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태극기 다 어디갔어?
2006-06-06 편집국
6일 51회째를 맞는 현충일이지만 유독 태극기를 게양한 가정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애국선열과 순국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충절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국경일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딴판이다.
서울 목동과 잠실 등 아파트촌에서는 조기를 게양한 집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며칠 전 월드컵 축구 평가전 때만해도 태극기가 물결을 이루고 대한민국 함성 가득했던 모습은 오간데 없다.
목동 7단지 주민 김미영(46)씨는 "현충일 태극기와 월드컵 태극기는 성격이 다른 것 같다"며 "현충일 태극기가 나라에 대한 충성의 상징물이라면 서울시청 앞 광장을 수놓았던 태극기는 일종의 패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예 월드컵을 이용해 현충일 '세일'에 나섰다.
현충일을 주관하는 국가보훈처는 이날 서울 대학로에서 월드컵 응원복과 군복을 주제로 패션쇼를 열었다.
정책홍보담당관실 이강수 사무관은 "나라사랑의 관점에서 월드컵과 현충일은 똑같은 것"이라며 "젊은이들에게 현충일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월드컵에 현충일을 접목시켜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묻혀있는 국립현충원의 열기도 예년과는 차이를 보였다. 서울 현충원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3만명이 적은 추모객이 참배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훈의 달'이라기보다는 '월드컵의 달'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은 6월이다.
CBS사회부 권민철 기자 twinpin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