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천흥사지, 고려 초 호서지역 최대 왕실 사찰 추정

발굴조사 결과 현장 공개 다원식 가람배치, 1탑 3금당 형식 공간 확인

2023-06-14     박동혁 기자

[충청뉴스 박동혁 기자] ‘천안 천흥사지’가 고려 초기 호서지역 최대급 규모의 왕실 사찰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천흥사지

천안시는 14일 성거읍 천흥리 천흥사지 발굴조사 현장에서 문화재청, 충청남도,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과 공동으로 3차 발굴조사 공개 행사를 개최했다.

조사 결과 석탑 후면에 가구식 기단으로 구성된 건물 3동이 나란히 있었고, 천흥사의 역사 구성이 1탑 3금당 형식으로 추정되는 불전 공간이 확인됐다.

추정 금당지(9호 건물지)는 석재를 정교하게 다듬어 건물의 장식 효과를 극대화했고, 북쪽으로 별도의 사역 공간(10~12호 건물지)이 구역별로 구분되는 다원식(多院式)의 가람배치를 보였다.

그리고 건물지 중 평면 형태 ‘정(丁)’자 구조의 대형건물지와 석등의 적심 시설, 천흥사지의 사역 확장과 구역을 구분할 수 있는 석축 시설 등이 확인됐다.

출토된 유물로는 ‘천흥(天興)’, ‘천흥사(天興寺)’, ‘천흥사 삼보(天興寺 三寶)’, ‘대목악군(大木岳郡)’ 등 천흥사 지명과 관련된 한자가 새겨진 기와를 비롯해 바닥에 ‘천흥사 우(天興寺 右)’ 글씨가 새겨진 청동 접시, 송나라 동전인 ‘황송통보(皇宋通寶)’ 등이 수습됐다.

특히 천흥사지 오층석탑 북동쪽 주변에 고려~조선 시대에 이르는 12동의 건물지가 확인됐으며 통일신라 시대 담장열, 석축시설, 배수시설, 소성시설 등 다양한 유구가 확인됐다.

현재까지 총 3차례에 걸친 발굴조사에서는 20여 동의 건물지가 확인됐는데, 발굴조사가 5분의 1도 진행되지 않은 점을 미뤄볼 때 사찰 건물지 유적 중 최대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는 이번 발굴조사 결과 천흥사지 사역의 실체와 고려 초기 사찰의 규모와 건축 구조를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보고 지속적인 학술 연구 활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천흥사지

박상돈 천안시장은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천흥사지가 고려 초기 왕실 사찰의 면모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조사 연구와 유적 정비를 통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밀했다.

한편, ‘천안 천흥사지’는 고려시대 창건돼 조선시대 폐사된 천안지역의 역사와 불교문화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