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화재사고는 '공공의 적' 아들

보험금 노리고 아버지 살해, 방화로 범행 은폐

2006-05-17     편집국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신흥리의 한 농가에 불이 난 것은 지난달 25일 새벽.

이 불로 당시 63살 이모씨와 이씨의 9살난 친손자 등 2명이 숨지고 나머지 가족 6명이 중화상을 입는 등 큰 피해가 났다.

더구나 숨진 이씨 부부는 폐지를 주워가며 겨우 끼니를 연명하는 어려운 생활 여건 속에서도 여러명의 손자손녀들을 도맡아 키우는 등 사랑을 베풀며 생활해 온 것으로 드러나 주변의 안타까움은 더욱 컸던 사고였다.

하지만 사고발생 20여일 만에 이 화재는 숨진 9살짜리 어린이의 친 아버지, 그러니까 숨진 이씨의 둘째 아들이 보험금을 노리고 벌인 패륜 사건임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에 붙잡힌 31살 이모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미리 준비한 흉기를 이용해 잠들어 있던 자신의 아버지를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타살 흔적과 범행 사실 등을 은폐하기 위해 가족들이 잠들어 있던 집안에 불을 지르는 등 자신의 친아들마저 숨지게 만들고 어머니와 친형 등 나머지 일가족 6명에게는 중화상을 입히고 말았다.

경찰조사결과 이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한달 전 모 생명보험사에 아버지 명의로 사망시 최고 5천만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해 놓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생활고에 시달려 이같은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씨는 화재발생 뒤 취재진과 주민들에게 선친의 공적을 소개하며 눈물을 흘리는 등 애절한 효심을 드러내 주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 쇼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숨진 이씨의 동네 사람들이 이씨 가족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며 그동안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걷어주는가 하면 집을 다시 짓는데 봉사활동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져 그 상실감은 더하다고 할 수 있다.

경찰은 최근 수사망이 좁혀오자 대구시 모처로 달아난 이씨를 추적 끝에 긴급체포하고 17일 살인과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전CBS 천일교 기자 ig1000@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