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your life. You’ll be happy.

인디 TV, 고영진

2013-02-24     글·사진 박숙현

남자가 건넨 명함 뒤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Record your life. You’ll be happy. 남자를 인터뷰하며, 생각했다. ‘거참, 딱 맞네.’라고. 남자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이 일이 아니다.’라기 보다는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남자는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을 돌아다니며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기록’, 그리고 ‘나’

그 남자, 고영진 씨는 영상에 관심이 많았다. 애니메이션 학과를 졸업한 후 회사에 다니면서도 ‘영상을 찍고 싶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언젠가 영상을 해야지 싶었어요. 그리고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다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그 사이의 괴리감을 도저히 좁힐 수가 없었다.
“7~8년 동안 작품 하나 만들지 못했어요. 회사 일만 했죠. 그러다 내일 사고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제적으로 안 좋겠지만 그걸 무릅쓰고 오로지 영상을 만들자 했죠.”

하지만 때 되면 따박따박 수입이 나오는 직장을 떠나 새로운 길을 가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독학으로 마스터 한 영상은 누군가에게 실력을 검증받은 적도, 검증해 줄 자격증도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망설이던 그가 용기를 낸 건 ‘아내’ 덕분이다.

“아내가 없었다면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어요. 고민하고 갈팡질팡할 때 위로해주고 응원해 줬죠.” 숨은 조력자인 아내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고영진 씨.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만큼 영상이 좋은 건 ‘추억’하고, ‘기록’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게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잖아요. 동영상도 그래요. 추억을 떠올렸을 때 행복하듯이 인생에 행복을 주는 매개체예요. 제가 찍은 영상을 보면서 저는 그 공간에 있던 ‘나, 자신’을 떠올려요. 제가 만든 영상이 저의 영상일기인 거죠. 제 삶의 기록이고, 발자취예요.”

모두가 주인공

그 남자, 고영진 씨는 인디 TV를 운영한다. 소소한 일상부터 대전 지역의 문화‧예술 활동을 담는 인디 TV. 미디어의 주인, 소비자는 누구나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함께 만들어가는 소셜방송이에요. 아무나가 주인공이죠. 상업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소재, 일상을 다뤄요.”
아무개 씨의 일상에도 영화 같은 삶이 있다고 보기에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단다. 그래서인지 딱딱하고 무거운 영상이 아닌 영화적이고, 감성적인 영상미를 추구한다. 평범한 일상도 영화가 되는.

“사소한 거라도 그 안에 이야기 구조를 담고, 감성적으로 찍으려고 해요. 평범한 이야기 속에 예쁜 영상미를 가미해서 공감을 이끌고 싶어요.” 현재 인디 TV는 1인 기업으로 고영진 씨 혼자서 촬영부터, 편집, 운영 등 모든 걸 다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스스로 만들어지고 공유하는 영상문화를 꿈꾼다. 누구나 자유롭게 올리고, 보는. 이제 겨우 한 걸음 내딛는 만큼 그 길이 쉽지가 않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해요.”라는 그의 말처럼 생계를 위해 결혼식, 돌잔치 등 영상도 찍고,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새로운 길에 대한 흔들림은 없다.

“처음엔 이게 맞는지 반신반의하고, 테스트도 했어요. 그러다 작년 겨울에 확고하게 결심했죠. 다른 생각, 고민할 시간에 차라리 영상 관련된 걸 하자고요. 죽을 때까지 배우면서 영상 하고 싶어요.” 모두가 주인공인 인디 TV는 또 다른 주인공을 기다린다. 나의 일상이든 뭐든 기록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인디 TV를 방문하길. 그럼 당신도 행복해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