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도 컬러 마케팅 바람부네

2006-04-11     편집국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컬러 마케팅 바람이 황사 바람 못지 않게 거세다.

열린우리당이 서울시장 후보로 삼고초려 공을 들였던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열린우리당 입당과 함께 콘셉트를 '보랏빛'으로 설정했다.

강 전 장관은 지난 5일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면서 "붉은 색과 푸른 색을 한데 아우르는 보라색 정치로 경계를 허물겠다"며 출마 포부를 밝혔다.

이후 강 전 장관과 관련된 일정에는 어김없이 보라색이 배치됐다. 실제로 이날 출마 선언식에서 강 전 장관은 보라색 정장차림에 보라색 구두를 갖춰 신었다. 출마 선언문을 낭독하는 강 장관 뒤로는 보라색 아이리스 꽃이 PPL(영화나 드라마상의 상품 간접광고)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다음 날 강 전 장관의 열린우리당 입당식도 보라색 일색이었다. 정동영 의장이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입당식에 나타는가 하면 강 전 장관이 입당원서에 서명을 하던 탁자도 보라색 천으로 덮여 준비됐다.

강 전 장관의 보랏빛 마케팅이 관심을 끌자 팽팽한 경쟁관계에 있는 한나라당 오세훈 전 의원이 '초록빛'을 들고 나섰다.

오 전 의원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사흘 내리 녹색 넥타이를 매고 다닌다. 차기 서울시장은 '환경'시장이 돼야 하는데, 국회의원 이전 시절부터 환경운동을 해온 자신이 서울시장 적임자이며, 그런 의미에서 자연을 의미하는 '녹색'을 상징색으로 삼게 됐다는 것.

그러면서 강금실 전 장관의 보라색은 이미지에 불과하다며 견제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정치권에 상징색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87년 이후부터. 87년 말 대선과 88년 초 총선 국면에서 지역주의에 기초한 정당이 잇따라 창당하면서 상징색이 시도됐다.

호남지역을 근거지로 한 평화민주당은 노란색, 충청지역의 자민련은 녹색, TK지역 중심의 민정당은 전통적인 파란색을 상징색으로 삼았다. 여야간의 이같은 상징색 구도는 2000년대 들어서도 유지가 돼왔다.

노란색은 평민당-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으로 이어지며 제1야당의 색깔을 대표하다가 2002년 대선에서 '노란 손수건' 열풍을 일으키며 여당의 상징색이 됐다.

최근까지도 최장수 정당이었던 자민련은 95년 창당 당시의 색깔이었던 녹색을 줄곧 유지해오다가 최근 한나라당에 흡수 통합되는 비운을 맞았다.

'평생동지' 민정당의 파란색은 민자당을 거쳐 한나라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당차원의 상징색을 넘어 이번처럼 출마자 개인이 앞다투어 상징색을 채택하고 부각시키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권의 컬러 마케팅이 선거를 의식한 이미지 구축차원에 그칠지, 상징색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까지 실현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노컷뉴스 이기범 기자 hop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