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표류하는 공공 아동보호체계, 학대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해 나아갈 방향은?

이래혁 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2-12-06     박동혁 기자

안타까운 아동학대의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빈번하게 대중에게 전달되면서 자연스럽게 아동보호체계라는 용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본래 아동보호체계는 우리 사회의 모든 보호대상아동을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지만 아동학대의 영역으로 한정해보면, 아동보호체계는 일반적으로 학대를 당한 아동이나 학대를 당할 위험이 있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지지체계를 의미한다. 즉, 법을 기반으로 아동학대 사례에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선제적으로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활동의 토대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 학대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은 아동복지법이 제정된 2000년이었다. 학대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해서는 이 같은 법적 기반뿐만 아니라 공공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이유는 개입 과정에서 친권을 지닌 부모나 주양육자에게 강제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아동보호체계는 지난 20여 년간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민간의 영역에서 운영되어 왔다. 이처럼 민간에 위탁되어 운영되다 보니 공공인력이 부족하여 학대 발생 초기에 제대로 된 심층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이를 민간 인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학대피해아동의 보호에 있어서 공공의 역할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조사를 공공화하는 정책이 시행되었다. 주요 내용은 2020년 10월부터 시·군·구 단위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라는 공공인력을 배치하여 학대 피해아동의 발견 및 보호 등의 전반적인 조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기존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사례관리를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 아동보호체계의 공공성이 강화되었다는 점에서 아동복지 역사의 한 획으로 평가될 수 있을 정도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실제 개편된 공공 아동보호체계가 실효성을 보이고 있는 가에는 지속적으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마치 모양새가 어렵게 띄운 공공 아동보호체계라는 작은 배가 방향을 잃고 정처 없이 표류하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하여 고민해볼 대표적인 문제점은 공공 아동보호체계의 핵심인 전담 인력이 목표로 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사실이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학대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출동하여 조사, 피해아동에 대한 응급 및 임시조치, 보호 배치 등을 진행하며, 사례관리를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아동학대 개입 과정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하고 다양한 사례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순환보직으로 발령 시 참여하는 2주간의 이론 및 실습 교육이 전부인데,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에 대한 업무 지침이 불명확하여 학대피해아동 지원 외에 아동복지 관련 업무를 과중하게 떠안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으며, 지원이 필요한 학대피해아동의 수에 비해 배치된 전담공무원의 수가 부족하여 업무 과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학대피해아동에 대한 조사 및 보호 조치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소진과 이직의 위험이 높아 기피하는 보직이 되고 있다. 공공 아동보호체계의 성공적 운영이 전담 인력에게 달려있음이 너무도 자명하다. 이를 위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증원해야 하고, 업무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하며,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아동학대 관련 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순환보직에 의해 일반직 공무원이 담당하기보다는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고 아동학대를 전담하는 전문직 공무원이 담당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고민해볼 문제점은 아동보호체계의 개편으로 사례관리를 전담하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사례관리는 아동학대로 판단을 받은 사례에 대하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이 학대피해아동의 욕구를 확인하여 직접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자원을 연계하는 업무를 가리킨다. 아동보호체계의 개편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조사 및 보호 조치 등의 업무를 공공 영역에서 전담하게 되어 민간 영역의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는 맞춤형 사례관리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의 유관기관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사례관리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공공 아동보호체계로의 개편 이전부터 지적되어 온 민간 인력의 누수 현상은 그대로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처우는 더디게 개선되고 있고, 이들의 전문적 업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수준이 낮아 업무 소진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이직률이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추가 설치 및 상담원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상담사를 위한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여 이들이 전문성을 축적해나가도록 해야 한다. 더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사가 수행하는 사례관리 업무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홍보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민해볼 문제는 개편된 아동보호체계 하에서 공공과 민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의 개편된 공공 아동보호체계는 조사를 공공이 담당하고 사례관리는 민간이 담당하는 이원화된 구조이다. 하지만 공공에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보호조치를 결정하기 위한 사례결정회의를 서면으로 대체하거나 심층조사 시 민간 상담원에게 의존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민간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공공에서 전달받은 조사 자료가 부족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례관리를 진행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심각한 아동학대 사례를 제대로 발굴해내지 못하거나 경미한 아동학대 사례를 과도하게 발굴하는 등의 비효율성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며 이원화된 아동보호체계가 목표로 한 효율성을 담보하려면, 공공과 민간의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설정하고 상호협력을 지원할 수 있는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인지되어 왔다. 저출생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한 명의 아동이라도 더 태어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미 태어난 아동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학대를 당한 아동은 건강하게 성장하기 어려우며, 그로 인해 치러야 하는 장기적인 사회적 비용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학대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해 어렵게 띄운 공공 아동보호체계라는 작은 배가 순항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