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고해상도 비표지 간섭산란 현미경 개발

2023-11-15     이성현 기자
서울의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세포 속 소포의 움직임만 추적할 수 있는 현미경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조민행 단장이 고려대 홍석철 교수와 고해상도 비표지 간섭산란 현미경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얇은 지질막으로 둘러싸인 작은 주머니 모양의 소포는 호르몬, 효소, 신경 물질 등을 그 속에 담아 이들이 필요한 세포 내 적시 적소에 배달하는 일종의 우편배달부다. 우편물 오배송처럼 소포가 엉뚱한 곳에 물질을 배달하거나, 운송이 지연되면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소포 수송(vesicle traffic)의 작용 원리를 규명한 세 명의 연구자는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소포의 수송 원리, 소포와 세포 소기관의 상호작용 분석 등 연구는 형광 현미경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형광 현미경을 이용하면 형광 표지된 특정 소포들의 수송 과정만 관찰할 수 있고, 형광 신호가 유지될 수 있는 제한된 시간 내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즉, 세포 속의 복잡한 골격망을 따라 수송되는 수많은 소포의 전체적인 수송 현상을 시각화하는 것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간섭산란 현미경을 이용해 복잡한 세포 속에서 이동하고 있는 소포들의 이동 궤적을 장시간 정밀하게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30분이 넘는 장시간 동안 세포의 핵 주변에서부터 라멜리포듐으로 이어지는 영역에서 100개 이상 소포들의 이동 궤적을 동시에 추적했다.

추적 영상은 초당 50Hz의 영상 촬영 속도(1초에 50장의 이미지 재생)로 얻었다. 이 과정에서 획득한 소포 위치 정보를 이용해 세포 내부의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는 골격망의 공간적 분포를 고해상도로 재구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에서 알려진 바 없는 소포의 새로운 수송 특성도 확인했다. 수송 과정에서 소포들이 국소적으로 이동 정체 현상을 겪기도 하지만, 여러 소포들이 함께 긴 거리를 동일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집단 수송 방식, 수송 중인 소포 뒤에 달라붙어 함께 이동하는 히치하이킹 수송 방식 등을 이용해 세포 속 정체 현상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수송 전략을 갖추고 있음을 밝혀냈다.

나아가 연구진은 개발한 현미경에 형광 표지된 세포 속 분자를 관찰할 수 있는 형광 현미경을 결합한 관찰 도구도 개발했다. 고속‧고해상도 간섭산란 영상 기법에 화학선택적 형광 영상 기법을 접목하여 관찰 정밀도를 한층 더 높인 것이다.

조민행 단장은 “살아있는 세포를 형광에 의존하지 않고 초고분해능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생명현상을 미시적 관점에서 생생하게 밝혀낼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