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원전폐수 삼중수소 제거 촉매 개발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원전폐수의 삼중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고동연 교수 연구팀이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찬우 박사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원전 폐수에 함유된 삼중수소 제거 공정을 위한 새로운 구조의 이중기능 소수성 촉매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의 촉매는 특정 반응 조건에서 최대 76.3%의 반응 효율을 보였으며, 특히 현재까지 밝혀진 바가 거의 없는 수백 ppm 수준의 저농도 동위원소에 대한 촉매의 작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현재 삼중수소 제거에는 주로 액상 촉매 교환 공정이 이용되며 해당 공정 중 수소-물 동위원소 교환 반응이 일어난다. 촉매에 주로 이용되는 백금은 반응성이 높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물에 의해 반응 자리가 쉽게 비활성화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적은 양의 백금을 고르게 분산하고, 물을 밀어내는 성질인 소수성 물질을 도입해 수분에 의한 촉매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팀은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MOF)와 다공성 고분자의 복합체 형태의 새로운 구조의 삼중수소 제거 촉매를 개발했다. 평균 약 2.5나노미터(nm) 지름의 백금 입자를 금속-유기 골격체에 고르게 분포시키고, 이후 화학적인 변형을 통해 소수성을 부여하는 구조다. 분자 수준에서 소수성을 조절해 촉매가 물에 의해 활성을 잃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동시에 반응에 필요한 양의 물 분자는 촉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는 기존 촉매 연구에서 구현하지 못한 원전 운전조건과 비슷한 매우 낮은 농도의 동위원소 함량에서도 삼중수소 제거 반응에 탁월한 활성을 나타냈다. 또 4주 연속 가동 시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유지해 내구성을 입증했다.
나아가 현장 난반사 적외선 분광법(in-situ DRIFTS) 분석을 통해 아주 작은 분자 수준에서의 물 분자의 실시간 움직임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해당 촉매가 수분에 의한 촉매 비활성화를 억제하면서도 물 분자가 촉매 활성 자리에 지속적으로 접근해 반응이 일어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비교적 간단한 금속-유기 골격체 소재의 소수성 조절을 통해 촉매 비활성화의 주요 원인인 수분 저항성을 높이고, 삼중수소 제거 반응에 이용될 수 있는 새로운 구조의 촉매를 제안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고동연 교수는 “삼중수소 폐액 처리뿐 아니라 반도체에 사용되는 중수소 원료 생산과 핵융합 연료 주기 기술 등 다양한 기술에 필수적인 수소 동위원소 분리 핵심 소재로의 응용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