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브스쿨>끈끈한 사랑으로 하나되는 대전맹학교

이료실습 통해 전문인 양성…산 교육의 장
맹인 수 줄어도 학급은 늘어…진정한 교육의 장

2006-04-10     진민재 기자

신고합니다! 대전맹학교

현재 40명의 교직원·20명의 일반직원과 18개학급의 120여 명 학생들의 터전인 이곳 대전맹학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1953년에 충남맹인학원으로 개교한 이래 1957년 대전맹인학원으로 교명을 변경, 1969년 문교부로부터 공립학교로 인가(대전맹학교)를 받고, 1998년에는 전공과 학점은행제 시범 운영기관으로 지정받았다. 또 1998년에는 교육부장관이 수여하는 학교보건환경 우수상을 수상하였고 2000년에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세종문화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대전맹학교는 공립 유칟초·중·고·전공과 병설의 시각장애인 교육기관으로 전공과 전문학사 학점 은행 취득 기관이며 희망자 전원 기숙사 입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격 소지자를 위한 2년제 이료직업 재활과정을 운영하여 고등부 졸업자에게는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으며, 성적 우수자 및 장학금 수혜자가 50% 이상이다.

이곳은 현재 유치부, 초등부, 중학부, 고등부, 전공부 이렇게 5개 과정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고등부 1학년까지는 다른 일반학교와 똑같은 7차 교육과정인 공통기본교육과정으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이와 달리 고 2·3학년은 직업과정으로 이료(지압, 안마, 침술)교육을 받게 되는데 고2 때부터는 하나의 필수학습과정으로 이료실습을 포함시켜 졸업 후 사회에 나가 전문직업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닦아주고 있다.

대전맹학교는 졸업생 20명이 전원 취업 및 대학진학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졸업생 중 10명은 대구대학교2명, 영동대학교2명, 나사렛대학교2명, 부산대학교 1명, 대전맹학교 전공과 3명이 대학진학을 했으며, 10명은 안마 및 지압원으로 취업을 하였으며 이 중 1명은 안마. 지압원을 개업하였다.

집보다 ‘학교’가 더 좋은 교장 선생님

현재 이 학교를 맡아 책임지고 운영해나가고 있는 사람은 바로 김원중 교장.
김 교장은 이전에 대전어은중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다 2004년 9월 1일 대전맹학교로 오게 되었다. 당시 학교자체 내에서는 이미 김원중 교장을 초빙교장으로 모셔오도록 하기 위한 분위기와 여론이 조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일반적으로 교장들은 특수학교로 발령 받는 것을 별로 환영하지 않지만, 김원중 교장은 발령 후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한번 해봐야겠다는 남다른 의욕과 열정을 가졌다고 한다. 집에 있을 때면 절로 학교 생각이 나고 ‘어서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라니 김 교장의 유별난 ‘학교사랑’이 느껴진다.

한편 김 교장은 정신지체·지체부자유 특수학교인 혜광학교에서 3년 6개월 동안 교사로 지냈던 경력이 있다. 취임 후, 지금까지 1년 6개월 동안 재직하면서 김원중 교장은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비전과 꿈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면서 과연 이곳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늘 고민해왔다. 비록 이들이 남들과는 다른 한 가지의 장애를 갖고 있긴 하지만, 삶을 보다 윤택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이들 스스로가 절대로 소극적이어선 안되고 보다 적극적인 마인드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고 이들을 그렇게 변화시키고자 노력해왔다. 그런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찾아가는’ 이료 봉사활동이다.

말이 아닌 ‘몸’으로 사랑 실천

동문과 함께 찾아가는 이료 봉사활동을 하면서 교육청, 시청, 구청, 한의약거리, 역전 등 거리로 나가거나 다양한 기관들을 직접 찾아가 지압, 안마, 침술로 허리, 어깨가 아픈 환자들을 치료했다. 이전과 달리 앉아서만 소극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적극적인 마인드로 키워주기에 충분했다. 시각장애인들의 이러한 의료·치료혜택을 받은 주민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았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학교를 홍보함과 동시에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뿌듯한 보람과 긍지를 갖게 되었다. 대전맹학교의 위상도 한층 올라갔다. 이러한 활동이 주위의 입소문을 타면서 오전 10시 문을 여는 외래 임상실은 7시만 되어도 붐비기 시작한다. 이러한 소식은 보도·뉴스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되었고, 여러 활동들이 누적되어 지금까지 수천 명의 환자들이 이 곳 외래 임상실을 통해 치료받고 완쾌되어 나갔다고 한다.

김원중 교장은 외래 임상실에서 치료를 받고 간 손님들로부터 “수많은 병원을 다녀도 안 나았던 몸이 이 곳에서 치료를 받고 난 뒤 정말 좋아졌다” “몸이 거뜬해졌다” “근육이 풀렸다”는 얘기를 들을 때, 그리고 시각장애인들의 움츠리고 소극적이었던 태도가 점차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바뀌어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교의 가장 큰 재산과 보물 ‘학생들’

놀랍게도 이곳 학생들은 정안인들보다 잘 하는 것들이 많다. 각종 체육대회, 음악경연대회, 정보관련 대회 등에서 금상, 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셀 수 없을 정도. 작년에 받은 상 중에 KBS로부터 대전 충남 전체를 대상으로 ‘봉사활동 대상’을 수상, 상금 100만원과 트로피를 수여받은 일은 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지역 11개 지압원도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되었고, 지금까지 대전맹학교를 위한 일에 적극 동참하며 지원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또 동문들의 후원도 끊이질 않는다. 대전맹학교는 다른 일반학교와 달리 동문간의 유대관계가 매우 두텁고 끈끈하다. 동문과 함께 찾아가는 이료 봉사활동을 하면서 선·후배간 애정이 더욱 크고 깊어졌다. 작년 6월에는 ‘동문과 함께하는 사랑 나눔 큰 잔캄를 열어 2박 3일 동안 이료특강, 동화구연대회, 열린음악회, 먹거리 장터, 음식차리기 경연대회, 여교사 기마전, 동문 총출동 줄다리기, 캠프파이어, 공포체험, 졸업생 추억담으로 밤을 새운 야영대회 등 동문들과 재학생과 학부모 모두 하나되는 뜻깊은 행사를 가졌다. 이러한 소문이 타 지역에까지 퍼지면서 맹인 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고등부가 한 학급 더 증설될 예정이다.

노력하고 땀 흘린 보람, 그 열매

18개 학급과 한 학년에 고작 15명 정도로 비록 많지 않은 학생 수 이지만 이들이 이뤄낸 성과는 대단하다. 작년에는 모든 학생이 전원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원하는 직장에 취업했다. 모든 고등학교가 꿈꾸는 진학·취업률 100%를 달성해낸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특기·적성 교육을 활발히 함으로써 학생들이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수상을 하게 되면서 얻게 된 놀라운 교육적 성과였다.

대전맹학교는 교육뿐 아니라 환경에도 큰 관심을 쏟는다. ‘학교 숲 가꾸기’운동을 벌여 학생들이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학생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또한 작년 말부터는 20년 된 낡은 건물들을 보다 현대화하기 위해서 리모델링사업을 시작, 모든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하는 등 보다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을 조성하게 되었다. EBS 전용서버를 구축하고 학생들을 위한 공부방도 마련했다. 현재 리모델링 사업의 약 90% 수준이 완결된 상태라고 한다. 대전맹학교는 이처럼 끊임없는 외적·내적성장을 통해 21세기 교육에 앞장서 가는 학교가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

유성구청 인근에서 ‘정 안마원’을 운영하는 정춘식 원장도 대전맹학교 출신이다.
그는 건축업을 하면서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살다 어느날 갑자기 녹색망막 색소증으로 서서히 시력을 잃어 중도실명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불행에 대해 비관하기보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끔이겠지만, 정 원장이 학교에서 배운 안마로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을 위해 봉사하며 정안인이었을 때보다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는 말을 김 교장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김 교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 중 하나로 손꼽는 정 원장은 “안마는 진정한 맹인이어야만  할 수 있다. 눈을 감아야 비로소 손끝에 있는 감각과 촉각들이 살아나서 아픈 곳을 정확히 감지할 수 있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고.

정 원장의 이같은 마음을 안 것인지, 그가 운영하는 안마원은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예약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좁고 굽은 길, 학교 진입 어려움 토로

대전맹학교는 올해 고등부 1학년 수가 증가되어 수업 시수는 늘어가는데 반해, 교원확보와 그만큼의 시설, 건물 충당이 안돼 어려움이 있다. 김원중 교장은 “학교에서 학급이 증설되는 시기와 교육청의 교사임용·선발 시기가 잘 맞지 않아 교사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학교가 발전하고 성장하는 만큼, 뒷받침이 따라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으니 바로 학교 진입에 대한 것이었다.
대전맹학교로 가기 위해서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좁고 굽은 길을 통과해야 하는데 시각장애인들에게 이 길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방문객 역시 학교 앞 까지 와서 “도대체 학교는 어디에?”라는 문의를 많이 한다고. 덩달아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김 교장은 이와 관련해 시청에 여러번 민원을 제출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여러 가지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공공·편의시설과 관심 및 배려가 부족하다. 보행로로 차가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방지 턱이 시각장애인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다. 거기에 부딪혀서 무릎이 성한 사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이다. 방지턱을 만든 취지와 뜻은 알지만 그것은 시각장애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오로지 정상인만을 배려한 것이 사실이다.”

김 교장은 “도시계획이다 뭐다 해서 학교주위엔 아파트도 들어서고 날로 개발이 이루어져 가는데 학교 진입로만큼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이웃과 시민들에게 바라는 점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직업전선에서의 활동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에서 이들을 조금만 더 배려하고 배움의 길을 열어준다면 이들도 직업인, 사회인으로서 사회와 나라를 위해 큰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사회와 국가에서 보다 많은 직업의 길을 열어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또 한 가지. 안마자격증은 법적으로 맹인들에게만 줄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최근 스포츠·미용 마사지, 발 마사지 등이 성행하면서 성범죄문제 등을 일으켜 일반인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뿐 아니라, 맹인들의 유일한 활동영역을 사회에서 잠식해오고 있다. 그로 인해 활동영역이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앞으로의 계획

이곳 시각장애인들을 직업전선에 나가기 전, 보다 더 세련된 전문가 이료인으로 육성해 낼 수 있는 ‘이료관’을 건립하는 것이 김원중 교장의 가장 큰 바람이고 희망이다. 그리고 더 욕심을 낸다면 기숙사를 리모델링하고 보다 현대화된 멋진 학교 도서관을 짓고 싶단다.

올해는 특히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으로 3억을 투자하여 운동장 바닥을 우레탄으로 깔아 학생들의 체육활동과 편리함을 충족시킬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제자 사랑, 학교사랑 등 대전맹학교는 그 어느 학교보다 강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끈끈한 정이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전맹학교 042-285-5002  http://djschool.s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