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홍수속에 가려졌던 미국의 치부

강물에 시신 떠다니고 길거리에 인분과 음식 찌꺼기 가득…총체적 재난구조 실패

2005-09-05     편집국

죽음의 도시 뉴올리언스에 물이 조금씩 빠지고 이재민 소개 작업이 상당 부분 이뤄지면서 허리케인의 참혹상과 약탈 등 무법천지의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확인되고 있다.

사망자 '수천명' 추정…마구잡이 주민소개로 미국판 '이산가족 찾기'

   
▲ 노컷뉴스
물속에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는 미군과 경찰은 물에 둥둥 떠다니는 시체 수십구를 건졌으며 아직도 군데군데에서 시신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물속에 잠겨이었던 건물들에 대한 수색 작업에서도 거동이 불편해 제때 대피하지 못한 노파들의 시신이 나오고 있다.

지금도 도시의 상당 부분이 물속에 잠겨있어 이재민 구출 작업과 사체 수습 작업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미 연방비상 관리청(FEMA)은 "현재 붕괴된 호수의 제방공사가 진행중이지만 뉴올리언스시의 침수된 물이 다 빠지기까지는 6개월이 걸릴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그때까진 사망자 확인이 모두 이뤄지긴 불가능해 보인다.

캐슬린 블랑코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사망자가 수천명에 달할것"이라고 말했으며 크레그 밴더왜곤 해군소장은 "사망자는 1천명에서 2천명 정도일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실종자도 만만치않다.

미군은 주민 소개 작업을 하면서 아무런 구분없이 마구잡이로 헬리콥터와 버스로 태워 이주시키는 바람에 부모와 아이들이 흩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노인들과 어린이 실종자가 수백명에 달하고 있다.

노약자와 어린이들이 허리케인 폭풍우에 의해 많이 희생된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 당국의 확인 결과 사망자의 대부분이 노약자와 어린이들이다.

루이지애나주 정부와 뉴올리언스시는 사망자와 실종자 숫자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미시시피주의 사망자는 지금까지 147명이라고 발표했다.


진흙탕에 가려졌던 약탈과 방화 흔적, 물 빠지면서 생생히 드러나

뉴올리언스시는 약탈과 방화 등 무법천지 상황이었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도심지와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 있는 식품점과 전자제품 판매점, 의류 상가, '타켓'같은 일종의 백화점들도 문이 완전히 부서졌고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어 약탈이 광범위하게 자행됐음을 입증하고 있다.

한 쇼핑몰은 약탈당한 뒤 약탈범들에 의해 불질러져 완전히 전소되기까지 했다.

한 이재민은 폭스 방송의 인터뷰에서 "허리케인으로 먹을 것이 없어 집 근처 상점의 문을 뜯고 들어가 물과 빵 등을 훔쳤다"며 "당신들도 배가 고파봐라"며 큰 소리를 쳤다.

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서너군데에서 발생해 이틀이 지난 이시간 현재도 화학 공장에서는 불꽃이 피어오르고 연기가 치솟고 있어 뉴올리언스의 치안 부재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하고 있다.

뉴올리언스시는 성한 건물이 거의 한 군데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층이 넘는 더블유 호텔의 창문도 여기저기가 강풍에 의해 깨졌으며 건물의 창틀이 부서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폭격 맞은 듯 건물벽이 송두리째 부서진 경우도 있고 아예 형체도 없는 집들이 즐비하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위력을 말해주기라도 하듯 가로수들이 뿌리채 뽑혀 거리의 여기저기에 방치돼있고 뒤집혀 있는 승용차도 여러 대나 볼 수 있다.


강물에 시체 떠다니고 곳곳에 인분과 음식 찌꺼기…전염병 창궐 우려

특히 임시 대피 장소로 사용됐던 뉴올리언스 슈퍼돔과 컨벤션 센터 주변은 이재민 수만명이 대부분 옮겨가고 수백명 정도만 남아 있지만 주변 상황은 쓰레기장을 방불케한다.

좀 구석진 곳이면 어김없이 '인분'이 수북이 쌓여있고 버려진 옷가지와 먹다 버린 각종 음식 찌꺼기, 쓰레기들이 한데 얽혀 악취가 진동한다.

슈퍼돔과 컨벤션 센터는 그야말로 강도와 강간 등 폭력 사태의 온상이었다. 슈퍼돔에서 닷새동안 살고 있던 40대의 한 흑인 여인은 "자신의 딸과 조카 딸이 성폭행 당했다"고 말했다.

뉴올리언스는 지상전 뿐만 아니라 수중전이 전개된 전쟁터였다.

 

워싱턴=CBS 김진오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