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섭의 음악살롱] “선율로 사람을 잇다” 이음 심포니커 예술감독 김설희
[대전지역 음악 현장을 소개하다 12]
음악은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언어다. 2024년에 창단된 이음 심포니커는 그 이름처럼 관객들과 음악으로 더욱 깊은 유대감을 형성해 오고 있다.
다가오는 6월 8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 〈선율로 잇는 신세계로의 여정〉은 이런 의미에서 이들에게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음악을 들려주는 자리가 아니라 베토벤, 차이콥스키, 드보르작의 진정성이 담긴 선율을 통해 관객과 연주자 모두가 하나로 이어지는 감동으로 가득 채워질 예정이다.
그 특별한 여정을 함께하기 위해, 김설희 예술감독은 어떤 생각과 비전을 가지고 이 공연을 준비해 왔을까? 김설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그동안 연주자로서 오랜 시간을 보내오셨는데, ‘예술감독’이라는 새로운 역할은 어떻게 다가오셨나요?
연주자로서 무대 중심에서 오랜 시간 호흡해왔지만, 70여 명의 단원을 이끄는 예술감독의 역할은 전혀 다른 차원의 책임이었습니다. 주어진 악보를 해석하던 입장에서 이제는 곡 선정, 연주자 구성, 지휘자 초청까지 음악 전체의 흐름을 기획하고 조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그 무게감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단장님을 비롯한 운영진의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이 큰 힘이 되어, 지금은 무대를 상상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이 시간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음악을 더 멀리서 바라보고, 사람의 마음을 더 깊이 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과는 또 다른 깊이의 리더십을 매 순간 실감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정기연주의 타이틀인 ‘선율로 잇는 신세계로의 여정’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저에게 음악은 언제나 마음의 언어가 되어, 때로는 강한 의지가 되어주고, 때로는 말로 전하지 못한 사랑과 그리움을 대신 표현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쌓여온 감정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 무대 위의 음악으로 이어졌습니다.
‘선율로 잇는 신세계로의 여정’이라는 타이틀에는, 익숙한 시간을 지나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가운데에도 음악이 사람과 감정을 잇는 다리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번 연주가 누군가에겐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조용한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 울림만으로도 이 무대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 하나하나가 관객의 마음속에 작은 이정표처럼 오래 남기를 바랍니다.
Q.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이번 무대에서 첼리스트 심준호와 함께 연주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단순히 기교적인 곡이 아니라 고전주의적 우아함과 낭만주의적 감성이 결합된 삶의 한 장면을 조용히 비춰주는 감정의 거울 같은 작품입니다. 단아한 변주곡 형식 속에서 섬세하게 흐르는 감정의 결들, 사랑의 기쁨과 설렘, 그리고 언젠가 조용히 놓아야 했던 슬픔까지, 그 모든 이야기들이 주제와 일곱 개의 변주 선율을 따라 흘러갑니다.
첼리스트 심준호는 소중한 동료이자 깊이 존경하고 아끼는 연주자입니다. 그의 음악에는 단순한 ‘음’이 아니라 ‘사람’이 있으며, 무대 위에서 충분한 깊이로 전해지는 울림은 늘 저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아름다운 작품을 함께 무대에 올릴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하고,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이음심포니커가 어떤 오케스트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저는 이음심포니커가 단순히 연주를 잘하는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오케스트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2월, 이음심포니커는 일본 가와고에시의 후원으로 한·일 교류 음악회를 개최하였으며, 언어와 국경을 넘어 음악이 진정한 소통의 다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국제 교류 연주, 타 지역 민간 오케스트라와의 협업, 아카데미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진심을 전하는 견고한 단체로 꾸준히 성장해가고자 합니다.
김설희 예술감독은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깊은 유대감을 나누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음 심포니커는 단순히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 성장하고 나누는 공동체"라고 강조하는 그녀의 말에서 오케스트라의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선율로 잇는 신세계로의 여정〉이라는 타이틀처럼, 연주로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청중을 위한 음악적 경험을 넘어, 관객 각자가 내면의 신세계로 떠나는 여정이 될 것이다.
김설희 예술감독의 손끝에서 시작된 이 음악적 여정은, 언젠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하며, 새로운 음악의 장을 열어갈 것이다. 그 여정을 함께 걸어갈 관객들을 기다리며, 이음심포니커는 오늘도 한 걸음씩 그 길을 이어가고 있다. 자세한 공연 정보는 대전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