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지방선거, 올바로 뽑기
특별기고
이창기 대전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지방자치가 부활된지 10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주민들은 지방자치를 10년 실시했으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 그리고 주민들의 의식과 행태가 한 단계 발전했어야 한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현실은 부정적인 평가들이 지배적이다.
비록 일부라고는 하지만 비리로 얼룩진 단체장들과 무능으로 대변되는 의원들, 지역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주민들이 버티고 있는 한 지방자치에 대한 평가는 결코 긍정적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지방자치 자체를 부정하는 국민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방자치를 실시하지 않았더라면 오늘과 같은 지방분권과 주민참여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5.31지방선거는 분권과 참여가 제도화될 수 있느냐를 가늠짓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분권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실천력을 겸비한 후보들을 선출하여 분권혁명을 이룩해야
한다.

▲ 이창기
교수
사실 분권은 시대의 흐름이다. 일찍이 앨빈 토플러는 ‘권력이동’이라는 저서를 통해 디지털기술의 발달과 정보화가 권력의 이동을 촉진할 수 밖에 없음을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 역시 1987년 6.10항쟁을 통해 시민권력의 시대를 맞았고,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되면서 지방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그러나 지방분권의 추진은 중앙집권으로부터 편익을 향유하던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지연되어 왔다. 그런 가운데서도 참여정부는 국정의 핵심과제로 분권과 혁신을 선정하고 진정한 분권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물질적 토대구축을 위해 균형발전에 힘쓰는 한편 정신적 토대구축을 위해 행정혁신에 매달려 왔다.
그래서 2004년은 한국사회에 있어서 분권화의 원년이 될 듯싶었다. 우선 여야합의로 1999년에 설치된 지방이양추진위원회의 활동이 2003년 6월에 마감되고 2004년 정기국회에 지방이양일괄법이 제출, 통과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별지방행정기관의 폐지와 더불어 중앙의 권한이 지방으로 대폭 이양될 수도 있었다. 또 하나 분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능의 분산인데 노무현대통령의 행정수도이전공약은 어떤 정권의 분산정책 보다 기대가 크고, 실현성도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지방분권정책은 한 발 뒤로 물러섰을 뿐 아니라 행정수도이전도 행정도시건설로 후퇴하고 말았다.
여기에서 지방분권이란 지방정부의 자유로운 정책결정권한과 이러한 권한을 행사하여 지역주민의 복지수준을 증진시킬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즉 지방분권은 자치권한과 자치능력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분권화의 수준을 알아보기 위하여 자치권한과 자치능력으로 나누어 평가를 해 보면 자치권한의 측면에서는 제한된 자치입법권과 통제중심적 조직설치기준, 그리고 높은 기관위임사무비율에 비추어 여전히 분권화가 미흡한 상태이다.
현재 사무배분의 경우, 국가사무 73%, 국가위임사무 3%, 지방사무 24% 등으로 중앙정부의 과부하 때문에 효과적인 국정수행이 곤란한 상황이다. 지난 5년동안 지방이양위원회는 중앙정부의 저항과 지방정부의 수용성부족으로 기껏 2%내외의 중앙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특히 사무이양에 연계한 재정 및 인력의 이관미흡으로 지방정부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중앙부처의 적극적인 협조 부족과 단순집행적 단위사무위주의 이양으로 자치단체사무처리의 종합성, 효율성제고에 한계를 안겨 주고 말았다. 그래서 참여정부에 거는 기대는 특별행정기관의 폐지와 같은 획기적 조치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참여정부의 지방분권로드맵에 따르면 2006년까지 지방이양일괄법령을 단계적으로 제정추진하고, 중·대단위 기능중심의 포괄적 지방이양을 추진해 이양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자치단체의 종합성과 주체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자치능력의 측면에서는 세입구조에서 실질배분과 형식배분의 큰 격차로 중앙정부에 대한 지방정부의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적 자율성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2005년 현재 약 80% 대 20%이며, 지방교육재정을 제외한 실질배분과 형식배분의 격차는 18.6%이고, 지방교육재정을 포함하면 36%에나 이르고 있다. 심지어 지방세로 인건비해결이 곤란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전체의 62% 수준인 155개나 이르고 있다.
이상과 같은 내용에 비추어 분권화수준은 무늬만 지방자치라고 할 수 있는 낙제점수에 해당한다. 물론 지방자치에 대한 경험과 이해부족, 능력부족 및 제도의 미비 그리고 중앙정부의 지원부족 등으로 인해 지방자치가 굴절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가 분권혁명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필요로 하는 권한과 재원을 중앙정부가 충분히 배분해 주도록 강력히 요구할 수 있는 후보가 선출되어야 한다. 즉 지방정부가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낼 수 있도록 지방자치와 관련한 관계법규 및 지방재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충분한 재정확보방안을 얻어 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의 지방자치정착을 위한 의지가 중요하므로 중앙집권체제에서와 같은 중앙정부의 과도한 통제와 규제를 과감히 줄여 나가도록 강요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방자치의 정착과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수준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거짓 약속을 하지 않고 돈쓰지 않는 등 불법선거를 지양하고, 실현가능성 있는 공약을 내걸어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메니페스토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나아가 선거권을 갖고 있는 주민들은 올바른 주권행사를 위해 후보를 철저히 비교 검토하고 최선의 후보가 아니라 덜 나쁜(?) 후보를 뽑는다는 자세로 차츰 차츰 인물교체를 이루어 가야 한다. 지방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자기 지역에 대한 정체성과 비전을 확실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동안의 삶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럴 때 지방자치는 착실하게 뿌리를 내리고, 주민 모두에게 만족할만한 행정서비스를 통해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여 주는 탐스런 열매를 안겨줄 것이다.
이창기 교수 / 대전대학교 행정학부 전공 : 환경 및 에너지 정책, 도시문제 주요경력 E-mail : leeki@dju.ac.kr
학력 : 행정학 박사, 서울대학교
(현)행정자치부 지방행정혁신평가위원
(현)산업자원부 자원정책평가위원
(현)교육인적자원부
평생교육정책자문위원
(현)병무청 병무행정발전시민참여위원장
(현)중소기업청 혁신평가위원
(현)대전광역시 복지만두레
자문위원장
(현)충청남도 자체평가위원장
(현)행정수도이전범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
(현)청소년문화포럼
수석대표
(현)대전대학교 에너지정책연구소장
(현)대전소비자시민모임 운영위원장
(현)충효국민운동본부
부총재
한국정치정보학회장
대전충남행정학회장
국무총리실 지방이양실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