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자료 삭제한 산업부 공무원, 모두 집행유예
감사원법 위반·공용전자기록 손상죄 유죄...방실침입죄 무죄
[충청뉴스 김윤아 기자]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된 자료를 삭제하고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게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헌행)는 9일 감사원법 위반, 공용전자기록 손상, 방실 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국장급 A(55)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과장 B(52)씨와 서기관 C(47)씨에겐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방실 침입죄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
A씨는 2019년 11월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업무 담당 공무원으로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B씨, C씨에게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는 같은해 12월 1일 새벽 사무실에 들어가 자신이 사용했던 컴퓨터에 남아 있는 산업부 내부 보고 자료와 청와대 보고 자료 등 총 530개의 파일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감사 방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감사원이 요구한 자료 대부분을 제출하지 않고 오히려 대량 삭제하면서 감사원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과 관련한 산업부의 개입 의혹을 파악하기 어렵게 하고 감사 기간을 7개월이나 지연시켰다"고 말했다.
또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 결정의 전 과정을 순서에 따라 살펴봐야 하기에 중간본, 수정본도 제출했어야 함에도 대량으로 삭제하고 개입 정황을 알 수 없는 최종본만을 제출했기 때문에 감사 방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감사 기능에 위험을 초래하고 공직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크게 훼손해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 다만 공직에 입문한 이래 오랜 기간 성실하게 일한 점, A씨와 C씨는 일정 기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반성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