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지층 이탈 우려 원칙고수키로
열린우리당이 고민 끝에 원칙을 고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여당에 '대승적 양보'를 권고한 것과 관련, 사립학교법에 대한 원칙이 흔들릴 경우 전통적인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장파 의원들 사이엔 '집토끼'마저 넘길 수 있다며 사학법 재개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는 노대통령의 양보 권고에 대한 비판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이제 간판을 내려야 할 정도로 민심 이반이 심대하다. 사학법이 다시 후퇴하는 걸 보면서 배신감 마저 느낀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차라리 비정규직 법안을 양보해 민노당과 공조하라"고 주장하면서, "한나라당과 야합해 사학법을 개정하면 그나마 붙잡고 있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미련의 끈을 놓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의원들에게 경고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개혁성향의 30,40대 사회중심층을 더이상 실망시키지 말라, 우리의 지지 마저 잃게 된다면 열린우리당은 더이상 존속할 수 없다"는 강력한 불만의 내용이다.
이처럼 열린우리당의 전통적 지지층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선거를 한달 앞둔 여당으로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29일 밤 긴급소집된 의원총회의 결론이 "국민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민생법안, 특히 3.30 부동산대책 등에 대한 대통령의 고뇌를 깊이 이해하고 대통령의 말에 공감했다"면서도 "사학법에 대한 자긍심을 재확인했고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고 발표된 것도 집권여당으로서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 지지율이 20%대를 맴돌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 지지층마저 이탈할 경우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지만, 민생법안 처리에 대한 집권당으로서의 무한책임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은 30일 최기선 인천시장 후보 입당식과 후보자 결의대회에 앞서 인천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최종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노웅래 원내공보부대표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대통령이 여당에 양보를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고도의 정무적인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는 "당이 대통령의 고민에 대한 해답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라는 고민의 목소리도 나왔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한 번 입법된 것을 또다시 고칠 경우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당 지도부가 사학법 재개정에 응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나 민노당 등 야당과의 협조를 통해 돌파하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여당으로선 임기가 끝나가는 김원기 국회의장을 설득해 직권상정의 총대를 메도록 하는 문제와 민주당이나 민노당에게 제시할 마땅한 협상카드가 있느냐가 과제다.
CBS정치부 이재웅 기자 leejw@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