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에 한번씩 의장 바뀌는 與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선거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5.3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1일 의장직을 사퇴했다.
올해 2월초 전당대회를 통해 두 번째 당 의장에 오른 지 불과 104일만이다.
정 의장은 이날 사퇴 회견에서 "낭떠러지에서 손을 놓는 것이 참된 대장부"라는 '현애철수장부아縣崖撤手丈夫兒)'라는 백범 김구 선생이 윤봉길 의사에게 전한 말을 남겼다.
정 의장의 사퇴로 열린우리당은 창당 이래 2년5개월동안 당 의장이 8번씩이나 교체되는 ‘정당 사상 유례없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동시에 정 의장은 지난 2004년 총선과정에서 노인폄하발언의 책임을 지고 당 의장을 사퇴한 데 이어 두 번째 당 의장 사퇴라는 불명예 퇴진의 진기록을 갖게 됐다.
정동영 의장은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뜻은 질책이었다“며 ”민심을 하늘처럼 받들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번 선거기간동안 서울에서 제주까지 사력을 다해 발로 현장을 뛰었지만 무너진 신뢰를 일으켜 세우지 못했고,닫힌 국민의 마음을 여는데 실패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동영 의장은 “현재의 난국에서 의장직 사퇴가 최선이냐는 일각의 우려도 있었지만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며 사퇴 이유를 적시했다.
정 의장은 앞으로 “백의종군하겠다”면서 “낮은 곳에서 희망의 싹을 틔우는 역할을 하겠다“고 향후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도 덧붙였다.
정 의장의 이날 사퇴로 열린우리당은 지도부 구성문제로 적지 않은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당장 김근태 최고위원의 의장직 승계여부와 지도부 동반사퇴에 따른 임시집행부 구성등 다양한 수습책이 제시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오는 5일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를 통해 지도부 구성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김근태 최고위원이 의장직을 승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질 경우 고 건 전 총리와의 연대를 비롯해 향후 예상되는 민주개혁세력 대통합 움직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동영 의장은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평화개혁세력이 함께하는 국민통합의 가치를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혀 앞으로 전개될 정계개편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열린우리당의 권력 무게중심도 다수파였던 정동영 의장 진영에서 재야퍄와 친노개혁파쪽으로 급속하게 옮겨갈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한편 정동영 의장은 5.31 지방선거 참패로 정치입문 10년여만에 최대 정치적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정 의장은 그동안 방송사 앵커출신의 준수한 용모와 개혁 이미지,그리고 자신의 장기인 대중연설을 앞세워 재선이지만 집권당 의장에까지 오르는 승승장구를 이어왔다.
지난 96년 제15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 국민회의에 입당해 대변인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정동영 의장은 당시 총선에서 전국 최다득표를 기록하는등 정치입문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왔다.
하지만 5.31 지방선거에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등 돌린 민심을 회복하는 데 실패하면서 결국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러나 당장 열린우리당은 정동영 의장의 퇴진을 계기로 이른바 정동영계와 친노진영간의 힘겨루기 양상이 재연되는등 균열 조짐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로 지방선거 사흘전에 제기된 친노 인사인 김두관 최고위원의 정 의장 탈당 요구등이 앞으로 당권파로 통칭되는 정동영 의장 진영 인사들의 동요 움직임을 야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선거 참패의 후폭풍속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새출발의 의지를 다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CBS정치부 박종률 기자 nowher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