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깡 이어 '휴대폰 깡'까지 극성
최근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통한 현금할인, 속칭 ‘소액결제 깡’이 인터넷을 통해 공공연하게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휴대전화 소액결제 깡을 이용하는 업자들은 엔씨소프트나 한게임 등 유명 게임업체의 결제시스템을 악용하고 있지만 해당 업체는 물론 감독기관인 정보통신부조차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까맣게 모르고 있다.
휴대전화 소액결제 시스템 이용 신종 '휴대폰 깡' 극성
현금할인 일명 ‘깡’은 그동안 신용카드를 통해 주로 이루어졌다. 신용카드로 물품을 산 것처럼 결제를 한 뒤 이용자는 업자에게 물품 대신 물품 가격의 8, 90%를 현금으로 받는 방식이었다. 주로 현금이 급하게 필요한 사람들이 이 방법으로 급전을 만들곤 했다.
'휴대전화 소액결제 깡'도 마찬가지 방식.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물품이나 정보이용료 등을 구입한 것처럼 결제하면 업자가 이용자에게 결제금액의 50%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이같은 휴대전화 소액결제 깡도 신용카드 깡과 마찬가지로 허위로 매출을 조작한 불법행위지만 인터넷을 통해 성행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한 포털사이트에서 휴대전화 소액대출이라는 검색어를 쳐봤다. 곧 휴대전화 소액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최대 12만원까지 결제하면 6만원을 즉시 돌려준다는 광고글들이 수없이 화면에 떴다.
이런 업체 가운데 한 곳을 연락해봤다. 연결된 ‘소액결제 깡 업자’는 휴대전화번호와 실명, 그리고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면 3분안에 결제금액의 반을 입금시켜 주겠다고 했다.
한 소액결제 깡 업자는 "주민번호와 이름을 알려 주면 3분안에 입금된다. 휴대전화에 인증번호 가르쳐 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3만원을 결제해 줄 것을 요구하자 3분 뒤 만 5천원 가량이 통장에 입금됐다.
유명 게임 사이트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 악용 … 업체 '금시초문'
휴대전화 소액결제 깡을 이용하면 이용자들은 휴대전화를 통해 엔씨소프트나 한게임 등 유명게임업체 명의의 결제완료 메시지를 받는다.
업자들이 이들 업체의 게임 아이템이나 게임 정기이용권을 사는데 소액결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렇게 사들인 게임 아이템이나 이용권을 약 80%의 가격에 한 인터넷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팔아 현금화 하고 있다. 이들 게임업체 소액결제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
이처럼 주요 게임 업체들의 소액결제 시스템이 범죄행위에 악용되고 있지만 해당 업체들은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엔씨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휴대전화 깡은)처음 듣는 얘기"라며 "우리 나름대로 어떻게 된건지 조사를 해 봐야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명의도용으로 물의를 빚어던 이들 게임업체가 이번에는 소액결제 깡의 주무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소액결제 깡에 쓰인 휴대전화가 다시 범죄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실제로 소액결제 깡을 이용하자 업자는 곧 휴대전화 여러 대를 이용자의 명의로 개통하면 ‘소액결제 깡’을 통해 백만원 가량의 목돈을 주겠다고 유혹했다.
소액결제 깡 업자는 "100만원 정도까지 대출이 된다"며 "그것보다 더 많이 될 수도 있다. 사채 쓰면 지저분해지지만 이건 통신사와 고객간의 문제니까 이자 걱정할 필요도 없고 깔끔하다"고 자랑까지 늘어놨다.
최근까지 소액결제 깡을 해오던 김모씨(29)는 주로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또는 신용 불량자들이 이러한 불법행위의 주 고객이라고 귀띔했다.
김씨는 "소액이 필요한 대학생들이나 나이 어린 사람들이 많이 하는 편"이라며 "신용 불량자도 핸드폰 개통은 가능하거든요. 어차피 신용불량 상태니까 어쨌건 돈은 필요로 하고 핸드폰 요금 나와도 그냥 나몰라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업자들은 신용불량자 등에게 신규 휴대전화를 개통하도록 유도해 ‘소액결제 깡’을 한 뒤 주로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김 씨는 "어차피 다른 사람 명의로 돼 있으니까 몇 달 동안 쓰다 버리면 되는 거고, 복제폰하고 똑같은 거니까. 범죄에 쓰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부도 '나몰라라'
온갖 편법과 불법이 난무하는 휴대전화 소액결제 깡이 인터넷을 통해 버젓이 성행하고 있지만 감독기관인 정통부는 단속은커녕 이같은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다.
특히 취재진이 이같은 사실을 알려주고 향후대책 등에 대해 문의했지만 수사기관의 수사나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신고 되지 않는 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문제해결을 위한 의지가 전혀 없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전혀 몰랐다. 이게 스팸메일 발송 같은 불법행위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조원의 매출을 예상할 만큼 급성장한 휴대전화 소액결제 시장.
하지만 급성한 만큼 허술한 감독기능을 비웃기라도 하듯 휴대전화 소액결제 시장이 온갖 범죄행위가 활개 치는 곳으로 변질되고 있다.
CBS사회부 임진수 기자 jslim@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