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부증과 위자료
조그마한 인테리어 업체를 경영하는 성모씨(42)는 지난 93년 직장생활을 하던 아내 김씨(40)를 만나 결혼했다. 결혼 후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아내는 자신이 직장생활을 해봐서 안다며 남편이 밖에서 무엇을 했는지 누굴 만났는지 물어보고 궁금해 했다. 처음엔 자신을 사랑하니 그러는 것으로 치부하고 답하곤 했으나, 날이 갈수록 아내의 행동이 더 심해져 창피하기도 하고 무안한 일도 생겼다.
아내는 성씨가 회사 회식을 한다고 하면 전화를 걸어 여자와 함께 있는지 묻고, 나중에 직원들에게 일일이 재확인 했다. 친구들과 술 한잔 하고 있으면 전화해 누구랑 술을 마시는지 궁금하다며 친구들을 바꿔 달라고 졸라 친구와 통화를 하여야 이를 믿는 식이었다. 또 성씨 사무실 직원이 바뀌면 ‘당신 여자문제에 대해 비밀을 많이 알아 내보낸 것 아니냐’며 성씨가 ‘바람’을 피우지 않을까 내내 의심했다. 성씨는 아내의 행동 때문에 회사 직원들에게 창피하여 회식도 자제하고, 친구들도 성씨와의 만남을 꺼려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성씨가 사회생활 하는데 힘이 든다며 아내를 질책하면 아내는 잘못했다, 사랑하니까 나도 모르게 신경이 쓰인다며 사과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심지어 자신의 차 안에 머리카락이 있어도, 차 안이 깨끗해도, 새로운 음악테이프가 있어도 모두 ‘여자문제’로 결부시켰고 최근에는 성씨의 휴대전화를 검색하고 통화내역까지 조회했다.
성씨는 아내의 이러한 의심과 행동을 견디다 못해 2005년 1월 협의이혼했지만 아내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을 찾아가는 등 계속 접촉을 시도했고, 아이들도 갑작스런 부모의 이혼과 엄마와의 만남으로 혼란스러운 듯 짜증을 내고 성적이 떨어졌다. 그리하여 3개월 만에 재결합했다.
이후 아내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권유했지만 아내는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다며 신경증, 편집증세를 인정하지 않은 채 치료를 거부했고,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종전으로 되돌아 갔다. 성씨는 지금도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는 아내를 보면서 앞으로의 생활이 암담하여 모두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이혼을 심각히 고려중이다.
부부공동생활을 하면서 부닥치게 되는 부부사이의 갈등은 어쩌면 필연적 일지 모른다. 이러한 갈등은 사회생활 만큼이나 복잡하고 다양하다. 또한 대부분은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낸다. 하지만 어떤 사유로 인해 부부생활이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 그러한 결혼생활을 계속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일방 배우자에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
사례에서 성씨의 경우 아내의 의부증 증세로 인해 자신의 사업과 친구들 관계, 사회생활과 가정생활 모두가 힘든 상태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상황을 계속하여 참고 지내도록 요구하는 것도 지나치다. 따라서 성씨의 경우엔 민법상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여지므로 아내의 의부증을 이유로 이혼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성씨는 이혼을 청구하며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이혼을 청구하는 당사자는 결혼파탄의 책임있는 상대방(유책배우자)을 상대로 정신상 손해배상, 즉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위와 비슷한 사례에서 아내의 남편에 대한 의심이 의도적인 것이 아니고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병적 증상에 기인한 점을 감안하여 남편의 위자료 청구부분을 기각한 전례가 있다. 그러므로 성씨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 변호사 이인상법률사무소 042-471-8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