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아파트에 고급차 · 외제차 즐비

2006-05-04     편집국

집없는 영세민에게 공급되는 국민임대주택에 땅부자와 고급 외제 승용차를 소유한 미자격자가 입주하는 등 정부의 임대주택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과 관련, “임대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의 10% 이상이 그랜져, 에쿠스, 그리고 외제차들”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의정부의 국민임대주택에 거주하는 택시기사 박우철씨는 4일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진행 : 개그맨 노정렬, 낮 12시5분~1시30분)와의 인터뷰에서 “저녁 주차장 차 세워놓은 거 보면, 내가 살고 있는 국민임대주택 1450세대 가운데 10%-15% 정도가 그랜져에 에쿠스에 외제차”라며 “세대원 전체 소득이 217만원 미만인 서민들이 4대 1 이상의 경쟁을 뚫고 들어와야 하는 서민임대주택에 그런 차를 끌고 다니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우철씨는 “이것은 모두 제도의 허점 때문”이라며 “임대주택에 들어오기 위해, 주택은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는 조건은 있지만, 나대지는 소유하고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또 “오로지 세금 징수되는 근로소득만을 기준으로 입주 자격을 정하기 때문에, 소득을 축소신고하거나 사업체를 다른 가족의 이름으로 등록한 자영업자들, 그리고 일부 세대원의 주소를 다른 곳으로 등록시킨 이들, 그리고 부동산 부자들이 임대주택에 들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안 그래도 경쟁률이 높아서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서민들이 많은데, 주택공사에서도 이런 부적격자 입주 문제를 잘 알면서 그냥 넘어가고 있다”고 문제삼았다.

“주택공사가 그냥 버려진 땅에 싸게 집 지어서 월세 장사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박씨는 “주택공사가 개념이 없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씨는 이어 “부적격자로 의심되는 이들은 마주치기도 힘들고, 반상회에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해볼 기회가 없다”며 “임대아파트가 어차피 우리 소유도 아니고 주택공사 소유이기 때문에, 굳이 그 사람들에게 문제제기하기는 껄끄러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가진 자가 욕심을 더 부린다는 옛말이 틀린 게 아닌가 싶다”며 “안 그래도 임대주택에 산다고 조금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는데, 이런 임대주택마저도, 있는 분들한테 빼앗기는 현실은 정말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부동산 부자들이 굳이 임대 아파트에 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문제를 제기한 김태환 의원측은 "부동산 재테크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관리비가 저렴한 임대 아파트에 입주하고 여유 자금은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것. 따라서 임대 아파트가 부동산 부자들로 가득할 수 밖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 이진성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