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비암사와 금성산 찾아 백제의 숨결 느끼다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세종시(시장 최민호) 곳곳에는 백제시대의 유적과 유물이 산재해 있다. 비암사와 금성산 금이성 또한 백제시대의 문화유산이다.
전의면 다방리에 있는 비암사는 세종시의 대표적인 전통 사찰로 백제멸망 후 나당연합군과 싸우다가 전멸한 백제 부흥군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창건 되었고, 백제의 마지막 사찰로 알려져 있다.
금성산은 세종시 전의면과 전동면에 걸쳐 있으며,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차령산맥의 지맥에 있다. 금성산 정상부에 있는 금이성은 전동면 송성리에 있고, 인근 이성, 운주산성과 함께 백제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백제의 철옹성 금이성은 백제부흥운동의 중심지이며, 최후의 항전지로 추정하고 있다.
꽃이 피는 걸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누그러진 지난 3월 3일에 세종시 명산을 기행하는 모임(세종명산한바퀴)은 열 네 번째 산행지 금성산을 찾았다. 금성산(금이 산성) 부근이 오는 5월 15일까지 산불방지 입산 통제구간이다.
입산 통제구역의 출입을 원할 경우에는 입산 허가증을 교부받아야 한다. 우리 일행은 사전에 입산 허가받아 봄맞이 산불 예방과 산림보호 활동 특별산행을 계획했다.
금성산을 오르는 등산로 들머리는 비암사, 연서면 쌍류리, 전의면 양곡리와 달전리, 전동면 송성리 방면 등 다양하다. 전동면 송성3리 송성지(저수지) 방향이 금성산을 오르는 최단코스이다.
비암사에서 출발해서 비암산(380m), 수디산(383m), 금성산(430m), 작성산(331m)을 지나 송성리 방향으로 하산하여 개미 고개에 도착하는 약 10km의 종주 산행도 가능하다. 이번 산행은 비암사에서 출발하여 금성산에 있는 금이성을 다녀오는 원점회귀 코스이다.
비암사는 대중교통의 접근이 어렵고, 대형주차장과 소형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 일행은 비암사 소형주차장에 도착해서 주차장 옆에 있는 등산로 안내판을 살펴보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비암사에서 금성산까지 거리는 약 4.4km 정도. 주차장에서 다리를 건너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르면서 오른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비암사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곧이어 왼쪽으로 레이캐슬CC 골프장이 자리하고 있다. 등산로는 대부분 흙길이고 낙엽으로 덮여 있다. 참나무와 소나무들로 울창한 숲속 산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걷기 편한 등반 수준이다. 그렇다고 그냥 걸으면 되는 것으로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등산로 곳곳에 금이 산성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어 길을 찾기 쉽다. 비암산과 수디산을 지나 능선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벌목지대가 나타나면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날씨가 좋으면 저 멀리 세종시 신도심과 계룡산 모습이 보인다. 능선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덧 갈림길 임도를 만나고, 임도를 따라 금이 산성 방향으로 걷는다.
임도에서 금이 산성 0.7km 이정표로 진행하여 15분 정도 올라가면 금성산 금이성에 다다른다. 금이성이 이성, 운주산성, 고려 산성 등과 함께 남북으로 일렬로 위치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금이성은 금이 산성이라고도 부르며, 세종시에서 운주산성 다음으로 두 번째 규모의 산성이다. 금이성은 세종시 지정 문화유산(기념물)이다. 금성산에 축조된 금이성은 성곽의 길이가 714m에 이르는 테뫼식 산성(산 정상부를 둘러쌓은 성)이다.
금이성 안내판에 따르면, 금이성이 철옹성 같다고 하여 쇠성 또는 금성이라 불렸다고도 한다. 성내에서 백제시대부터 고려시대의 유물로 보이는 항아리, 대접, 사발 등 토기 조각 등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백제시대에 축조되어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이성은 6세기 중반 삼국이 한반도 중부 지역에서의 전략적 우위를 놓고 다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고 한다.
금이성 순환로를 걷는다. 금이성의 성벽은 철옹성답지 않게 대부분 심하게 무너져 내린 상태이고 남쪽의 성벽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백제시대의 성벽이 천년의 세월을 지나 현재까지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는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산성 북단에 있는 팔각정에 도착했다. 그 옆에 있는 망루에 올라가서 주변 경관을 조망한다. 천안, 아산과 청주 방향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금성산을 오른 등산객을 만난다.
이곳은 5월 15일까지 산불방지 입산통제구역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산불 조심을 당부했다. 금이성의 순환로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비암사 방향으로 하산하면서 등산로 주변 쓰레기를 줍는다.
사람답게 사는 인생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덧 비암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비암사에서 출발하여 금성산을 다녀오는 원점회귀 코스는 왕복 거리 9.4km에 운동시간 3시간 정도 걸렸다.
비암사 경내를 둘러본다. 비암사 담장에 설치한 ‘아니 오신 듯 다녀가시옵소서~’ 목판이 눈길을 끈다. 주차장에서 돌계단을 오르면 오른쪽에 수령 86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우뚝 서 있다.
흉년에는 잎이 밑에서부터 피어 위쪽으로 피어오르고, 풍년에는 위에서 아래쪽으로 피어 내린다고 한다. 올해도 잎이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피어 내리길 소망한다.
비암사의 문화유산에는 국보 1점, 보물 3점, 시 유형문화재 3점 등 모두 7점이 있다. 세종시에서 가장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찰이다.
국보 계유명 전 씨 아미타불비상, 보물 기축명 아미타불비상과 미륵보살반가사유비상 등 3점은 국립청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고, 현재 비암사에는 보물 극락보전, 시 유형문화재 삼층석탑, 영산회 괘불탱화, 소조아미타여래좌상 등 4점이 있다. 극락보전 뒤쪽에 있는 산신각에서 내려다보는 사찰 풍경은 너무 멋졌다.
비암사를 나와 고복저수지에 있는 맛집으로 이동했다. 비암사 진입도로에 있는 도깨비 도로는 비암사 나들이의 체험 포인트이다.
비암사 진입도로를 나가면서 도로의 시작 지점에서 중립 기어를 놓고 살짝 발을 떼면 오르막처럼 보이는 도로를 자동차가 서서히 내려간다.
실제로는 내리막이지만 오르막처럼 보이는 착시 때문이다. 금성산 주변의 볼거리는 시립민속박물관, 베어트리파크, 뒤웅박고을 그리고 6.25 격전지 개미 고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