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토해낸 장쾌한 사랑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투란도트'

2006-04-22     홍세희 기자

사랑,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승리한다면 결혼식을, 실패한다면 장례식을

‘제국의 후계자 투란도트는 수수께끼를 푸는 자의 신부가 된다.’
옥 같이 희고, 칼 같이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
‘사랑은 헛된 것’ 목숨을 건 사랑의 열정적 도전자 칼라프 왕자,
‘당신은 나의 것’ 말없는 기다림과 값진 죽음의 희생, 노비 류,
‘그것이 사랑’ 서서히, 그러나 격정적으로
‘감미로운 연인이여, 어서오라!’

이 외에도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프라노 김영애, 오미선 그리고 테너 최덕술, 베이스 함석헌 등 국내 정상의 성악가가 출연하며, 국립오페라합창단, PBC소년소녀합창단의 합창과 극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디딤무용단의 동양적인 춤사위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펼쳐진다.

화려한 의상과 웅장한 무대가 펼쳐진 동양적인 색채와 이탈리아 음악이 완벽하게 조화된 오페라<투란도트>, 또 한번 진한 감동이 펼쳐진다.

제1막
궁정 앞 광장, 관리가 나타나 포고문을 읽기 시작한다. '북경의 백성들이여 들어라. 황제의 딸 투란도트 공주는 자신이 내놓은 세 가지 수수께끼를 맞추는 왕가 혈통의 구혼자와 결혼할 것이다. 그러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는 자는 참수형에 처한다. 페르시아 왕자가 도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달이 떠오르면 그는 사형에 처해질 것이다.'
떠들썩한 군중 사이에 노인이 젊은 여성의 부축을 받으며 등장한다. 그는 멸망한 타타르 왕국의 티무르 왕과 궁중의 노비 류다. 노인이 쓰러지자 류가 부축한다. 그때 한 젊은이가 다가와 도움을 주는데 그는 타타르왕국의 왕자 칼라프였다. 우연한 재회를 기뻐하고 티무르는 망명생활 중 자신에게 도움을 준 류를 소개한다. 이에 류는 이전 궁정에서 웃어주었던 미소를 기억한다며 그를 향한 속마음을 내비친다.
사형 의식이 시작된다. 사형집행인들의 칼가는 소리에 맞춰 군중들의 합창이 들려온다. 밤은 더욱 깊어가고 형장으로 끌려가는 페르시아 왕자의 행렬이 군중 앞을 지난다. 창백한 페르시아 왕자의 얼굴은 동정심을 자아내고, 사람들은 공주에게 자비를 구한다. 그러나 궁성 발코니에 나타난 투란도트 공주는 얼음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사형집행을 지시한다. 이때 멀리서 투란도트 공주를 지켜보던 칼라프는 공주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만다. 페르시아 왕자는 형장으로 끌려가고 광장에는 칼라프, 티무르, 류만 남는다.
칼라프는 아버지 티무르에게 자신은 투란도트 공주에게 반했다고 말하고는, 티무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수수께끼에 도전하겠다고 말한다. 칼라프가 궁궐을 향해 뛰어가는데 갑자기 가면을 쓴 세 명의 관리 핑, 팡, 퐁이 나타나 칼라프를 가로막으며 목숨이 아까우면 빨리 돌아가라고 말한다. 핑, 팡, 퐁이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몸짓으로 칼라프의 무모함을 조롱하나 칼라프는 '승리는 나의 것, 투란도트는 나의 사랑' 이라며 요지부동이다.
티무르가 나이 든 아버지를 버리느냐며 비탄에 빠지자, 곁에 있던 류가 왕자에게 다가가 흐느끼며 자신의 심정을 호소하고 그를 만류한다. 그러나 류의 애원에도 칼라프는 아버지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채 도전을 감행하고자 한다. 류는 물론이고 핑, 팡, 퐁 역시 그를 만류하지만 결국 칼라프는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징을 세 번 울린다. 핑, 팡, 퐁은 놀라 사라지고, 티무르와 류는 충격에 빠지며 절규한다.

제2막
핑, 팡, 퐁이 등장한다. 투란도트 공주 때문에 수많은 젊은이가 희생되었음을 말하고 지나간 세월의 무상함과 고향 호난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면서 공주가 사랑에 눈을 떠 다시 한번 평화가 깃들기를 염원하며 재미있게 표현한다.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군중이 운집해 있다. 황제가 먼저 칼라프를 만류하지만 칼라프는 자신만만하다. 이윽고 냉혹한 표정의 공주가 등장한다. 옛날, 이 궁성에 쳐들어온 외국 군대가 로린이라는 공주를 능욕
하고 살인한 사실을 이야기하며, 그 공주의 원한을 달래기 위해 외국에서 온 젊은이에게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를 내어 복수해 왔음을 이야기한다. 공주는 위협적인 자세로 누구도 자신을 정복할 수 없을 것이라 하며, ‘수수께끼는 셋, 목숨은 하나' 라고 말하고 문제를 낸다.
‘희망’, ‘피’, ‘투란도트’라는 답으로 칼라프가 모든 수수께끼를 풀어내자 공주는 매우 당황해 하며 처녀의 몸을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다고 애원한다. 그러나 황제는 맹세는 신성한 것이라 말하고, 군중들도 이에 가세한다. 이때 칼라프가 역으로 제안을 한다. '새벽녘까지 내 이름을 알아내보시오. 알아맞힌다면 그대의 승리. 원한다면 내가 죽으리다'

제3막
궁정의 명령으로 북경의 관리들은 한 사람도 자지 못하고 그의 이름을 알아보고 있다. 칼라프는 승리를 확신한다. 핑, 퐁, 팡은 칼라프에게 젊은 여자나 금은보화를 보이면서 유혹하거나 위협하기도 하면서 이름을 알아내려 하나 성공하지 못한다. 그때 병사들이 티무르와 류를 잡아온다. 사람들이 이들 두 사람이 그 젊은이와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고 고하여 핑은 고문을 해서라도 이름을 알아내려 한다. 류는 자기만이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면서 티무르를 감싸고, 병사들은 류를 고문한다. 그러나 결코 입을 열지 않는다. 그녀의 저항은 지켜보고 있던 공주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공주가 그런 힘을 어떻게 갖고 있는지 묻자 그분의 대한 사랑은 고문의 고통보다 크다고 이야기 하고 옆에 있던 병사의 칼을 빼앗아 자결한다. 티무르는 류의 시체를 끌어안고 통곡한다.
홀로 남은 공주에게 칼라프가 사랑을 속삭이자 공주의 마음도 차차 녹기 시작한다. 그는 공주를 끌어안고 살며시 입을 맞춘다. 처음 맛본 입맞춤에 공주의 마음은 부드러워지고 눈에는 눈물조차 감돈다. 칼라프는 공주의 귀에 대고 "나는 타타르의 왕자 칼라프"라고 이름을 밝힌다. 그러자 공주는 승리한 듯이 이 젊은이의 이름을 알았다고 소리친다.
군중들이 광장에 모여든다. 공주는 황제 앞에 칼라프를 데리고 가서 이 자의 이름을 알아냈다고 말하고 '그 이름은 사랑'이라고 외친다. 군중의 환호 속에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