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플로리스트협회 대전지부

꽃보다 아름다운 플로리스트, 그들이 만들어 가는 향기로운 모임

2006-05-09     편집국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중략>  - 김춘수 「꽃」

꽃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밝고 화사함이다. 그런 이미지 때문에 꽃은 많은 문학작품에서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꽃을 만지는 사람들은 어떨까. 막연하게나마 꽃을 가꾸고 손보는 사람들은 남보다 행복하지 않을까 짐작해 보았다.  

‘플로리스트(Florist)’란 ‘플라워(flower)’와 ‘아티스트(Artist)’의 합성어로 꽃을 이용해 실내·외의 공간을 연출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화훼류를 주 소재로 해 기능성과 미적 효과가 높은 장식물을 계획하고 디자인하는 게 주요 업무다. 이 직업은 몇 해 전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으로 우리곁에 생소하게 다가왔지만, 지금은 꽤나 익숙해져 지난해에는 여성부가 선정한  ‘미래 유망 여성 직업 100선’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웰빙 열풍과 함께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더욱 각광받는 직업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플로리스트는 크게 플라워 디자이너, 코디네이터, 강사로 나눌 수 있다. 플라워 디자이너는 플라워샵에서, 또는 출장을 통해 꽃다발이나 꽃 포장, 꽃바구니, 연회용 꽃, 행사용 꽃, 웨딩부케 등의 상품을 만들며 전문적인 감각을 자랑한다. 플라워 코디네이터는 꽃으로 공간 전체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이다. 이벤트장, 호텔, 패션쇼장 등의 전체적인 인테리어에 꽃을 기본 소재로 활용하는 직업이고, 플라워 스쿨 강사는 학생들에게 꽃에 대한  감각을 키워주고, 새로운 기법을 개발해 전수하는 사람들이다.

비영리단체인 사단법인 한국플로리스트협회 대전지회를 찾아 꽃을 업으로 삼고 있는 6명의 임원들을 만나 그들의 삶의 향기를 느껴봤다. ‘한 분 한 분 인물 사진을 찍고 싶다’는 기자의 요청에 ‘대신 그 지면을 꽃으로 채워줄 수 없겠느냐’고 반문하는 김성숙 대전 지회장(47)을 보며 그들의 꽃에 대한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서른명 남짓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플로리스트협회 대전지회는 올해 7년째 이어오고 있다. 회장, 이사, 총무, 강사, 교육위원등 각각의 직함을 가진 회원들이 많지만 ‘전 회원의 강사화’가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적게는 10년, 길게는 20년 넘게 꽃을 가까이한 회원들이라 곁에만 가도 꽃 내음이 물씬 풍길 정도다. 나이를 묻자 나이를 잊고 산다며 밝히기를 꺼려하지만, 젊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평균 40대 중반을 살아가고 있다.

플로리스트협회는 일선에서 활동하는 플로리스트들의 권익 향상이 가장 주된 설립 취지인 만큼 회원들끼리 오랜 세월 꽃집을 운영한 노하우는 물론,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을 대하는 마음까지 함께 나누고 있다.

지난해까지 6년여 동안 대전지회 지회장을 맡았던 김정희 이사(50)는 “플로리스트란 단어가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쓰였고, 국내에는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단어만 그렇다는 것일뿐 몇십년 전부터 직업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은 1년 동안 준비해 노동부가 후원하는 대한민국화훼장식경기대회에서 금상, 은상을 휩쓸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대전지회 플로리스트협회의 문턱은 개방적이고 낮은 편이다. 임원들은 플로리스트 기사 자격증, 사범 자격증 등을 두루 갖췄지만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고 밝힌다.

다만 일반적으로 꽃을 어느 정도 접해 본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아주 기초적인  내용은 교육과정에서 제외했다. 1년에 10회 정도 무료 강습을 하는데 가정에서 흔히 할 수 있는 생활 꽃꽂이부터 그 범위가 꽤 넓다. 또 3개월에 한번씩 정규 모임을 갖고 친목 도모와 외부 강사 초청 특강, 내부 교육위원을 활용한 강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년 전에는 취미활동으로 꽃꽂이, 붓글씨 인기

20여년 전에는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 꽃꽂이, 붓글씨 정도로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꽃꽂이에 입문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이런 대부분의 입문 동기와는 달리 김혜숙(47) 교육위원은 간호사를 하던 중 짬짬이 꽃꽂이를 배워 병원을 장식하기 시작했는데 의사나 동료 간호사들, 환자들의 칭찬에 힘입어 전문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경우다.

특이한 것은 대전지회에서 만난 6명의 회원 중 청일점인 김종훈(42) 총무의 입문기. “대학 원예과에 진학해 꽃집을 하는 선배와 같이 살다가 군에 입대하게 되었는데, 마침 사단장이 꽃과 나무를 너무 좋아해 상병 이후로는 줄곧 군대 꽃살림을 도맡게 되었다”며, 자연스럽게 천직이려니 여기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컴퓨터가 파고들지 않은 공간이 없을 정도라 컴퓨터로 화환 리본 글씨를 뽑기도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플로리스트들은 직접 한자, 한자 붓글씨 실력을 뽐내야 했다. 덕분에 꽃집 주인치고 성질 급하고 모난 사람이 없다는 통설까지 있다.   

꽃은 즐거움, 인성 가꾸기에 최고 

플로리스트는 받는 사람의 기분을 떠올리며 꽃을 만진다. “어떤 손님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와 ‘결혼기념일입니다. 아내에게 줄 꽃이죠’하면, 그때부터 받는 분의 기쁨만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는 김지연(37) 강사는 “옆에 있는 직원이 ‘어머머 꽃을 그렇게 많이 쓰세요!’ 걱정할 때까지 정성스럽게 아끼지 않고 마음을 담아 만든다”고 설명했다. 김 강사뿐 아니라 대전지부 임직원들 모두 입모아 강조하는 것이 꽃은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 생활이라는 것이다. 일단 작업을 시작하면, 마음을 전달하는 일인지라 한 송이에 얼마, 얼마 등을 따질 틈이 없다는 얘기다.

가사 일이나 아이들 교육을 따로 꼼꼼히 챙길 수 없는 직업이지만 엄마의 꽃 사랑이 아이들에게도 크게 동화되고 있다. “큰 아이가 100일 때 군자란을 샀는데 고등학생인 지금까지 잘 키우고 있다”는 전현옥 강사는 “집에서 물을 주고 잎을 닦아주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단연 아이 몫일 정도로 작은 풀꽃 하나 예사롭게 보지 않는 인성을 갖추게 되었다”고 자랑했다.  

운전도, 분갈이도 척척…체력은 필수

유난히도 이쁘다는 꽃집 주인. 우아하게 앉아 꽃처럼 해맑게 웃어 참으로 고상한 직업이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속단이다. 흔히 꽃집에 가면 진열된 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냉장고를 만날 수 있는데 냉장고에 진열하기까지 많은 정성을 필요로 한다. 새벽같이 직접 차를 끌고 가 꽃을 사온 뒤, 가시를 없애고 아기자기하게 진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꽃 당 2시간. 가시에 찔리고 상처 입기를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게다가 커다란 관엽 화분을 분갈이 하려면 보통 체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강철 체력을 기본으로 하고 미적 감각까지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니 물 아래서 쉬지 않고 물길질 하는 백조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전국 최초로 꽃밭가꾸기 행사 열어

플로리스트협회 대전지회는 지난 4월 9일 국내 플로리스트 지회 중 최초로 복지시설 명주원과 모자원 두 곳을 찾아 ‘꽃밭가꾸기’ 행사를 치렀다. 준비에서 완료까지 단연 무료 봉사활동이었다. 꽃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지역봉사에도 앞장서야 한다는 게 회원들의 철학이다. 꽃밭가꾸기 소식은 전국으로 퍼져 다른 지부에서도 벤치마킹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이 밖에도 대전지회는 5월 2일부터 7일까지 KBS 1층에서 꽃, 야생화, 분재, 농장꽃 등으로 꽃 미니 박람회를 연다. 안면도 꽃 박람회가 시작된 뒤 아이디어를 착안해 KBS와 손잡고 4년째 개최하게 되었다. 플로리스트협회 대전지회의 열성만큼, 많은 시민들이 보다 가까이서 꽃과 자연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 한국플로리스트협회 대전지부

플로리스트가 되려면?

플로리스트의 기본 요건으로는 꽃에 대한 사랑과 손재주, 실험정신 등을 꼽을 수 있다. 아울러 밤을 새우고 꽃시장을 찾아다니기 위해서는 운전실력, 건강한 체력은 필수다.

전국의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학의 화훼 장식과 등에서 정규 과정으로 플라워 디자인 교육을 받아 플로리스트가 될 수 있다. 천안 나사렛대학교에서는 전국 최초로 정식 명칭으로 플라워 디자인 학과가 신설되어 기존 원예학과, 화훼 장식학과 등의 벽을 뛰어넘게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기존의 플로리스트가 운영하는 학원을 통해 플로리스트가 된다. 플로리스트와 관련된 민간 자격도 많이 있지만,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 시험이 있어 1년에 2번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플로리스트협회가 실시하는 플로리스트 자격시험은 96년 ‘화훼장식기능검정’이라는 명칭으로 첫 시험이 시행되었다. 그 뒤 2001년 제 6회 ‘플로리스트 자격시험’이라는 명칭으로 개칭되어 일년에 두 번, 현재 14회째 이어져 오고 있다. 1·2·3급으로 구분되는데 3급은 응시제한이 없고, 2급은 3급 시험을 통과한 뒤 경력을 1년 쌓아야 한다. 마지막 1급은 2급을 딴 뒤 2년이상 활동해 협회의 인정을 받아야 응시 요건이 충족된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나뉘는데 필기시험은 화훼재료 및 형태학, 화훼품질유지 및 관리론, 화훼장식학, 화훼유통 및 경영론, 화훼장식디자인 제작론 등으로 구성된다. 실기시험은 핸드타이드 부케, 절화장식, 신부 부케와 코사지 또는 결혼식용 꽃장식, 테이블 장식, 플랜트 어렌지먼트, 주제과제, 방 이나 벽장식, 서프라이즈 어렌지먼트 작품 중 2~3과제가 작업형으로 진행된다.   

문의 : 한국플로리스트협회 www.kflor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