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경중원(破鏡重圓)
이재복 배재대학교 기획평가과장
파경중원(破鏡重圓)은 태평광기(太平廣記)에 나오는 고사이다.
파(破)는 돌 석(石)에 가죽 피(皮)를 짝지은 글자로서, 돌로 가죽을 두드리면 가죽이 터진다 하여 '깨뜨리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수나라 문제(文帝)가 천하통일의 야심을 품고 진(陣)나라를 침공했다. 당시 진(陣)나라의 왕 후주(後主)는 주색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 이에 백성들은 도탄에 빠지고 국력은 쇠약해져 있었다. 수 문제가 쳐들어오자 진나라의 낙창공주와 그의 남편 서덕언은 이미 대세가 기울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두 부부는 진나라가 망하면 서로 생이별 할 것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당시의 풍습상 패전국의 왕족과 권신들은 승자의 전리품으로 전락하여 남자는 노복이 되고, 재주와 미모가 뛰어난 여자는 권신의 애첩이 되는 것이 상례였다.
서덕언은 낙창공주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 헤어지면 언제 만날지 모릅니다. 분명 당신은 미색이 뛰어나 수나라 권신의 첩이 될
것이오, 그러나 어떻게든 살아 있어야 합니다,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낙창공주는 말없이 남편을 끌어않고 울기만 했다.
밤새 끌어안고 울던 서덕언은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우리 이렇게
합시다. 거울을 깨서 서로 간직하는 것입니다. 공주께서는 내년 정월 보름에 그 깨진 거울을 사람을 시켜 장에 내다 파십시오, 그러면 서로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덕언은 거울을 깨뜨려 반쪽을 공주에게 주고 떠났다.
마침내 진나라는 멸망하고 수 문제는 낙창공주를 재상 양소에게 하사했다. 양소는
재색을 겸비한 공주를 총애하였다. 그러나 공주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항상 수심에 잠겨 있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듬해 정월 보름이
다가왔다. 공주는 사람을 시켜 깨진 거울을 장에 나가 팔도록 부탁 했다. 서덕언이 정월 보름이 되어 시장에 나가보니, 한 노인이 깨진 거울을
팔고 있었다. 그는 노인으로부터 공주의 소식을 전해 듣고 시 한 수를 써서 그녀에게 보냈다.
거울과 사람이 함께 떠났는데
거울은 돌아왔건만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네
상아의 모습 온데
간데 없이
하늘에는 밝은 달만 빛나네.
이 시를 본 공주는 서덕언이 살아있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그러나 잠시 후 생이별을 원망하며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 몸져누웠다.
양소는 공주에게 그 연유를 물어보았다.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들은 양소는 그들이 재결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 후부터 파경중원은
'부부가 이별했다가 다시 결합 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반대말로는 부부의
이혼을 가리키는 파경(破鏡)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