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반대편에서 조언해 주는 평범한 주부”
한나라당 이완구 후보의 아내 이백연 여사
“남편은 열정적이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딱히 더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남편 자랑 좀 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충남도지사 이완구 한나라당 후보 부인 이백연(54) 여사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평소 나서서 남편 자랑을 해 본 일이 없던 터라 생소하고 부끄럽다는 것이다.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11월부터 오전 9시부터 밤 9시가 넘을 때까지 정신없이 충남 16개 시·군을 돌고 있지만 ‘남편의 이름을 알리는 것’ 외에는 나서기를 꺼린다. 이백연 여사는 이처럼 차분하고 몸을 낮추는 스타일이지만, 잠시만 같이 앉아 있어도 단아하면서도 곧은 품성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그래서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이완구 후보의 가장 중요한 상담자 역할을 하고 있다.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2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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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백연 여사, 한나라당 이완구 후보의 아내 | ||
남편이 최연소 경찰서장, 경무관을 거쳐 40대 초반 최연소로 충북과 충남의 지방경찰청장을 연임하면서 이백연 여사는 몸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80년대 중반에는 3년간 LA 총영사관 내무영사로 외교관 생활을 하기도 했다. 40대 중반에 정계에 입문해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UCLA 대학 교환교수까지 했다. 외국 생활은 이백연 여사에게 가장 달콤했던 시기였다. 가족이 모여 책도 읽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생활.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뒤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평온하게 휴식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부부는 88년 미국에서 세례를 받아 지금도 바쁜 시간을 쪼개 따로따로라도 미사를 드린다. 깊은 신앙심은 아니지만 착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이제는 친구처럼 편안한 남편이지만 결혼 초엔 워낙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 섭섭하기도 했다. 하지만 탱크, 불도저 별명을 가진 남편이 같이 TV로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슬며시 눈물을 흘리기도 해 ‘감성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느끼곤 한다.
현재 26살, 27살 아들을 둔 이백연 여사는 특별한 남편관이나 자녀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 틀에 박히지 않고 순리대로, 물 흘러가듯 살아가는 게 정도라는 생각에서다. 원하는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평범한 내조를 지향한다. 남편이 워낙 공부든 일에든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매사에 행동을 자제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이 이백연 여사의 교육법이다.
이 여사는 워낙 밖에 나가는 것을 꺼리는 성격이라 집 안에서 요리하고 꽃을 가꾸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가족들을 위해 요리하고 아끼는 화분을 가꿀 때, 여자로서 행복을 느끼는 평범한 주부다.
난향천리 덕향만리
“친정어머니는 올해 87세이신데 지금 이 시간에도 기도하고 계실 거에요.”
이미 15, 16대 국회의원을 거쳤지만 또 선거에 나온 것에 대해 집안 어른들은 안쓰러워하신다. 자식들 고생이 가슴아프기 때문. 하지만
한편으로 아직은 젊고 할일도 많다는 생각에 대견해 하신다.
난향천리 덕향만리(蘭香千里 德香萬里). 난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덕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이백연 여사는 마음속에 항상 이 말을 새겨 두고 있다. 지식보다는 지혜를,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기조를 품고 산다. 너무 단아하고 곧은 분위기라 왠지 부부 싸움도 안하고 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부부싸움은 거의 안하시죠?” 물었더니 웬걸. 여느 부부들과 똑같이 부대끼고 산다.
“싸우더라도 길어 봤자 1~2시간을 넘기지 못해요. 남편이 먼저 전화해서 사과하고 푸는 경우가 많아요. 화도 잘 내는 한국 남자지만 사과도 곧잘하고 한 걸음 물러설 줄도 알아요. 덕분에 신혼 때부터 큰 부딪힘 없이 살아온 편입니다.”
이백연 여사는 남편에게 항상 반대편에서 조언해 준다. 얼마 전 실시한 충남도지사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확인했지만 들뜨지 않도록 자중한다. 직언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놓치기 쉬운 부분을 냉정하게 점검하는 것. 때문에 칭찬보다는 쓴 소리가 많을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 충남도지사 후보 공천 과정 중에서 힘겹게 당선되었던 탓에 더욱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는 것도 있다.
“후회없이 하려고 정말 열심히 뛰었다”는 이 여사는 “일부러 잘 보일 것도 없고 인간적으로 최선을 다 하면 결과에 상관없이 미련이 남지 않을 것 같았다”고 조곤조곤 설명했다. 링겔을 맞아 가며 병원에서 잔 날도 많았고, 하루 종일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남편 곁을 지켜 주고 싶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똑같아서 ‘도지사 부인이 된다면? ’같은 섣부른 가정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충남이 국제도시로 성장했으면
금강 종합발전계획 수립, 백제 내포 문화권 개발 박차, 충남 쌀브랜드 세계화, 성공적인 행정도시 건설 등 많은 공약을 내세웠지만 이백연 여사가 가장 기대하는 남편의 공약은 ‘외자유캄 부분이다. 외자유치에 성공해 고용을 창출하고, 영어마을을 조성하는 등 충남을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시킬 기반을 마련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지방자치 체제가 재정 자립도를 요구하기도 하고, 외국생활을 통해 외자유치의 긍정적인 효과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는 이백연 여사는 “남편이
경제·외교·교육 등의 분야에 두루 경험을 지닌 만큼, 무슨 일을 맡게 되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며 조심스럽게 기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