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멈춤의 날’ 대전지역 교사들 “공교육 정상화” 외쳤다
보라매공원 추모집회 600여명 발길...“학생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 호소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입니다. 교사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결국 무너져가는 공교육을 바로잡을 시간도 놓쳐버리게 됩니다”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49일째인 4일 교사들이 국회에서 추모집회를 연 가운데 대전에서도 공교육 정상화를 외쳤다.
이날 전교조 대전지부와 대전좋은교육교사모임, 대전실천교육교사모임 준비위원회,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는 각각 서구 둔산동 보라매공원 일원과 대전시교육청 주차장에서 자리를 잡고 서이초 교사와 최근 숨진 여러 교사들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오후 보라매공원에서 진행된 추모집회에는 600여명의 교사와 시민들이 자리했다.
이들은 “고인(서이초 교사)의 죽음에 관한 진상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며 “컴퓨터 포렌식 결과는 아직도 발표하지 않고 있고 범죄혐의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경찰의 발표 또한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 사이 동료를 둘이나 더 잃었다”며 “더 이상 교사를 죽음으로 몰고 가지 말고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하루 빨리 규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법이 바뀌지 않으면 학교는 바뀌지 않는다”며 “교육부와 정부의 관련 부처, 국회는 긴밀히 협조해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 개정에 총력을 다하라”고 교원 보호 법안 의결 등을 촉구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징계로 교사를 겁박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들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는, 살고 싶다는 교사들의 절규에 교육부와 교육청은 징계, 파면, 해임으로 교사들을 압박하고 협박했다”며 “특히 대전교육청은 지역 학교장들에게 현장체험학습을 불허하도록 강요해 전국적인 망신을 자초했다”고 부르짖었다.
또 “4시 30분 집회를 계획한 교원 노조에게 집회 시간을 늦추라는 일방적인 요구도 전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자신을 초등교사라 밝힌 A씨는 “왜 최선을 다해 교육을 하던 선생님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냐”면서 “열심히 학생을 교육했지만 돌아오는 건 무한 책임과 끝이 없는 악성 민원이었다. 제발 저희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교사 뿐 아니라 학부모, 시민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중엔 자녀와 함께 온 엄마, 하교 후 가방을 메고 온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집회를 찾은 B씨(44)는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왔다”며 “선생님들도 누군가의 아들, 딸이기 때문에 학부모로서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한 중학교 학생 역시 “선생님들이 참여한다고 하셨을 때 친구들과 같이 가서 힘이 되어 드리자고 말했다”며 “학생인권 만큼 교권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교사들의 애도 물결은 이후 이어진 대전교총의 추모 행사에서도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대전교총 최하철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우리 선배들이, 동료 교사들이 지켜드리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오늘 선생님의 빈 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며 “힘든 기억은 내려놓으시고 부디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빈다”고 애도했다.
이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아동학대 면책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개정안 등 교권 보호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며 “선생님을 끝까지 보호하고 완전한 교육권 보장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회 앞 집회엔 전국 학교에서 6만여 명의 병가·연가를 내고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서울에 상경하지 못한 교사들도 지역 곳곳에서 추모행사를 갖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주일 사이에 경기 고양, 성남, 전북 군산에서 교사 3명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추모 분위기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