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임현섭의 음악살롱] '클래식 생존' 외치는 클라리네티스트 김재연
[대전지역 음악 현장을 소개하다 10]
클래식 음악가들의 관객을 향한 구애는 끊임이 없다. 세대가 거듭되면 될수록 각자의 세대에서 이목을 끌만한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은 각종 SNS와 동영상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음악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중 가요나 영화 OST 등 의 한 부분을 연주하는 영상, 한 명이 앙상블을 연주하는 편집된 영상 등을 만들며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자신만의 콘텐츠로 교감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어떠한 것들이 나올지 기대되는 동시에 과거의 음악가들은 어떻게 대중들을 클래식 공연장으로 불러 들였을까? 이 해답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클라리네티스트 김재연을 만나보았다.
Q. 클라리넷은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되셨나요?
저는 초등학생 당시 1년동안 배웠던 피아노 이후로 음악에 눈을 돌릴 일 없이 성장했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입학하며 친구의 제안으로 관악부에 입부하며 클라리넷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열악한 환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악기며, 부족한 소모품에, 정기적인 레슨없이 선배들에게 악기를 조금씩 배워나갔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연주 실력이 조금씩 늘면서 클라리넷이라는 악기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고, 음악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죠. 고등학생이다 보니 진로로 선택하기에 무리가 있었지만 당시 그 무엇보다 관심 있던 것을 외면할 순 없었습니다.
Q. 클라리넷 중 프랑스식 클라리넷을 사용하시는데, 독일식 악기를 사용하는 독일로 유학을 간 이유가 있었나요?
네. 제가 유학 할 곳을 고민할 때, 독일로 결정한 이유는 바로 작곡가 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 클라리넷을 배우고 연주하며 중요하게 마주해야 했던 작곡가들은 모차르트와 베버, 브람스 이렇게 세 명입니다. 물론 클라리넷을 위한 중요한 레퍼토리의 작곡가들이 이들뿐만 아니지만 이들은 오디션, 연주 등 빠지지 않고 사람들에게 선보여야 하는 작곡가들이며 모두 독일 혹은 독일어권의 나라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음악을 배움에 있어 그 나라를 가서 배워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단순히 곡을 배우는 것뿐 아니라 이들이 태어나고 자랐던 곳의 문화와 말을 배워보는 것이 음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악기의 차이로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것을 돌이켜 봤을 땐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지금 역시 그 생각엔 변함없고 아주 잘 선택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곧 다가올 독주회의 타이틀이 인상적이던데 특별히 신경 쓰신 것이 있나요?
지난 독주회는 귀국 독주회였기 때문에 제가 드러나길 바랐지만, 이번 독주회에서는 주제가 더욱 부각되길 바랐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볼 때 내러티브(Narrativ)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단순히 제 이름을 보기보단 제가 준비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생존'이란 타이틀은 이번 독주회 마지막 곡인 로버트 무진스키(Robert Muczynski)라는 작곡가를 공부하며 떠올렸던 아이디어입니다. 그가 활동했던 시절은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조성이 없는 무조음악이 작곡가들 사이에서 성행하고 인정받던 시기였습니다. 안타깝게도 듣기 어려운 무조음악은 대중들에게 점점 외면받았죠. 그래서 무조음악을 작곡하지 않고 이전으로 돌아가 조성 음악을 쓰되 현대적인 색을 입히는 작곡가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무진스키 역시 이러한 노력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다시 돌리기 위해 노력했던 작곡가입니다. 그의 모습을 보며 ‚커다란 변화의 흐름에서 어떤 것을 지키고 받아들여 변화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고 힘든 일 일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 시기에 그러한 노력을 했을 작곡가들의 곡들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오늘날 커다란 변화의 기로에 서있는 우리 또한 살아남기 위해 알맞은 선택을 하여 살아남았으면 합니다.
Q. 앞으로 대전의 음악가로서 어떠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는 클래식 음악을 접하는 사람들의 마중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저의 과거를 보면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을 즐겨들었던 것도 아니고 악기를 시작하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싫어한다면 당장 어쩔 순 없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이러한 음악을 모르고 지나간다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클래식 음악을 이런 저런 방법으로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지요. 그 일환으로 독주회뿐만 아니라 제가 활동하는 앙상블 연주에서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들을 조금 더 친근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바람입니다. 어디서부터 감상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마중물이 되어,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콸콸콸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오는 9월 22일 오후 7시 30분에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뛰어난 재능으로 각광받고 있는 차세대 아티스트 김재연이 “생존”이라는 주제로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그는 충남대학교를 거쳐 마인츠 국립 음대(Hochschule für Musik Mainz)에서 석사를 최고점으로 졸업했으며, 현재 충남대학교와 충북예술고등학교 예술 영재원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자세한 공연 정보는 대전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