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세계 최고 수준 '수전해용 음이온교환막 소재' 개발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전해용 음이온교확막 소재를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이장용·김성준 박사 연구팀이 최근 연구 논문에서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장치에 적용 시 해외 상용 소재 대비 성능 및 내구성이 월등히 향상된 고분자량화 폴리카바졸계 음이온교환 소재 기술을 선보였다고 3일 밝혔다.
그린수소 생산 기술 중 음이온교환막 수전해 방식은 기존 기술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함께 갖춘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핵심 소재인 음이온교환막 관련 시장은 2021년에서 2029년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CAGR) 5.2%로 성장해 2029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10억 1천 7백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존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은 설비 가격이 낮고 기술적 성숙도가 높아 현재 가장 많이 쓰이고 있으나 낮은 효율과 함께 저순도 수소를 생산한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양이온교환막 수전해 기술은 성능이 우수하고 고순도 수소 생산이 가능하나, 귀금속 촉매를 활용하는 등 핵심 소재가 매우 비싸서 전체 설비 가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음이온교환막 수전해 기술은 저렴한 촉매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높은 효율로 고순도 수소 생산이 가능하여 기존 기술의 장점을 모두 갖춘 차세대 수전해 기술이다. 그러나 전해질막 및 이오노머(전극 바인더)로 활용되는 음이온교환 소재의 낮은 성능 및 내구성이 상용화에 걸림돌이었다.
최근에는 미국, 캐나다, 독일 등 기술 선진국을 중심으로 우수한 음이온교환소재가 개발돼 상용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에서도 상용화에 힘쓰고 있으나, 핵심 부품인 교환막과 전극을 만드는 소재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 국산화가 절실하다.
이에 연구진은 튼튼하고 분자구조 조절이 용이한 폴리카바졸(PC, Polycarbazole)계 소재를 설계, 분자량을 높이는 기술을 적용하여 수소 생산 성능과 내구성을 높인 이온교환소재(HQPC-TMA)를 개발했다. 이 소재로 만든 음이온교환막 및 셀은 기존 상용화된 소재보다 10배 우수한 내구성과 20% 이상 높은 이온 전도 성능(이온전도도) 등 세계 최고의 성능을 나타냈다.
이장용 박사팀은 2020년에 이미 우수한 음이온 전도 성능 및 화학적 안정성을 갖는 폴리카바졸 기반의 음이온교환소재(QPC-TMA)를 개발한 바 있다. 이번에 개발한 소재 (HQPC-TMA)는 이전 소재에 사슬 연장기(chain extender)를 도입하여 분자량을 더욱 증대시키고, 정제 과정을 추가해 저분자량 물질은 효과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성능과 내구성 모두 개선시킨 소재이다.
실험 결과 개발 소재(HQPC-TMA)는 80℃의 고농도 알칼리 용액(3M KOH 수용액)에서 2500시간 경과 후에도 이온전도도가 거의 100% 유지될 정도로 매우 높은 화학적 안정성을 보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온화한 일반 평가 조건(80℃, 1M KOH 수용액서 1000~3000시간 평가)에서 초기 음이온전도도 대비 97%~60%의 이온전도도 보존율을 보인 기존 소재들에 비해 우수한 결과다.
또 개발 소재(HQPC-TMA)를 음이온교환막으로 활용, 비귀금속 전극과 결합한 수전해 셀을 제작해 1000시간 동안 가속 평가(60℃, 1.0 A/cm2)했을 때도 동일 조건에서 기존에 보고된 가장 낮은 수전해 셀 열화 속도 대비 약 10배 느린 성능 감소 수치를 보여 개발 소재의 내구성이 매우 우수함을 다시 확인했다.
이번 개발 소재(HQPC-TMA)를 활용한 수전해 셀은 기존 해외 우수 소재보다 월등한 수소 생산 성능을 보였다. 특히 동일 조건에서 현재까지 보고된 성능 중 가장 우수한 14.6A/cm2의 성능을 보여, 동일 에너지에서 수소를 더 생산할 수 있는 높은 효율성을 보여줬다.
HQPC-TMA로 만든 수전해 셀은 알칼리수가 아닌 중성수를 적용한 경우에도 상용 소재 대비 2배 이상의 성능을 보였고, 알칼리 해수를 활용한 경우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매우 우수한 셀 성능을 보였다. 현재 상용 소재의 경우 일반적으로 쓰이는 알칼리수 외에는 매우 낮은 성능을 보이는데, 앞으로 연구가 필요한 민물이나 바닷물을 활용한 수전해 구동에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현재 후속 연구로서 규모를 키우는 대용량 합성 연구와 대면적 강화막 제조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전기화학적 CO₂ 전환 장치 또는 연료전지에도 활용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가 기대된다.
이영국 원장은 “음이온교환막 수전해 기술이 상용화까지 이어져 핵심 소재 국산화 및 수소 경제 달성에 이바지하고, 우리나라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입을 통해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