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대 교수 성추행 ‘시민들 분개’
졸업생 이씨 “당한 적 있다” 청주YWCA에 상담
서원대 졸업생 이 모씨는 최근 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에 “과 교수로부터 몇 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이씨는
서원대 성희롱·성폭력상담소에도 같은 내용을 접수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국가인권위원회 등에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경위서에서 이 모 교수가 강제로 자신의 집으로 끌고가 키스하려고 했으며, 이후 으슥한 길로 데려가 안으면서 “네가 나
좋아하는 것 아니까 너 선생님 되면 내가 자줄께”라는 등의 망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또 학내 성희롱·성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에서 교수
성추행 사실을 학생들에게 조사하자 이 교수가 유리한 쪽으로 진술서를 써 달라는 요구를 친구들에게까지 귀찮을 정도로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
씨의 피해 사실은 지난해 문제됐던 서원대 교수들의 성추행 사건과도 연관된다.
3명 교수에게 정직 및 감봉조치
지난해 서원대는 교수들의 성추행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대학 내
상담소는 2004년 4월 시간강사에 의해 성희롱을 당했다고 호소하는 한 학생의 사건을 자체 조사하던 중 학내에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성희롱사건이
있다는 제보를 접수한다. 그래서 총장의 지시하에 상담소는 무기명 앙케이트 조사를 벌인 것. 실제 이 때 학생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여명의 교수 이름이 거론됐고, 이 중 5명이 심각한 성추행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게 관련 교수의 말이다.
결국 서원대는 3명의
교수들에게 각각 정직 3개월, 정직 2개월, 감봉 3개월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처음에는 경고와 무급휴직 등으로 처리했으나, 적절한 징계를 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여성계 여론이 빗발치자 정식으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단행했다. 이 사건은 1년 동안 서원대 구성원들이 쉬쉬하는 바람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해 5월 역사교육과 이채욱 교수가 “이 대학의 정의는 죽었는갚라는 대자보를 붙임으로써 비로소
공개됐다.
이 씨는 상담소에서 교수들의 성추행 사실을 조사할 때 일부를 진술했고, 이 씨에게 성추행을 한 이 교수도
징계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 씨가 다시 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에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가해 교수들이 징계 기간이 끝나고 학교로 복귀한 것을
보고 분개해서라는 게 이 상담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김미경 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장도 “대학내 성폭력은 교수와 학생이라는
권력관계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은폐되기 쉽다. 서울대 우 조교 사건이 공론화된 최초의 대학내 성희롱 사건이고, 이후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그럼에도 ‘어떻게 딴 교수직인데’하면서 경징계에 그치고 학교측은 학교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이번 서원대 사건도
마찬가지다. 최연희 의원이나 전 영동부군수 사건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면 서원대 교수들도 교수직을 내놓아야 한다”고 분개했다.
/ 서종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