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리선출 '신사참배' 최대 이슈
일본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가 한, 중관계 뿐 아니라 국제문제로 확산되면서 오는 9월에 있을 차기 총리 선출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미 하원 하이드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말 미 하원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미 의회에서 연설을 하려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대해 여러명의 미 의회 관계자들이 동조했으며 하이드 위원장의 서한 발송 사실을 확인했다고 교도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미 의회 분위기에 민감한 자세를 보인 것이다.
교도통신은 일본 수상이 상하 양원을 상대로 연설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검토한 적이 일본정부 내에 한때 있었다고 전하면서 "연설 실시가 참배 중지라는 조건을 설정한 모양"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또 "미 의회 실력자의 참배 중지 권고는 수상에 대한 국제 압력의 고조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의 미일 관계에도 파문이 퍼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아시아를 순방중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수상의 야스쿠니 참배를 둘러싼 한중-일 대립 해소를 호소해 이래저래 부담은 배가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 떠오르고 있는 총리 후보는 바로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이다.
유력한 총리 후보인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포스트 고이즈미'를 내세운데 반해, 후쿠다 전 관방장관은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강행과 한중 관계 악화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결과가 지지율 변화다. 30% 정도 차이가 나던 아베-후쿠다 지지율이 최근에는 한자릿대로 줄어든 것이다. 일본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한자릿대로 근접하기는 처음이다.
교도통신이 지난 13-14일 이틀동안 성인 1천2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장관은 40.1%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한달 전에 비해 11.8% 포인트가 준 것이었다. 반면 후쿠다 전 관방장관은 31.4%로 한달 전에 비해 9.3% 포인트 늘었다. 두사람의 격차는 8.7% 포인트.
또 요미우리신문이 13-14일 성인 1천788명을 상대로 실시한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도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 축소는 뚜렷했다. 아베 장관은 40% 지지로 23%에 그친 후쿠다 전 관방장관을 크게 앞섰지만 한달 전의 31% 포인트 격차에 비하면 그 폭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국제관계 악화를 우려한 일본인들이 총리의 신사참배 강행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기 시작했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교도통신이 조사한 설문에서, 차기 총리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 여부에 대해서는 '해서는 안된다'가 51.8%로 과반을 차지했고 '해야된다'는 35.8%에 그쳤다.
교도통신은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내세우며 '고이즈미식 외교'에 반기를 든 후쿠다 전 관방장관에게 일본국민들의 호감이 지지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한편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16일 "대다수 미국 의원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비판하지 않고 있다"며 고이즈미 총리를 지지하고 나섰다.
고이즈미 총리도 15일 "나는 미 의회에 연설을 요구한 적도 타진한 적도 없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CBS국제부 나이영 기자 ney420@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