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자연수 결빙에 의한 광물형성 기작 규명

2025-07-08     이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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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화학반응이 어려운 얼음에서 물이 어는 동안 광물이 만들어지는 현상이 실험적으로 밝혀졌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은 연세대학교 이기현 교수 연구팀이 북극·남극을 포함한 지구의 빙권환경에서 자연수의 결빙에 의해 얼음이 만들어지면서 얼음 내 독특한 특성을 갖는 광물이 형성되는 현상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낮아질수록 화학반응이 느려지고 고체상태인 얼음 내에서 용질 간 반응이 일어나기 어려워, 이전까지 지구화학 연구에서 얼음은 화학적 비활성 상태로 여겨졌다.

최근 수용액의 결빙에 의해 여러 화학반응이 오히려 활성화되는 현상들이 보고되는데, 이는 얼음 결정 사이에 존재하는 준액체층에 대부분의 용질들이 농축되는 동결농축효과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물의 결빙과정에서 광물이 형성되는 현상을 체계적으로 규명한 연구는 진행된 바 없다.

연구팀은 동결농축효과를 자연수에 적용, 물의 결빙에 의한 광물의 새로운 형성경로를 실험으로 입증했다.

지구 환경에서 원소순환 및 탄소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망간이온과 탄산염 이온을 포함한 수용액을 이용해 섭씨 영하 5도 및 20도에서 동결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상온에서는 전혀 침전이 없다가 수용액 내 능망간석의 포화도를 300배 이상으로 높였을 때 침전이 일어남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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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동결 시에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에서도 능망간석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 이는 동결 시 상온보다 능망간석의 포화도가 약 3만배 낮은 조건에서도 침전이 일어난 것이다.

이렇게 동결조건에서 형성된 능망간석은 상온 광물과는 달리 나노 크기의 결정들이 응집된 구형체로 나타났다.

이번 실험에서처럼 저온 및 고농도의 용질을 갖는 준액체층은 자연환경에서 찾기 어려운 특성의 광물형성 조건으로, 이로 인해 독특한 반응성을 갖는 광물이 형성됨을 규명했다.

특히, 미국 아르곤연구소 및 포항의 방사광 가속기를 이용해 동결 시 능망간석이 형성되는 현상을 최초로 원위치, 실시간으로 관측했다.

이기현 교수는 “불포화된 수용액이 동결되면서 광물이 형성되는 현상은 본 연구에서 최초로 보고된 것”이라며, “지구 순환과 빙권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동결을 이용한 소재 개발, 냉동식품 보존 등의 연구에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 해양극지기초원천기술개발사업 그리고 대학중점연구소 지원사업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5월 29일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