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언론, "경이근지(敬而近之)입니다"
세종시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겸 사무국장 김정환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경이근지(敬而近之)란 '존중도 하고 마음도 연다'라는 뜻이고 그 반대로 경이원지(敬而遠之)는 '존중은 하되 너무 마음을 주지 말라'라는 뜻이랍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누구나 알고 있는 '不可近 不可遠'도 있습니다. 태양에 가까이 가면 타버리고 멀어지면 얼어 버리나니
지구의 위치와 같이 너무 멀리도 너무 가까이도 아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혜롭게 처신해야 이 각박한 세상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같은 뜻일 겁니다.
언론은 입법·사법·행정에 이어 ‘제4부’로 불리며 또 다른 권력을 행사합니다. 그래서 흔히 공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으로 설명합니다.
제가 모 경찰서 과장 근무 시 전국을 강타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많은 언론에서 비난성이 가미된 걱정스러운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어느 매체에서 심층 보도한다기에 평소 안면이 있는 그 기자를 만나 비싼 제주산 은갈치를 대접하면서 가급적 팩트에 입각한 보도를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는데 결과는 팩트에서 소설로 바뀐 보도를 접하게 됩니다.
그 기자분, 이달의 기자상 받은 지 얼마 안 되어 다른 비리 건으로 구속되고 결국 공갈범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언론계를 떠났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습니다.
강남서 과장 시 공시생이 추락했다는 슬픈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 우르르 달려가는 다른 기자들과 달리 제방에 앉아 있는 기자에게 왜 현장에 가지 않느냐고 묻자 "불쌍하잖아요ᆢ 그런 기사를 써서 뭐가 그리 좋겠어요"라고 했던 여성 기자님도 생각이 납니다.
저는 정년퇴직 후 교수 재직 시 '세종시 참언론 운영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세종시 7개 언론단체 대표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참언론을 위한 '규정과 세칙'을 만드는데 일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회의 시작 전 "언론은 불법ㆍ부정ㆍ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공익을 위한 정론직필의 자세와 오로지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한 팩트에 입각한 객관적 시각과 균형 감각을 갖고 감시와 비판, 의혹 제기와 더불어 늘 사회적 약자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면서 발로 뛰는 언론이 참 언론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멘트를 주문처럼 낭독하고 회의를 진행했던 기억이 생각납니다.
세종시 자치경찰위원회가 2기 출범 후 100일을 맞아 기자분들과 간담회를 갖습니다. 세종시자치경찰위원회는 '시'와 '경찰'의 중간에서 '시민의 절대 안전이라는 숭고한 목표'를 위해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 노심초사 고군분투를 하고 있습니다.
이때 간담회 참석하신 기자님의 첫 질문은 "세종시 자경위 발전의 저해 요인은 무엇이며 우리 언론에서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였습니다.
정말 가슴 뭉클한 순간입니다. 언론과 공권력~ 이제는 '敬而遠之'에서 '敬而近之'로 상호 존중과 신뢰 속에 마음을 열고 더 가까이 다가가서 서로 부족한 면을 메워주는 동반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