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로 인한 폐암 발생…담배회사의 책임 이제는 법적으로 인정되어야

- 우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양병준 교수

2025-05-09     최형순 기자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최근 남녀 흡연율이 다시 상승하고 금연 포기자도 늘고 있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담배 소송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는 언론보도를 보았다.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흡연은 현재 국내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의 가장 강력한 발병 요인으로 손꼽히며,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직접 흡연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 수가 한 해 약 6만 명에 달한다.

흡연 폐해가 이처럼 심각하다 보니, 1999년부터 개인이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를 대상으로 흡연이 폐암 발생의 주된 원인임을 주장하며 제기한 3건의 국내 담배 소송이 있었으나, 모두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 3건의 선행소송과 2014년부터 이어져 온 건보공단 담배 소송은 흡연과 폐암 간의 인과관계와 담배회사 제조물의 결함 유무를 주요 쟁점으로 삼고 있다.

법원은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개별적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폐암을 발생원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비특이성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흡연과 폐암 간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폐암 환자나 건보공단이 직접 개인의 생활 습관이나 흡연 전과 후의 건강 상태, 흡연으로 인한 질환 변화 등을 고루 살펴, 흡연으로 인해 폐암이 발병되었음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폐암 발병까지는 수십 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과 그 사이 일부 다른 요인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법원이 요구하는 개별적 인과관계 입증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의료기술과 빅데이터 등 현대과학을 통해 흡연과 폐암의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환자나 건보공단이 아닌 담배회사가 흡연 외에 다른 특정 원인에서 폐암이 비롯된 사정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담뱃갑에는 “경고: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일단 흡연하게 되면 끊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담배 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클로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있습니다”라는 경고문구와 함께 각종 암 관련 자극적 이미지가 표기되어있다.

일반론적인 이야기지만 담뱃갑만 보더라도 담배회사는 흡연과 폐암 발병 간 관련이 있고, 각종 발암물질을 포함하여 담배가 제조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금연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담배회사는 알고 있으면서도 흡연의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더욱이 법원은 흡연의 시작과 계속할 것인지 여부를 개인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보고 있기에, 법적으로는 담배가 기호식품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니코틴과 같은 중독성 물질과 발암 물질이 포함된 제품이 과연 단순한 기호품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유해 물질의 영향으로 몇 차례 흡연만으로도 담배에 쉽게 빠져들지만, 벗어나기에는 어려워 담배중독은 ‘F17(담배흡연에 의한 정신행동장애)’이라는 질병코드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처럼 인체에 유해하고 중독성이 있는 제품을 계속하여 제조‧판매해 온 것은 담배회사의 명백한 설계상 결함이다.

또한, 담뱃갑의 경고문 외에 어떠한 위험성도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표시상 결함 역시 명백하다. 담배를 제조‧판매함으로써 폐암 등 각종 질환이 발생할 수 있음을 담배회사는 충분히 예측 가능할 수 있었고, 고도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제조‧표시상의 결함은 반드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2014년부터 시작된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은 어느덧 11년 차에 접어들었으며, 이 달 22일에는 이 소송의 향방을 가를 제12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

이번 항소심에서는 폐암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결함 있는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는 담배회사의 흡연폐해 책임이 반드시 인정되어야만 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흡연문화를 되돌아보는 하나의 변곡점이 되어, 청소년 등 미래세대가 담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