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IBS, 인공지능으로 북한 등 경제지표 추정

2023-11-21     이성현 기자
경제규모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경제지표 추정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차미영-김지희 교수 연구팀이 기초과학연구원(IBS), 서강대, 홍콩과기대(HKUST), 싱가포르국립대(NUS)와 주간 위성영상을 활용해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새로운 인공지능(AI) 기법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기존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일반적인 환경이 아닌, 기초 통계도 미비한 최빈국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범용적인 모델이다.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이 운용하며 무료로 공개하는 센티넬-2(Sentinel-2) 위성영상을 활용했다. 먼저 위성영상을 약 6제곱킬로미터(2.5×2.5㎢)의 작은 구역으로 세밀하게 분할한 후 각 구역의 경제 지표를 건물, 도로, 녹지 등의 시각적 정보를 기반으로 AI 기법을 통해 수치화했다.

이번 연구 모델이 이전 연구와 차별화된 점은 기초 데이터가 부족한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게끔 인간이 제시하는 정보를 인공지능의 예측에 반영하는 `인간-기계 협업 알고리즘'에 있다. 즉 인간이 위성영상을 보고 경제 활동의 많고 적음을 비교하면, 기계는 이러한 인간이 제공한 정보를 학습하여 각각의 영상자료에 경제 점수를 부여한다. 검증 결과, 기계학습만 사용했을 때보다 인간과 협업할 경우 성능이 월등히 우수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기존 통계자료가 부족한 지역까지 경제분석의 범위를 확장하고, 북한 및 아시아 5개국(네팔, 라오스, 미얀마, 방글라데시, 캄보디아)에도 같은 기술을 적용해 세밀한 경제 지표 점수를 공개했다. 이 연구가 제시한 경제 지표는 기존의 인구밀도, 고용 수, 사업체 수 등의 사회경제지표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데이터가 부족한 저개발국가에 적용 가능함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또 제시된 모델의 강점은 경제 활동의 연간 변화를 탐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강점은 국제 사회가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빈곤종식’과 ‘불평등해소’의 추이를 재빠르게 모니터링하는데 기여한다는 의미가 있다.

나아가 제시한 방법론은 경제상황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또는 환경적 지표를 측정하는데 조정될 수 있다. 모델을 기후변화와 재해재난의 피해가 높은 지역을 식별하도록 훈련한다면, 재해가 발생한 이후 신속하게 인도주의적 지원이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실행돼야 하는지 지도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탐지를 북한에 적용한 결과, 대북 경제제재가 심화된 2016년과 2019년 사이에 북한 경제에서 세 가지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우선 북한의 경제 발전은 평양과 대도시에 더욱 집중되어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심화됐다. 또 경제제재와 달러 외환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설치한 관광 경제개발구에서는 새로운 건물 건설 등 유의미한 변화가 위성영상 이미지와 연구의 경제 지표 점수 변화에서 드러났다. 아울러 전통적인 공업 및 수출 경제개발구 유형에서는 반대로 변화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미영 교수는 "전산학, 경제학, 지리학이 융합된 이번 연구는 범지구적 차원의 빈곤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이번에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앞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재해재난 피해 탐지,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 등 다양한 국제사회 문제에 적용해 볼 계획ˮ이라고 밝혔다.

위성영상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SDGs 지표의 개발과 이의 정책적 활용은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기술 분야 중 하나이며 한국이 앞으로 주도권을 가지고 이끌 수 있는 연구 분야이다. 이에 연구팀은 개발한 모델 코드를 무료로 공개하며, 측정한 지표가 여러 국가의 정책 설계 및 평가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기술을 개선하고 매해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인공위성 영상에 적용하여 공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