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용 칼럼〕 포도와 와인 기다림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포도나무 수명은 길며 오래될수록 최상급 포도를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수확량이 줄기에 품질·수익성을 고려해 보통 30년 주기로 새로운 포도나무를 심습니다.
포도나무 뿌리를 뽑아낸 포도밭은 3년 이상 휴경기를 가져야 지력을 회복할 수 있고, 어린 포도나무가 자라기 좋은 최적의 상태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포도나무는 심은 지 3년이 지나야 첫 수확을 할 수 있습니다.
포도 수확은 품종·날씨·포도밭 상태에 따라 적당한 수확 시기를 기다리다가 포도의 당도·산도가 이상적 균형을 이루었을 때 시작합니다.
포도주는 탄닌·산도·당도가 높을수록 오크통이나 병 속에서 오래 숙성되면서 더 좋은 포도주로 만들어진다. 포도 재배와 포도주 양조 과정에서 ‘기다림’은 중요한 변수다.
와인메이커들은 종종 자신의 일을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적절한 포도 수확 시기를 기다려야 하고, 좋은 포도를 선별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원하는 포도주가 완성되기까지 긴 숙성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서둘러 완성하는 방법을 추구할 수 없고 단계마다 인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 세계 여러 포도주 산지에서 고급 포도주로 인정받고 있는 와인들은 이런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탄생합니다.
이 세상에 전체인구의 3%의 성공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본의 국제선 승무원으로 16년 동안 일등실 객실을 담당한 전직 스튜어디스였던‘미즈키 아키코’라는 분이 쓴 ‘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라는 책이 화제가 되었었습니다.
사실 비행기라는 것이 타면 탈수록 자리로 사람이 구별되고, 자본주의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지만, 비행기 전체 좌석의 3%에 해당되는 자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오랫동안 관찰했던 저자의 얘기는, 괜한 자존심 이상의 나름 들을 것이 많았습니다.
나름 3%의 성공을 이룬 그들에게는 우연치 않은 공통점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 중에, 두 가지를 먼저 얘기해 보면, 먼저, first class 승객들은 대부분 자신이 읽고 있는 책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인즉슨, 일등석에서는 신문이나 잡지를 가져달라는 요청이 드물었다는 것입니다. 즉, 이들은 계속 배우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대화를 이어가는 기술이 달랐다는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성공담을 얘기할 것 같았는데, 그들은 정말 흥미진진하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지요?”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러면서 승무원에게 고자세를 취하지 않고, ‘바쁜 중에 미안하지만’과 같이 항상 완충 어구를 덧붙이며 말을 건네고 부탁하더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기 주변의 사람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나 심지어 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친구로 여기는 몸에 익은 가장 효율적인 인맥 형성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무례하지 않은 이유는 상대방의 얘기를 늘 존중하고 그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한 가지가 가장 눈에 띈 것은 이 책의 제목인 바로 ‘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들은 항상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고 모두 자신만의 필기구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그들은 성공적인 영감이 삶의 현장에서, 생각지 못한 대화와 생각에서 나온다고 믿기에,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즉석에서 메모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그들은 마치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아이디어와 영감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사람들 같았다’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기업을 운영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도, 그것을 가능케 하는 영감을 분별하고 준비하는 것이 3%의 사람들입니다.
‘기다림’이란 어떤 문제를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입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처럼 포도주는 기다림으로 완성됩니다. ‘의려지망(倚閭之望)’, 부모가 자식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심정처럼 기다림은 흘러가는 시간에 기대와 의미를 두는 것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변화는 내게서 조금씩 시작되는 것입니다. 남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나를 바꾸자! 감정을 못 이기고 뱉어내는 나쁜 말을 자제하고 상대가 나를 이해하고 변화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