된 아기의 변사 사건이 있었다. 침대에서 떨어져 뇌출혈로 사망한 걸로 될 뻔했지만 폭행으로 인한 사망인 걸 밝혀냈다. 이외에도 납치극, 추격전 등 영화 같은 일도 많았다"며 설명한 뒤 "사건마다 진심을 다했다. 진심이 없었다면 경찰 일을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시합 우승과 범인 검거에 대한 성취감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엔 "많이 다르다. 운동은 개인의 영광이다. 나 자신을 위해 우승하고 성과내는 데 집중했다. 경찰은 항상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하는데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범인을 검거하면 팀워크가 단단해지고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심 경사는 최근 대선 경호를 마치고 복귀한 뒤 생활질서계에서 풍속, 생명존중 등 업무를 맡고 있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는 외국어를 배우고 있다. 피해자나 피의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수사기능 업무 역량을 넓힐 자리가 있다면 도전하고 싶다. 범죄 피해자 지원, 외국어 관련 수사 등 다양한 곳에서 업무역량을 늘려 보는 등 저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하려고 했으면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심 경사. 마지막으로 본인은 어떤 경찰인지 물어봤다. 어려운 질문이라며 고민하던 그는 "도화지 같은 경찰"이라고 답했다. "흰색 바탕의 도화지엔 어느 색을 얹어도 조화로운 것처럼 저도 주어진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잘 어우러지게 할 수 있다"며 "다양한 업무에 끊임 없이 도전해 만능엔터테이너인 경찰이 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