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김인식 감독

德將 김인식 ‘믿음 리더십’ 화제

2006-04-10     홍세희 기자

■ “Play, Play∼ 김인식! ”
■ 겸손·믿음·여유로움 …
■ 조직과 사람 움직이는  조용한 카리스마

   
▲ sisaforu

한국은 진정 스포츠 강국인가.
새해 초 축구선수 박지성이 세간의 화제를 모은데 이어, 2월에는 미 프로풋볼(NFL)의 영웅 하인스 워드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3월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끈 한화 김인식(60) 감독이 단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특히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믿음 리더십’ ‘Let it be 리더십’ 등 다분히 ‘인간적’인 지도철학을 보이며 코치와 선수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김감독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다음날(3월 22일) 오전, 한화 홈구장에서 믿음직스런 그를 만났다.

김인식 감독은 “WBC가 끝나고 나니 마음이 가볍다. 경기가 있는 동안 하루하루 피가 말랐다. 이기면서도 다음 시합이 걱정되었다”며 “처음 WBC에 갈 때는 8강이라도 들 수 있을까 했는데 한 게임 이길 때마다 국민들의 성원이 대단해 더욱 걱정되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 놓았다.

김감독에 따르면, 3월 3일부터 시작된 경기일정에 맞춰 선수들이 집중 훈련을 해야 했지만 해외파의 합류가 늦어지면서 대회 시작 일주일 전에야 소집돼 한국은 다소 불리한 여건이었다. 타자들의 배트는 헛돌았고 투수들은 컨디션 난조를 호소했다.

그러나 다행히 해외파와 국내파 선수들은 호흡이 잘 맞았고 일주일 동안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김감독은 이번 WBC의 성과는 선수들의 일치단결 덕분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야구 전문가들은 대만과 일본, 멕시코, 미국 등 야구강국을 잇따라 이기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데는 김인식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김감독은 김재박·선동열이란 스타 출신 지도자를 코치로 쓰면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특히 그는 선수들을 인간으로 배려하고, 선수들과 격없는 대화를 통해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 선수들이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다는 것. 그가 덕장(德將)으로 평가받으며 조직과 사람을 움직이는 강한 힘은 바로 겸손함과 믿음, 여유로움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인식 감독은 절대로 선수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가령 삼진아웃 당한 타자에게 “사람이 던지는 공을 못 쳐야 하는 이유는”이라고 반문하며 썰렁한 유머로 선수들을 위로한다. 호령을 치기 보다는 인간적인 믿음으로 선수들의 자발성을 돕는다. 이것이 곧 김인식 표 ‘믿음 야구’이며 ‘믿음 리더십’이다.

1965년 배문고를 졸업한 김인식 감독은 당시 최고의 실업팀인 한일은행에 입단했다. 그는 최고의 타자 김응룡과 최고의 투수 김영덕, 신용균 등 대선배 밑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신인왕에 선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1967년 해병대 입대가 그에게 치명타가 되었다. 무리한 등판으로 어깨가 망가졌기 때문. 결국 김감독은 스물 다섯에 현역에서 은퇴해야 했다. 선수생활에 미련이 있었지만 불가판정을 받은 그는 27세의 나이에 감독의 길을 걷게 되었다. 허나 감독 역할 또한 훌륭히 해낸 그. 김감독은 동국대와 상문고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프로에선 95년과 2001년 두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불행의 손길은 2004년 겨울 또다시 김감독을 찾아왔다. 김감독은 뇌졸중으로 쓰러져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겼다. 반신마비 상태로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그를 한화 구단 이경재 사장이 붙잡았다. 이후 김감독은 불굴의 의지로 의사들로부터 ‘기적’이라는 소릴 들으며 재활에 성공했다. 이번 WBC 경기에서 보여준 한국의 승리는 병마와 싸워 이긴 것처럼 김감독의 포기하지 않는 저력의 힘이 아닐까.          


한화 목표 … 올 해 한국시리즈 출전
빠른 선수 길러내는 것이 과제

WBC를 통해 한국의 국민감독으로 부상한 김인식 한화 감독이 3월 22일(수) 대전구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2차 라운드 진출을 목표로 한 이번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4강까지 진출, 한국 야구의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한 대표팀의 사령탑인지라 많은 기자들이 몰린 가운데 진행되었다. 변함없는 표정 속에 차분하게 답변하는 김감독은 대회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보였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 WBC를 치르고 난 소감?
우리팀이 이번에 놀라운 성적을 거둠으로써 세계적으로 한국 야구가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인식시켰다. 이번 경기의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기 때문이고, 여기에 훌륭한 코칭팀과 철저한 전력 분석 등이 뒷받침됐다.

- 앞으로 우리 야구가 어떻게 해야되는가?
유소년 야구에 모든 것을 투자해야 한다. 특히 유소년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에게 충분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안심하고 걱정없이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는 비단 야구뿐만이 아니다.

- 대표팀 감독을 맡을 때마다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
특별한 비결은 없다. 선수들이 잘해줘야 성적이 나는 것이고, 선수들이 잘해주면 덩달아 코칭 스텝도 올라가는 것이다. 앞으로 좀 더 잘되려면 역시 지도자들이 편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큰 대회를 치렀는데, 김감독의 현재 건강상태는?
지금 특별히 몸상태가 나쁜 것은 없지만 피곤한 상태다. 미국 그라운드는 덕아웃이 밑으로 많이 파져 있어 앉아 있으면 선수들의 상체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 서 있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힘들었다.

-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이 화재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특별한 리더십은 없다. 선수들하고 같이 어울려서 편하게 진심되게 느끼면 잘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3년 뒤 WBC가 또 열리게 되는데, 다시 대표팀 감독 제의가 온다면?
이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감독은 사양하겠다. 12월에 아시안게임도 있지만 이제 젊은 감독들이 잘 해낼 수 있다고 본다. 서울 올라가면 KBO에 이같은 입장을 전달하겠다.

- WBC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경기와 선수들 플레이중에 최고를 꼽는다면?
무엇보다 한·일전에서 이종범 선수의 2루타. 너무나 통쾌했고 주장으로서 너무 대견스럽게 잘 해줬다. 또한 이승엽 선수의 역전 홈런도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20여번이 넘는 투수교체시 의견을 달리한 것은 2번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코칭스텝과 잘 맞았다. 이런 부분들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일본 야구를 과연 세계 정상급이라고 볼 수 있나?
일본 야구는 세계 정상급이라고 본다. 선수들이 우선은 빠르고, 단 한가지 전체적으로 좌타 라인에 너무 치우친 면은 있지만 그래도 일본은 미국 도미니카와 함께 정상급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쿠바가 결승까지 올라갔지만 한수 모자라다고 본다. 일본 왕리치 감독은 거의 죽었다가 살아난 심정일텐데, 일본은 운도 따랐고 그 결과 우승까지 하게 됐다.

- WBC 운영방식에 대한 비판이 많았는데 어떻게 개선되길 바라는가?
경기 방식이 잘못된 것은 사실이지만 첫 출발한 시행착오라 본다. 이만큼 운영했던 것이 어찌보면 대단하다고 느꼈다. 조금 모자란 것이 있어도 주변 국가들이 믿어주고 협력해줘야만 다음부터 하나둘씩 고쳐나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 다음 대회에 바라는 점?
어쨌든 최고의 팀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물론 같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라면, 이왕이면 병역 미필자가 끼어 있는 선수를 선발해 주는 것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병역혜택을 받고자 하는 목적 자체로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본다.

- 일부는 우리팀의 투지를 병역면제 목적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병역면제를 목표로 둘 때 경기에 미치는 역효과도 있다고 본다. 너무 그쪽에 의존하면 부담만 되고 오히려 패기가 위축되는 측면이 있다.

- 올시즌 한화의 목표?
지난해 4강에 올라 종합성적 3위를 거뒀다. 올해는 목표를 상향조정해서 2위가 목표인데, 결국 한국시리즈에 나간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올해 한국시리즈에 나가는 것이 목표이다.

- 한화의 강점과 약점은?
작년보다는 비교적 많이 보강됐다. 내야 불안요소가 많이 없어졌다. 몇가지가 많이 득이 된 것이고 한가지 약점이라면 빠른 선수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 프로야구 발전은 아마 야구 발전 아닌가? 어떤 활동이 필요하다고 보나?
제일 중요한 것이 유소년 야구에 대한 지원이다. 아마가 있어야 프로가 있는 것 아닌가? 제일 처음부터 시작하는 선수들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그 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이 걱정없도록 해야 한다. KBO 등에서도 그쪽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본다.     

김인식 감독은 누구

출생 : 1947년 5월 1일
신체 : 176cm, 78kg, A형
취미 : 바둑
학력 : 배문고등학교
1965~1965년 크라운 맥주 선수
1969~1972년 한일은행 선수
1973~1977년 배문고등학교 감독
1978~1980년 상문고등학교 감독
1982~1985년 동국대학교 감독
1986~1989년 해태 타이거스 수석코치
1990~1992년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
1995~2003년 두산 베어스 감독
2000~2000년 시드니올림픽 국가대표팀 코치
2002~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감독
2005.11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 감독
2004~ 현,    한화 이글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