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리포트 - 일하는 주부
일하는 우리들의 ‘어머니’
일하는 대전여성, 비정규 단순직 60% 이상
대부분 가사와 직장 일 병행 ‘힘겨움’ 토로
여성들의 취업이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로 보면 지난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8%로 10년 전보다 2%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는 시대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서‘결혼한 여성은 가정에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통념을 벗고 노동시장에 대거 진출하게 되었기 때문.
특히 경제적 독립과 사회 참여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일자리를 원하는 여성이 많아졌고, 그만큼 취업률도 높아졌지만, 이러한 양적인 증가가
노동시장에서의 평등한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드라마에서도 여성들 특히 주부들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이들의 직업이 미용사 보조, 계약직 사원, 프로슈머 등 하나같이 현재로선 비정규직인 것을 보면, 이 또한 여성의 취업률은
증가하나, 그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지는 현실을 반영한 듯 보인다.
대전지역에 콜센터와 유통업체가 대거
진출하면서 여성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졌으나, 취업 여성의 대부분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단순
업무로서 일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지 않은 편이다. 더구나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 등으로 이직률도 높은 편. 전업주부였던 여성이 일을
시작하기 원하는 경우 자아계발이나 자신의 적성을 위한 것이 아닌, 자녀의 사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한 경우도 많아 취업 동기가 발전적인 모습이 아닌
경우도 많다.
대전주부교실(회장 송병희)은 이에 따라 2006년 2월 7일부터 15일까지 대전지역내 기혼 취업여성 477명을 대상으로
일하게 된 배경과 보수, 업무에 대한 만족도 등을 조사해 여성 취업의 발전적인 미래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설문에 답한 여성의 연령은
20대 17.0%, 30대 34.0%, 40대 41.3%, 50대 이상 7.8% 이며, 학력은 중졸이 2.7%, 고졸 69.0%, 대졸
27.9%, 대학원졸 0.4%이다.
주부취업의 60% 이상이 비정규 단순직
이들의 고용형태는 정규직이 151명으로 31.7%, 계약직
184명(38.6%), 시간제 아르바이트는 116명으로 24.3%, 기타 26 명(5.5%)이다. 고용 형태가 계약직인 응답자 181명의
계약기간은 1년이 40.8%, 기간을 별도로 정하지 않은 경우는 37.0%, 6개월로 계약한 경우는 14.7%였다.
현재 일하고 있는
직종은 61.2%가 영업 및 판매직, 접수 비서 등 사무직은 9.2%, 6.1%는 관리직, 회계 경리 등 사무직은 4.2%였다. <표1
참조>
취업 동기 및 취업 경로
응답자의 35.4%가 자녀의 사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26.0%는 개인적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일을 시작했다고 하였으며, 18.9%는 자아실현을 위해서, 9.9% 만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일을 한다고
응답하였다.
현재 직종에 종사하게 된 경로도 54.1%가 사적 인맥인 비공개 모집을 통해서라고 했다. 25.8%는 생활 정보지 및 일간지,
15.1%는 회사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 모집에 응해 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급여 수준 및 업무 만족도
월급 형태로 받는 기본 급여금을 시간당 환산했을 때 61.4%가 5천원
미만을 받고 있었으며, 5천원에서 1만원 사이를 받는 응답자는 18.0%였다. 2만원 이상은 13.0%로 정규직에 종사하는 경우였다. 기본
급여금 외에 복리후생비나 시간외 수당, 위험수당 등을 별도로 받는다는 응답자는 27.9%에 불과했다. 이러한 급여 수준에 대해서는 39.0%만이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한다고 하였으며, 58.5%는 매우 또는 대체로 불만족하다고 응답했다.
일이 적성에 맞는지, 전공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57.2%가 맞는 편이라고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하고 있거나,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 두고 싶다는 응답자도
21.0%나 됐다. 고용 조건(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56.7%가 만족 또는 매우 만족한다고 했으며, 39.9%는 불만족하거나 매우 불만족하다고
했다. 근로조건(근무 환경 등)에 대해서는 55.6%가 매우 만족하거나 만족한다고 하였고, 41.7%는 불만족하거나 매우 불만족하다고 했다.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업무 만족도는 62.0%가 매우 만족 또는 만족한다고 하였고, 34.8%는 불만족 또는 매우 불만족하다고 했다.
근로 시간 및 취업 기간
응답자의 49.5%인 236명은 취업 기간이 3년 미만이었고, 50.5%인
141명은 3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생활에서의 스트레스
응답자의 93.1%는 일을 하면서 육체적 피로 또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스트레스를 경험한 응답자 444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의 이유와 종류를 확인한 결과 48.2%가 가사와 직장 일을 병행하기가
힘들어서였다고 했다. 20.2%는 직장 동료 또는 상사와 마음이 맞지 않아서, 13.1%는 정규 직원에 비해 보수가 월등히 떨어지는 것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였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17.0%는 일을 하면서 비하 발언, 성적 농담, 성희롱 등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이를
경험한 81명 중 56.8%는 그냥 참거나 직장 동료에게 얘기하는 것으로 끝나고, 불과 14.8%만이 당사자에게 직접 항의하고 주의를 촉구했다고
하였다. 이외에 직장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이유로는 매출액에 대한 부담, 휴식 공간이 적은 것, 근로시간에 비해 보수가 낮은 점, 연장
근무의 어려움, 비인격적 대우, 인사상 불이익, 호칭 및 농담 욕설, 재고용계약에 대한 불안, 주말에 가족과 보내거나 자기계발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여성의 고학력화와 직업의 다양화로 여성이 임금이 높은 직장을 얻을 기회가 과거보다 많아짐에 따라 여성 스스로가 시장노동의 가치를
가사노동가치보다 높게 평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은 사회와 생산 영역을, 여성은 가정과 소비의 영역을 담당하는 방식이 성별 분업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같은 이유로 여성이 직장 생활을 한다고 해도 그 지위는 매우 불안정하고, 많은 곳에서 불평등을 겪고 있다. 대전지역
취업여성의 62.9%가 계약직 또는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늘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며, 이번 조사의 응답자 중 8.2%는
부당해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가 일하는 것에 대한 가족 및 주변의 반응을 보면, 가족 모두 좋아하지
않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일을 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무려 34.6%이고, 역시 가족들은 싫어하지만 본인의 만족을 위해서 일한다고 한 응답자도
20.8%였다. ‘남편은 호응해주고 있지만 자녀가 싫어한다’가 14.3%, ‘자녀는 좋다고 하지만 남편이 싫어한다’가 4.4%로 자녀와 남편
모두 적극 호응하고 있는 응답자는 26.9%에 불과했다. 이러한 가족들의 반응은 가사와 직장일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족의 도움으로 가사일의
부담을 덜 수도 없는 상황이고, 게다가 주변에서는 일하는 것에 대해 측은해 하는 경우도(15.3%) 있어 주부 직장인에게는 이중고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70.2%는 앞으로도 일을 계속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27.5%는 경우에
따라 할 수도 있고 그만 둘 수도 있다고 하였으며, 불과 0.8%만이 곧 그만 둘 생각이라고 하였다.
여성 취업포털
우먼잡링크(www.womanjoblink.co.kr)가 지난 1월
2일부터 열흘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재취업을 희망하는 주부 구직자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신규 재취업 희망 등록 기혼 여성구직자
수는 3,496명으로 2004년 12월 2,174명보다 60.8%포인트 늘어났다고 한다. 특히 50대 이상 주부 구직자가 17명에서 92명으로
5.4배 증가했으며, 40대가 165명에서 532명으로 3.2배 늘어나 40~50대의 증가가 두드러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재취업을
희망하는 주부 구직자들도 늘어나고 있고, 사별 및 이혼 등으로 전업주부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구직에 나서는 여성도 많아지면서 여성의 취업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비정규직의 비율도 높아지는 현실에서 신분 보장은 물론 일의 대가를 제대로 받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이번 설문 조사를
기획한 대전주부교실 이숙자 사무국장은 “정부나 지방정부가 단순히 여성 일자리의 수를 늘였다고 발표할 것이 아니라, 여성의 적성에 맞으면서도 너무
낮은 급여 때문에 일 자체를 무의미하게 생각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인구의 절반인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곧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제언한다.
41.9%의 응답자도 역시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지방정부가 비정규직 여성 채용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하였으며, 30.4%는 적성과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군을 개발해야 한다고 하였다. 17.4%는 여성의 잠재능력 개발을 위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해야 한다고
하였으며,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사업자를 응징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7.8%였다..
이밖에 성별 및 기타 조건과 관계없이 균등한 기회
부여, 육아 및 탁아 시설 확충 또는 비용 보조, 나이 제한 철폐, 출산 휴가 연장, 고용보험 확대, 시간당 급여 또는 기초 생활비 상향 조정
등을 위해 정부 및 지방 정부가 힘써 주기를 원했으며, 3D 업종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분위기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 조강숙 기자
설문 조사 후기
대전주부교실 모니터 10명이 이번 설문조사를 위해 투입되었다. 대전시내 20개 백화점 및 중대형 유통점, 콜 센터 등에서 일하는 주부 600명을 설문대상으로 설정했으나 몇 가지 어려움으로 477명에 대해 설문이 진행됐다.
김명자 모니터 백화점 1곳과 대형 유통점 1곳에서 조사했다. 우선
업체로부터 자사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설문 내용 중에 근무 환경이나 보수 등에 대한 만족도,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종류 등의 항목이 있어 혹시라도 업체의 이미지가 나쁘게 알려질까 우려한 것
같다.
노수남 모니터 아울렛 매장 1곳, 대형 유통점 1곳, 콜 센터
1곳에서 조사했다. 조사에 대한 허락은 업체로부터 쉽게 받은 편이지만 일하는 여성들이 한 군데 모여 있는 것이 아니어서 휴게실에 쉬러 들어오는
응답자들로부터 일일이 설문을 받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또 회사의 허락 없이 설문에 응해도 되는지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하느라 힘들었다.
이금실 모니터 백화점 1곳과 대형 유통점 1곳에서
진행했다. 역시 회사측의 허락을 얻는 데 하루가 걸렸다. 일단 허락하고 나서는 설문지를 맡아서 스스로 받아 주었다.
설문에 응한 응답자들은, 이런 조사는 처음 접해 본다며 본인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이 되어 앞으로 좀 더 만족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