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학교급식 질 저하에 학생만 피해...‘미역 없는 미역국’ 등장

2025-04-09     이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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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학교급식 조리원 파업 여파로 학교급식 질이 저하되면서 그 피해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조리원 처우 개선을 위한 쟁의 행위라곤 하지만 최근 미역 없는 미역국이 나오기도 하면서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역 없는 미역국’은 지난 7일 대전 중구 한 중학교에서 제공됐다. 이날은 생일자의 날로 생일찰밥과 한우미역국, 매콤돼지갈비찜, 잡채, 쇼콜라크림케이크, 배추겉절이 등이 급식으로 제공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실제 급식 사진을 보면 미역국에 미역은 없고 고기만 몇 점 있을 뿐이다. 돼지갈비찜 역시 볼품 없어 보인다.

이날 영양교사가 자른 미역을 들여오지 않아 조리원들이 미역 손질의 어려움을 이유로 처음부터 미역 없이 국을 조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민숙 대전시의원(민주·비례)은 8일 SNS에 급식 사진과 메뉴를 올리며 “내 소중한 아이라면, 내 귀한 손자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라며 “아이들 밥은 제대로 먹이면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노조의 입장에서 노조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왔던 김민숙 의원도 ‘이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김 의원은 <충청뉴스> 통화에서 “저도 아이 3명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쟁의의 대상이 아이들이 되어선 안된다. 아이들이 있기에 그분들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청과 노조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학교 급식 질 저하 문제가 하나 둘 터져나오고 있다.

다른 중학교에선 냉면 그릇 사용이 불가피한 잔치국수도 그릇 대신 식판에 제공하는 상황이다. 또 청결을 위해 필요한 식판 검수나 전이나 볶음, 튀김 등 가열요리 조리를 거부하는 곳도 있다.

서구의 한 고등학교에선 조리원 손목 부상 우려를 이유로 냉면 그릇 사용을 거부하고, 껍질이 벗겨진 오렌지나 이미 삶아진 수육을 요구하는 등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급식에 차질이 빚어지자 보건증까지 발급받은 교사과 교직원이 급식 업무를 돕고 있지만 노조는 이조차도 급식실의 혼란을 야기한다며 학교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이날 오후 열 예정이다.

실제 일부 학교 급식실에 부착돼 있는 ‘조리원 준법 투쟁’을 살펴보면 조리원 권리찾기 1, 2, 3을 통해 노동안전 위협하는 기구 사용 및 조리방식 금지, 근골격계질환 악화 식재료 금지, 고위험 청소 거부 등 20개에 달하는 거부할 수 있는 행위가 기재돼 있다.

노조는 이런 투쟁이 교육청과 분쟁 해결을 위한 정당 행위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학부모들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이미 지역 맘카페에선 강경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고, 일부 학부모들은 해당 고등학교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한 학부모는 “이번 일을 방관하면 대전 전체 학교급식이 엉망이 될까 우려된다”면서 “아이들을 인질로 먹이는 것도 부실하다면 아동학대나 다름 없다”고도 했다.

노사간 갈등이 길어지면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보호받아야 할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단 지적이 나오면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 교육청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