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는 가해자 지목 학부모의 항변

"다른 친구들 앞에 홀로 세워두고 어떤 처벌 받을지 의견 물어..." 다른 문제 학생 학부모 "선생님 고소하거나 민원 넣은 적 절대 없다" 해명

2023-09-12     이성현 기자
대전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악성 민원에 고통 받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대전 한 초등학교 교사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들이 억울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 4명 중 미용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잘못된 내용들은 바로잡고, 잘못한 내용에 대해서는 겸허히 비난을 받고자 한다”며 글을 시작했다.

자녀가 2019년 1학년 입학 후 행동이 조금씩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는 A씨는 “학원에서 틱장애 증상이 보이고 힘들어 한다는 얘기를 듣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확인해 보니 아이가 교장실로 간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일이 발단이 됐다는 것이다.

A씨는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고 주장했다. “제 아이와 뺨을 맞은 친구를 반 아이들 앞에 서게해 사과를 하라고 했지만 아이는 이미 겁을 먹어 입을 열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후 반 전체 학생들 앞에 아이를 홀로 세워두고 어떤 벌을 받으면 좋을지 한사람씩 의견을 물었다”며 “저희는 면담에서 선생님께 저희 아이의 잘못을 인정했으나, 훈육을 하는 과정에서 학급회의 시간을 마련해 안건을 제시하는 것도 아닌 마치 인민재판식의 처벌방식은 8살 아이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으니 지양해주실 것을 요청드렸다”고 적었다.

이어 “저희도 집에서 아이에게 내일 선생님을 만나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라고 지도해 일찍 등교 시킬테니 선생님도 아이들 없을 때 한번만 안아주면서 미안했어 한 마디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다”고 했다.

그러나 교사가 이후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한 A씨는 정서적 아동학대로 교사를 신고했다.

이 때문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고 여기서 A씨는 ‘차후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 때 해당 선생님 담임배제’와 ‘선생님과 다른 층 배정’을 요구했다. 이후 2년간 요구사항이 수용됐지만 2022년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시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다.

글 말미에 A씨는 “선생님께 반말을 하거나, 퇴근길에 기다려서 험담을 하거나 길거리에 못 돌아다니게 한 적,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도, 만난적도 신상정보유출 했다고 찾아가서 난동피운 사실도 없다”며 “4인방의 주동자로 지목됐는데 김밥집과는 같은 학급의 학부모 관계일 뿐, 나머지 2명은 누구인지 모른다”고 해명했다.

이어 “고인이 되신 선생님과 관련한 민, 형사상의 문제가 있다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글을 마쳤다.

같은날 4명의 학부모 중 다른 1명도 SNS에 글을 올려 해명했다. 자신을 합기도 관장 아내라고 소개한 B씨는 문제행동을 보인 4명의 학생 중 1명이 맞긴하지만, 교사의 지도에 불만을 갖고 고소하거나 학교에 민원을 넣은 적을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학기초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보여 선생님과 2차례 상담을 하고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눈물을 펑펑 흘렸다”며 “이후 선생님께서 심리치료를 추천해주셔서 학교와 병행해 가정에서도 아이의 학교생활을 위해 심리치료를 꾸준히 받고 지도에 힘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당시 저도 아이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선생님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알기에 함부로 대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도 않았다”며 “아이가 2학년 올라가고부턴 선생님과 연락뿐만 아니라 얼굴 한번 뵌 적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문제 학생 부모와) 학기초에 만나 아이에 대한 고민상담을 공유한 적은 있다”면서도 “주기적으로 만나 선생님에 대한 악의적 루머를 유포하거나 험담한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B씨는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예정”이라며 “악의적인 개인신상 털기, 악성루머 등에 대해서는 자제해 달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가족에 대한 개인신상 털기, 루머가 유포됐고 현재진행형”이라며 “이부분에 대해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끝까지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5일 대전의 한 초등교사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뒤인 7일 숨을 거뒀다. 고인은 2019년부터 학부모 4명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근무지를 옮겼으나 이후에도 트라우마를 호소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SNS에는 가해 학부모로 지목된 이들의 신상이 퍼지기 시작했다. 한 SNS 계정에는 본인을 촉법소년이라고 소개하며 학부모 및 이들 가족의 신상 등이 적인 게시물을 4년간 계속해서 게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계정은 신고당해 계정이 삭제됐지만 다른 계정으로 계속 게시물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