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세포 간 조절 메커니즘 규명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뇌 영상 기술의 해석력을 높이는 세포 간 조절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김성기 단장 연구팀이 한국뇌연구원 정원범 선임연구원과 공동으로 억제성 신경세포가 뇌 혈류를 조절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고 21일 밝혔다.
뇌의 신경 활동과 혈류 반응 간 상호작용은 우리의 생각, 감각, 운동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뇌 기능의 핵심 기반이다. 현재 널리 쓰이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기술(fMRI)도 이 같은 상호작용 원리에 기반하고 있다.
기존에는 흥분성 신경세포가 혈류를 조절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뇌 전체 신경세포 중 약 15%를 차지하는 억제성 신경세포의 역할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중 약 30%를 구성하는 SST 신경세포의 기능은 더욱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뇌 속 억제성 신경세포 중 하나인 소마토스타틴(SST) 신경세포가 두 단계의 혈관 확장 메커니즘을 통해 뇌 혈류를 조절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먼저 산화질소 분비를 통해 혈관을 빠르게 확장시키고 이어 성상세포(astrocyte)가 작동하면서 더 느리지만 지속적인 혈관 확장을 유도하는 구조다.
연구진은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SST 신경세포를 광자극 및 감각 자극했을 때 나타나는 신경, 혈류, 성상세포의 반응을 관찰했다. 이를 위해 광유전학, 화학유전학, 약리학적 접근, 전기생리학적 기록, 칼슘 이미징, 내인성 광학 이미징, 초고자장 fMRI 등 다양한 첨단 기법을 종합적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SST 신경세포를 자극하면 산화질소가 빠르게 분비되어 혈관 확장이 유도되고 이후 성상세포가 활성화돼 보다 느리지만 지속적인 혈관 확장을 촉진하는 ‘신경-교세포-혈관 연계경로’가 작동함을 규명했다.
최근 뇌 영상 분야에서는 대뇌 피질의 깊이별 기능 차이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레이어 fMRI(layer fMRI)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영상 기법으로는 탐지하기 어려웠던 미세한 차이를 시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도구로 평가되지만 관측되는 신호가 어떤 세포나 혈관 작용에 기반하는지는 불분명해 해석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실험에서는 SST 신경세포의 기능을 차단했을 때 layer fMRI 신호의 특이성(specificity)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SST 신경세포-성상세포-혈관이 함께 작동하는 경로가 뇌혈관 반응의 공간적 정밀도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김성기 단장은 “이번 연구는 억제성 신경세포와 성상세포 간의 정교한 상호작용이 뇌 혈류 조절의 핵심 기전임을 입증한 성과”라며 “치매와 우울증 등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에서 SST 신경세포의 기능 이상이 혈류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인간 인지 기능 연구, 뇌 질환 진단 전략, 고정밀 뇌 영상 기술 개발에도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